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까지는 가을이다. 첫눈이 십일월에 와서 눈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난 아직 눈을 제대로 못 봤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보고 싶다. 그런 눈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하면 안 되겠다. 이상 기온으로 눈이 아주 많이 오면 안 된니까. 적당히 멋지게 눈이 오면 좋겠다. 가을이 가는데 눈 이야기를 먼저 하다니.

 

 봄과 가을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걷기에 좋다. 봄이 바로 왔을 때는 아직 찬기운이 남아서 춥지만, 가을이 바로 왔을 때는 걸어도 괜찮다. 바로는 늦더위 때문에 조금 힘들까. 그래도 한여름 더위보다는 참을 만하다.

 

 요즘 가을은 예전과 다른 것도 같다. 어느 철이나 다르지 않구나. 예전에는 어땠다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다른 느낌이 든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때를 생각하기보다 지금을 잘 보고 느끼는 게 낫겠지. 예전과 다르다 해도 가을에는 여전히 단풍이 든다. 봄에 보는 꽃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을에 보는 단풍은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둘 다 나름대로 좋다.

 

 가을이 오면 자주 걸어야겠다 생각하는데, 늘 생각만큼 걷지 못한다. 잠깐이라도 걸으면 기분 좋은데 게을러서 걷지 않다니. 단풍을 보러 어딘가에 간 적은 한번도 없다. 올해도 그냥 길가에서 나무를 만났다. 그런 나무라도 봐서 좋았다. 언젠가도 이런 말 했구나. 내가 가끔 가는 곳은 도서관과 우체국이다. 우체국보다 도서관에 갈 때 나무를 더 본다. 지난해에는 걷다가 처음으로 산딸나무꽃을 보았다. 올해도 처음 본 거 있다. 그건 산수유다. 봄이면 노랗게 핀 꽃을 보았는데 가을에 열리는 빨간 산수유는 못 봤다. 열매가 달린 걸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건지, 자주 다니는 길이라 해도 잘 보면 지금까지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을 거다. 빨간 산수유 봐서 신기했다. 봄이 오면 노란 꽃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가을이 갈 때쯤에는 빨간 열매로 자신을 드러내는구나.

 

 그동안 내가 산수유를 못 본 건 나무가 자라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무가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 자라야 한다고 들었다. 내가 본 산수유도 이제 열매 맺을 때가 되었나 보다. 지난해 처음 본 산딸나무꽃이나 산딸나무 열매는 올해 못 보았다. 그건 해를 거르나. 그런 것도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겨울에도 아주 춥지 않을 때는 걸어야겠다. 겨울에 보는 나무도 나름 괜찮다. 가을이 가는 건 아쉽지만 다음 가을이 찾아올 테니 괜찮다. 이제 겨울인데 번써 다음 가을을 생각하다니. 겨울도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겨울아, 반가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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