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글쓰기를 하고 아직 한달이 되지 않았을 때 저는 제게 올 마지막 날을 상상하고 썼습니다. 거기에는 바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어딘가 많이 아프지 않고 사는 겁니다. 그렇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요.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 나기도 하잖아요. 사람 몸도 오래 쓰면 닳아서 아플 겁니다. 그런 건 괜찮아요.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암 아니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잖아요. 그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군요. 어딘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달리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걸 생각하고 억지로 무언가를 해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하려면 즐겁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무언가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그렇게 되려고 애써야 하잖아요. 저는 남한테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남은 식구 같아요. 뭔가 바라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잘 안 되기도 하네요. 이런 거 쓴다고 그렇게 될 리도 없는데.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것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할까요. 이 마음도 내려놓아야 편할지도.
저도 제가 이상하다는 거 잘 압니다. 이상하다고 남한테 민폐를 끼치는 일도 없는데. 아니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지금처럼 살아서 싫어할지도. 전 누군가한테 신세지는 거 싫어해요. 누군가에는 식구도 들어갑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는 벌써 많은 사람한테 신세지고 살겠지요.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전기나 물, 책이나 여러 가지 물건을 살 수 있잖아요. 그런 건 고맙게 여겨야겠습니다. 고맙게 여길 일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걸 잊지 않고 살아야 할 텐데.
어떤 일이 저를 괴롭게 하는지 말해야겠지만 그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한다 해도 바뀔 일은 없으니까요.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이 바뀌면 괜찮다고 하지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낫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면 좋을 텐데. 어쩐지 갈수록 자신 없어지는 저네요.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아주 조금 낫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