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한송이 두송이 셀 수 있을 듯 천천히 내리던 눈이 얼마 지나지 않아 펑펑 쏟아졌다. 세상 모든 게 잠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이나 동물도 있다. 늦은 밤에 무엇을 하기에 아직 깨어 있을까.

 

 이층집 한 곳에는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 집에는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살았다. 공부를 하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중학생 아이는 지금 바깥에 눈이 쏟아지는 걸 알까. 조금 추워진 걸 느끼고 눈이 내린다는 걸 알지도 모르겠다. 잠깐 창문을 열고 내리는 눈을 바라봐도 좋을 텐데,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눈 내리는 밤길을 걷는 남자가 보인다. 한 손에 무언가 든 불룩한 봉투를 들었다. 남자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거기에는 아직 불을 밝히고 붕어빵을 굽는 사람이 있다. 바람이 차고 추워서 장사가 잘 안 됐을까. 아직도 장사를 하다니. 늦은 밤에 붕어빵을 사러 나온 사람은 헛걸음 치지 않았다고 웃었다.

 

 이번에는 아파트 지하실이다. 그곳에는 집 없는 고양이가 살았다. 늘 그곳에서 사는 건 아니고 잠시 머물렀다. 새끼를 낳으려고. 고양이를 새끼를 벌써 한마리 낳았다. 사람은 혼자 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동물은 잘 해낸다. 새끼 고양이 네 마리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어미 고양이 품을 잘 찾았다. 어미 고양이는 아직 새끼 고양이를 돌보았다. 언젠가는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는 헤어지겠지. 그날이 오기 전까지 잘 지내기를 바란다.

 

 라디오 밤 방송을 듣다 눈이 온다는 걸 안 사람은 그 소식을 누군가한테 알리려고 편지를 쓴다. 편지가 닿을 때쯤에는 눈이 그치고 녹을지라도 눈 오는 날 느낌은 전해지겠지.

 

 어쩌면 눈은 겨울이 보내는 편지일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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