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엽서책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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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지스 이름을 다 쓰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다. 참 길기도 하다. 이름에 어머니 아버지 성도 들어간 걸까. 거기에 누군가의 이름도 하나 들어갔겠지. 모지스와 가까운 사람 이름이. 예전에 본 책에서는 모지스가 일흔다섯에 그림을 그렸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일흔여섯에 그림을 그렸다고 나온다. 한살 차이지만 어떤 게 맞을까. 하나는 만이고 하나는 한국 나이로 센 걸까. 어쨌든 모지스는 일흔이 넘고 그림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모지스가 그때 갑자기 그림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모지스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모지스가 태어난 때는 1860년이다. 그때는 여자가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림을 그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겠다. 모지스는 가정부 일을 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다. 그러다 일흔이 넘었을 때 관절염에 걸려서 자신이 좋아하는 수놓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때 딸이 모지스한테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모지스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에 털실로 그림을 그렸다. 수를 놓았다고 해야겠구나. 그것을 하기 전에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고도 한다.

 

 일흔이 넘으면 세상을 다 산 것 같고 살 날이 얼마 없다고 여길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그때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모지스를 보면 그런 말 못하겠다. 일흔이 넘고 그림을 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림을 많이 그렸다. 난 어쩐지 모지스가 그림을 그려서 오래 산 건 아닐까 싶다. 오래 살아서 모지스는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야 했다. 그때는 마음 아팠겠지만 자식은 자신이 먼저 죽어서 다행이다 여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모르는 마음을 생각하다니.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이 더 슬플 것 같다. 그런 슬픔을 그림으로 견디지 않았을까. 슬퍼도 무언가 자신이 할 게 있다면 조금은 낫겠지. 그 일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것도 못하겠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때도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몇해 전에 읽은 책에 모지스 그림을 엽서나 성탄 카드로 만들었다는 말을 보았는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엽서책으로 나왔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이렇게 그림을 남기고 많은 사람한테 희망을 주다니 대단하다. 사람은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하기도 한다. 모지스는 그런 일을 해서 기뻤겠다. 아니 꼭 그런 걸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기 삶을 끝까지 사는 것도 괜찮다. 이런 말 빼놓지 않고 하는구나. 내가 그럴 것 같아서 그렇겠지. 무엇을 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 어린 나이에 해야 잘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저 즐기려고 하는 건 언제 해도 괜찮다. 아니 하다보면 잘하고 얼마 안 되는 사람이라도 좋아할지도 모른다. 누가 좋아하지 않으면 어떤가, 자신이 좋아하면 되지. 이 말도 나한테 하는 거구나. 요새 또 자신을 잃고 나는 대체 뭐 하고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런 생각에 빠졌다 다시 하고 싶은 걸 한다. 그걸 할 수밖에 없어서. 잘 하려고 하기보다 즐겁게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올해는 엽서보다 편지지를 더 쓰려고 했는데 이걸 사서 이 엽서도 가끔 쓰겠다. 그림을 보는 것도 괜찮고 한장씩 뜯어서 누군가한테 소식을 전해도 괜찮다. 이런 생각도 했다. 엽서를 뜯지 않고 한주에 한장씩 쓰고 그걸 한사람한테 주면 어떨까 하는. 그걸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난 이런 걸 먼저 생각하다니. 친구한테 쓰는 건 괜찮겠지. 친군데 그걸 부담스럽게 여길까. 난 그냥 한장씩 뜯어서 쓸 생각이다. 문구점에서는 예쁜 엽서 보기 어려운데 이렇게 모지스가 그린 편안한 그림으로 엽서를 만들어서 좋다. 올해도 즐겁게 편지를 써야겠다. 많지 않아도 편지를 쓸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친구가 없었다면 책 읽고 쓰기밖에 못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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