잘 가





가고 싶다면 가야지

어떡하겠어

붙잡는다고 한곳에 머물지 않겠어


자유롭게

어디로든 가


가는 곳이 더 나은 곳이었으면 해

그리 좋지 않다 해도

좋게 만들어 봐

그건 좀 힘들까


마음먹기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지

싫은 곳이 좋아질 일은 없기는 해


잠시 머물다 떠나고

잠시 머물다 떠나도

괜찮아


좋아하는 곳이어도

떠나고 싶은 때가 오겠지

마음이 내킬 때

다시 찾아갈 곳이 있는 것도 좋겠어


잘 가

잘 가

잘 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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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2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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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년에 이 책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제목을 보고 책소개를 보니, 언젠가 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몇해 전에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로 나왔어. 얼마전에 2권이 나온 걸 알았어. 2권이 새로 나와서 책 제목을 바꿔서 낸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더군.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 2권은 예전에 일본에서 나온 거였어.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낼까 하다가 이걸 찾은 걸지도 모르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 만난 지 오래됐어. 오래됐으니 앞에 이야기도 한번 더 봤다면 좋았을 텐데 게을러서 바로 2권 봤어.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말이야.


 헌책방에는 잘 안 가 봤어. 예전에 내가 사는 곳에 헌책방이 있기는 했는데, 어릴 때는 책을 안 봐서. 지금 헌책방은 거의 없고 책방도 그리 많지 않아. 아니 내가 모르는 곳에 작은 책방 있을지도. 일본에는 진보초에 헌책방 거리가 있어. 지금도 있겠지. 이 책 나오고 시간 많이 흘러서 지금은 어떨까 싶어. 예전보다 책방은 줄었을지도. 여기에 나오는 모리사키 서점은 진보초에 있는 헌책방에서 하나야. 헌책방은 저마다 개성이 있는가 봐. 모리사키 서점은 일본 근대문학 전문점이야. 현대 소설이 아주 없는 건 아닌 듯해. 모리사키 사토루는 모리사키 서점 3대째 주인이야.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사토루 외조카인 다카코야. 첫번째 책에서 다카코는 사귀던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모리사키 서점에 와서 한동안 지냈어. 그때 집을 나갔던 다카코 외숙모인 모모코가 돌아왔어. 생각나는 건 이 정도야. 다카코는 모리사키 서점에서 지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이 좋아졌어.


 그 뒤 시간이 세해쯤 흘렀나 봐. 다카코가 모리사키 서점에서 지낸 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세 해는 아니었던 것 같아. 다카코는 책을 잘 안 봤는데 이제는 책을 즐겨 봐. 그것도 일본 근대문학을. 좋아하는 책은 두세번 보는가 봐. 그런 거 보니 어쩐지 부러웠어. 마음에 드는 책 여러 번 보는 거. 난 책 여러 번 안 보고 한번만 보고 끝일 때가 많아. 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보는 사람은 본 걸 보고 또 보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도 그런 모습 봤어. 이야기를 보니 참 잔잔하네. 이런 것도 있는 거지. 우리 삶이 이런 거기는 해.


 헌책방에는 나이 많은 사람이 더 갈까.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어. 모리사키 서점에는 일본 근대문학이 있어서 나이 많은 단골이 많을지도. 다카코는 그런 단골이 오면 마음속으로 건강하기를 바라. 한동안 단골이 오지 않으면 걱정될 것 같기도 하겠어. 단골이어도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도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어. 이제 다카코는 다른 곳에서 일해. 첫번째 책에서 다른 일자리 구한 거 나왔을지도. 다카코는 쉬는 날이면 모리사키 서점에 와서 책을 보거나 일을 돕기도 해. 헌책방이 좋아서 그러는 거겠지. 다카코는 남자친구도 사귀었어. 모리사키 서점 단골이면서 스보루 카페 단골인 와다야. 다카코가 다른 사람을 사귀게 돼서 잘됐어. 이 책이 끝날 때쯤에는 결혼한다는 말도 있어. 와다는 모리사키 서점을 배경으로 소설 쓴다고 했는데, 썼을까(이 소설인가).


 여기에서 큰일은 다카코 외숙모 모모코가 죽는 거군. 몇해 전에 암에 걸리고 수술했던가 봐. 그게 재발했대. 외숙모 모모코는 밝은 사람이고 모리사키 서점 단골도 다들 좋아했어. 사람은 누구나 죽지. 세상에 오는 차례는 있어도 가는 차례는 없다고 하지. 어린 나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군. 외숙모 모모코는 사십대인 듯해. 집으로 돌아오고 외삼촌과 즐겁게 사는 걸로 끝났다면 좋았을걸. 작가 둘레에서 누군가 일찍 죽었을까.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넣을 수 있기는 하겠어. 모모코 외숙모가 죽고 외삼촌은 모리사키 서점을 닫아둬. 소중한 사람이 죽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어. 모리사키 서점은 외삼촌과 외숙모 기억이 많이 쌓인 곳이야. 지금은 그게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그걸 떠올리고 살아가겠지. 그러기를 바라. 모모코 외숙모는 마음을 남겨두었어. 그게 외삼촌한테 힘이 됐어.


 사람은 가도 마음은 남겠어.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기억해줄 사람이 없는 사람도 있겠어. 그런 거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네.




