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움직이기 힘들고 자꾸 잠이 쏟아진다.
“얘야. 그리스는 고양이가 살기에 좋은 곳이야. 네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잠깐 졸았더니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리스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리스 사람은 어떤 고양이든 좋아하고 먹을거리를 잘 준다고 했다.
엄마는 다른 형제보다 나를 가장 걱정했다. 그때는 엄마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엄마 곁을 떠나고서야 그걸 알았다.
내 몸은 모두 검다. 사람은 새하얀 고양이는 좋아해도 그 반대인 새카만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나를 보고 ‘검은 고양이 네로’ 같다고 했다. 네로라는 고양이는 만난 적 없지만, 나처럼 온몸이 새카맸겠지. 어떤 사람은 내 털을 보고 벨벳 같다고 했다. 벨벳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거겠지.
길에서 살면서 좋은 사람뿐 아니라 나쁜 사람도 만났다.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고양이도 자기 먹이를 나눠주는 마음씨 좋은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 영역에 오면 쫓아내는 녀석도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나다니.
그만 일어나서 여기를 떠나야 할 텐데. 조금만 더 쉬었다 떠날까.
“얘야, 이제 일어나.”
눈을 떠 보니 내 앞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 여기는 어떻게 왔어.”
“나하고 같이 고양이 천국으로 가자.”
“정말.”
몸이 가벼웠다. 눈이 내렸는데도 춥지 않았다. 난 곧 눈에 덮인 내 몸을 보았다. 엄마는 슬프면서도 따스한 눈으로 나를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엄마, 나 괜찮아.”
“그래. 그만 떠나자.”
“응.”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