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마다 한시간쯤 걷고 싶지만 게을러서 그러지 못한다. 걸을 때만이라도 좀더 걸으면 어떨까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된다. 걸음도 만 걸음 걸으면 좋다고 하지 않는가. 걸으면서 만까지 세기는 귀찮고, 걷기를 말하는 사람이 만 걸음 걸으려면 대충이라도 몇 시간 걸리는지 말해주면 좋을 텐데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때 떠오른 게 걸음을 세어주는 기계다. 예전에 한번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비싸지 않다는 걸 알고 하나 살까 하다 그만뒀다. 만보기 값보다 보내주는 돈이 더 들어서였다. 그랬는데 또 만 걸음 이야기를 듣고 기계를 찾아봤다. 가장 싼 걸 골랐다. 그것도 기계보다 그걸 나한테 보내주는 돈이 더 들었다.

 

 만보기 파는 가게를 알았다면 그런 데서 샀을 텐데 잘 몰라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그것도 비싼 건 비싸다. 내가 산 게 싸서 쉽게 고장 나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스럽다. 그냥 얼마나 걸을지 정해놓고 걸어도 괜찮을 텐데, 내가 얼마나 걷는지 알고 싶어하다니. 이런 나 조금 우습다. 다른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서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이상하다. 누군가는 하루에 20~30분 걸어도 괜찮다고 하고, 누군가는 하루에 만 걸음 걸으라고 하다니. 몇 시간 걷기나 몇 걸음 걷기보다 걷기 자체가 중요하겠지. 걷기는 어떤 운동보다 쉽고 언제든 할 수 있다. 바빠서 걸을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럴 때는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가야겠다 정하면 어떨까. 일부러 걸으려고 하면 그런 시간도 생길 거다. 걷기뿐 아니라 책 읽을 시간도 만들면 생기겠지.

 

 

 

 2

 

 가끔 잊는다.

 내가 책을 만 권 읽겠다고 마음먹은 걸.

 만권을 다 본 다음에도 책 볼 거다.

 내가 만난 책이 만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한번씩 책을 읽다가 이걸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책을 보고 생각을 해도 마음이 괜찮아지지 않아설지도.

 번뇌.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런 때가 오면 그때가 지나가길 기다리면 괜찮을까.

 

 이런저런 생각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거기에 좋은 생각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는다고 대단하거나 좋은 사람은 되지 않을 거다.

 아주 안 좋은 사람은 되지 않기를.

 누군가의 아픔이나 슬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사람이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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