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왔을 때 난 기뻤던가. 해가 바뀌어서 좋게 여긴 적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나이를 좀 먹고는 한살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해가 온다고 해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하루가 가고 한주가 가고 한달이 가고 한해가 가서 다행이다. 그런 게 없었다면 죽 이어지는 나날을 보내야 했을 거다. 같은 날이 되풀이되는 소설도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괴롭겠지.
하루가 시작하고 하루가 끝나는 것은 시작과 끝이 있는 우주 법칙과 같다. 2017년은 나한테 그렇게 좋은 해가 아니다. 다른 때라고 좋았는지. 어쩌다 한번 좋은 일도 있었을 거다. 그런 건 거의 잊어버렸다. 뇌는 살려고 좋은 것이 아닌 안 좋은 걸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하는 것과 같다. 뇌가 그렇다 해도 자신이 좋은 일을 더 기억하려고 애쓰면 그것도 할 수 있을 거다.
올해는 좋은 일을 더 기억하려고 고마운 일을 적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꾸준히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서 적기보다 하루에 하나라도 고마운 일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걸 적기만 하면 안 되고 가끔 봐야 한다. 그것도 게을리 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안 좋았던 건 아닐까 싶다. 이건 올해가 가도 죽 해야겠다. 내 마음을 잘 다스리려고.
십이월이 오면 늘 한해 동안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계획은 없었다. 책 읽고 잘 쓰기, 편지쓰기, 글쓰기. 이건 늘 생각하는 거다. 올해 새로운 계획은 없었다. 책은 지난해보다 덜 읽었다. 편지도 그렇게 많이 못 썼다. 올해는 쓸 사람이 좀 줄었다. 그걸 생각하니 아쉽다. 써도 괜찮았다면 썼을지. 그 일이 아니더라도 시월부터는 별로 못 썼다. 글은 백일 글쓰기를 해서 다른 때보다 많이 썼지만 잘 못 썼다. 이야기도 별로 못 쓰고. 다 못했다는 말뿐이라니. 내가 나를 칭찬해주면 자존감이 조금 올라갈지도 모를 텐데.
한국은 새해를 두번이나 맞는다. 이건 한국만 그런 건 아니구나. 1월과 음력 1월. 새해를 두번 맞으니 처음에 잘 못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다 여기면 더 좋겠다. 새로운 날이라 해도 한해 마무리는 하는 게 낫겠지. 마무리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그저 한해를 뒤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그걸 하면 다음해에 하고 싶은 게 떠오르기도 할 거다. 난 다음해에도 올해와 다르지 않은 걸 할 거다. 그것을 좀더 즐겁게 하고 싶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