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슬프고, 슬퍼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건 정해져 있지 않겠다. 식구가 세상을 떠나면 슬픔이나 아픔은 평생 가겠다. 부모의 죽음과 자식의 죽음에서 어느 쪽이 더 슬플까. 이것도 가늠할 수 없겠다. 어쩐지 부모가 죽는 것보다 자식이 죽는 게 더 마음 아플 것 같기도 한데. 경험한 적도 없는 일은 알기 어렵겠다. 언젠가 부모의 죽음을 경험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 무척 마음 아파하고 오래 슬퍼하는 사람을 책에서 봤는데,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어떠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유난히 부모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부모의 죽음을 무척 크게 느낀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할 텐데. 아니 그것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걸 생각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낫겠다. 내 일이 아니어서 이렇게 거리를 두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나 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1979년 10월 26일)부터 롤랑 바르트는 일기를 썼다. 긴 글은 아니고 짧은 글이다.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글을 썼을까. 여기에는 롤랑 바르트가 두해 동안 쓴 글을 모아두었다. 롤랑 바르트가 책으로 내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닐 텐데, 롤랑 바르트가 죽고 다른 사람이 짧은 글을 모아서 책으로 묶었다.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건 마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저 그런 느낌이 드는데, 부모가 죽고 그 일을 오래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겠지. 시간이 흐르면 슬픔은 조금 희미해질 것 같은데 롤랑 바르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조금 그렇게 됐을 때 롤랑 바르트도 세상을 떠난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죽은 사람을 덜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롤랑 바르트는 그것에 죄책감을 느낀 건 아닐까. 그런 사람도 책에서 봤다. 난 실제 보기보다 책에서 만나는구나. 슬퍼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 같다. 사람은 다 슬퍼하고 산다. 그것을 자주 끄집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쩌다 한번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앞에서 말했듯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슬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끝나지 않을 거다. 오래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그만 하고 자기 삶을 살라고도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를 걱정해설까, 오래 슬퍼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설까. 누군가 슬퍼하면 곁에 있는 사람도 그 감정에 물들기도 한다. 잠깐 그렇게 되는 거 안 좋은 걸까. 슬픈 일이 일어나면 실컷 슬퍼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롤랑 바르트 글을 보면서 참 오래도 슬퍼하는구나 했다. 롤랑 바르트는 1980년 2월 25일에 트럭에 치이고 3월 26일에 죽었다. 그때 몸은 치료했지만 마음은 치료하지 않았다니. 사고가 나면 마음도 돌봐야 하는가 보다. 한국은 그러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못한 사람은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하겠지). 사람한테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중요하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기도 한다. 롤랑 바르트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나 보다. 어쩌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건지도.

 

 우리는 슬퍼하는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오래 슬퍼하면 죽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으리라고. 이 말은 산 사람이 하는 거지만 아주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죽었는데 남은 사람이 언제까지나 슬퍼하면 마음 아플 거다. 이런 말 조심스럽다. 오래는 아니지만 가끔 슬픔에 빠져 살면서.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되 살 마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나한테 그런 일이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는데 이런 말을 했구나. 난 가끔 사는 걸 덧없게 여긴다. 잠깐 그러다 만다. 내게는 나를 살게 하는 게 있는 거겠지. 누구나 자신을 살게 하는 게 있다면 괜찮을 거다. 롤랑 바르트한테 그런 게 없었던 건 아니다. 롤랑 바르트한테는 문학이 있었다. 그게 있다 해도 힘이 빠질 수도 있겠지. 아침이 오는 걸 기적으로 여겨도 좋겠다.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오는 건 늘 기적이다.

 

 살다보면 아픔이나 슬픔이 찾아온다. 그것을 안 좋게 여기지 않고 잘 받아들이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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