희선


 



☆―


 “슬플 때는 꾹 참지 말고 많이 울면 돼.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너를 위해 눈물이 있는 거란다. 앞으로도 살다 보면 슬픈 일이 분명 많을 거야. 사방에 굴러다닐 테지. 그러니까 슬픔에서 달아나려고 하지 말고, 그럴 때는 마음껏 울고 슬픔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돼. 그게 산다는 것이니까.”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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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꿈





꿈을 꾼 듯한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요


생생한 꿈을 꿔도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져요


기억도 아닌 꿈,

꿈은 어디에서 올까요


언젠가 일어난 일을

꿈 꾸기도 해요

그때는 잘 못해서

꿈속에서라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일까요


현실에서 잘 못한 건

꿈에서도 잘 못해요

다 그런 건 아닐까요

저만 그렇군요


꿈속에선 좀 더 낫기를

좀 더 웃기를 바라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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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反對な君と僕 3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阿賀澤紅茶 / 集英社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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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의 너와 나 3(아가사와 코차), 스즈키 집에 타니가 갔다. 엄마가 집에 아빠와 오빠가 없다면서 스즈키한테 타니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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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ㅣ 문학동네 시인선 217
이승희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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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친해지기 어렵군. 난 시를 가끔 만나고 싶어하는데 시는 그런 마음이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시를 좋아해서 만나기보다 의무처럼 만나려고 해설까.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아. 가끔 시가 생각나서 만나는 거야. 시를 만났을 때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하나도 모르는 것도 있어. 거의 잘 모르던가. 또 이런 말이라니, 시한테 미안하군. 내가 시를 오래 깊이 만나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이 말 예전에도 했던 것 같군. 시를 천천히 만나야지 하면서 그러지 못해. 천천히 만난다고 처음에 잘 몰랐던 걸 시간이 흐르고는 알까. 어떤 건 처음에는 뭔가 느끼고 시간이 흐르고 무엇을 느꼈는지 잊어버리기도 해. 사람 기억은 사라지지.


 이번에 만난 시집은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이승희)야. 시집 제목이 시속에 나오기도 하고 시 제목이기도 해. 물이 자주 나오더군. 물고기와 버드나무. 버드나무가 물속에 비친 모습일지, 버드나뭇잎을 물고기로 여긴 걸지. 물고기와 버드나무가 나오는 시를 보면 그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 거기는 물속 같기도 해. 그런 걸 떠올리면서 시를 봐도 괜찮겠지. 여기 담긴 시는 그런 게 많은 듯해. 뭔가 그려지는 거 말이야. 그런 거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잠의 뒤꼍으로


꽃이 피듯 배가 밀려왔다


나의 등을 가만히 밀어왔다


죽은 이의 편지 같이서


슬프고 따뜻해서


그렇게 배에 올랐다


배는 공중에 떠서


시작과 끝이 없는 이야기처럼 흘러갔다


눈이 내리듯 천천히 흘렀다


가는 것이 꼭 돌아오는 것 같았다


-<밤배>, 40쪽




 제목이 ‘밤배’인 시 두편 실렸어. 꿈속에 나타난 배일까. ‘잠의 뒤꼍’이라니. 배가 공중에 뜨기도 하는군. 정말 꿈속 같네. 꿈에 나타난 배를 생각하며 시를 읽어봐도 괜찮겠어. 난 꿈속에 배가 밀려온 적 없지만. 배가 나오려면 자주 배를 타야 할지도. 버스 자주 안 타도 가끔 버스 타는 꿈 꿨군. 현실과 꿈은 이어져 있기도 동떨어져 있기도 하겠어.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여긴 날마다 여름

발을 담그세요

그럼 발을 발견할 수 있어요

슬픔은 나누는 게 아니구요

혼자 먹는 여름 같아요

그냥 두어도 잘 자라죠

여긴 공중이 없어요

창문도 없구요

보이는데 갈 수 없는 곳만 날마다 선명해져요

그런 곳만 만들어요

크게 라디오를 켜요

내 것이 하나도 없는 날씨는 좋아요

피가 묽어지면

나는 어떤 연결된 것들과 잠시 멀어져요

기다려보기로 해요

기다림 속에서 기다림을 꺼내요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죠

괜찮아요

아무도 없는 저녁을 마음껏 달려볼 수 있으니

식물과 식물 사이에서

난 쫓기기도 하죠

날 사냥하는 게 무언지도 모른 채

신나서 달아나요

숨이 차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요

그렇게 하루가 가곤 하죠

모르겠어요

나의 일기는 누군가 모르는 곳에서

적고 있을 거예요

밤은 뱀처럼 온다고

방마다 들어가 운다고


나는 그런 방이 많다고


-<즐거운 우리집>, 64쪽~65쪽




 앞에 시는 제목이 <즐거운 우리집>이어서 옮겼어. 즐거운 우리집 같은 느낌은 덜 드는군. 슬픔도 있고 무서운 느낌도 들어. 쫓기는 건 꿈인가. 누군가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했는데, 아무도 안 온 것 같군. 즐거운 우리집은 사람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의 집일까.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방이 많은 건 뭘지. 식물일까.


 이번 이승희 시인 시집에 담긴 시에는 식물이 많이 나와. 나무와 꽃이. 작약도 꽃이지.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시를 보면 여름이 떠오르기도 했어(지금이 여름이군). 이건 단순한 건가. 잎이 무성한 나무. 시인은 나무를 많이 보고 식물을 기를까. 그런 느낌이 조금 드는데 어떨지. 시인이 시로 많이 쓰는 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일까. 상상도 있을 거야. 난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도 써. 실제 안 보고 눈을 감고 뭔가를 떠올리기도 해. 그건 본 적 있는 것일지도. 내가 떠올리는 건 그렇게 멋있지 않군. 상상력이 얼마 없어. 시를 봐도 난 시인처럼 못 쓰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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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8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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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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