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는 학교 선생님이 만화는 안 좋은 거다 해서 볼 생각을 못했다. 아니 그때는 만화책뿐 아니라 다른 책도 안 봤구나. 그런 생각은 꽤 오래 갔다. 고등학생 때 어떤 아이는 만화에도 좋은 말이 있다는 말을 했다. 난 그것을 시간이 더 흐른 다음에 알았다.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좋아했다. 만화책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만화영화는 지금도 좋아한다. 예전에 텔레비전을 보다 우연히 <원피스>를 보았다. KBS에서는 루피와 동료가 은여우 폭시를 만나는 것까지 하고 끝났다. 모험은 끝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끝나서 아쉬웠다. 몇해 뒤에 그다음 이야기도 있고 일본에서는 여전히 방송한다는 걸 알았다. <원피스>는 지금도 한다.

 

 다시 본 <원피스>는 더 재미있었다. 내가 봤을 때는 에니에스로비 편이 끝날 때쯤이었다. 이스트 블루에서 레드라인을 넘어 위대한 항로에 들어서고 오랫동안 루피와 동료를 태워준 메리호와 헤어지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럽고 슬펐다. 워터세븐에서 하늘섬에서 가져온 금으로 메리호를 고칠 생각이었는데, 메리호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루피는 힘들게 메리호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에니에스로비에서 로빈을 구하고 그곳에서 달아나야 했는데 루피와 동료는 해군에 둘러싸였다. 그때 바다 밑에서 루피와 동료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메리호였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메리호 혼자 거기에 찾아갔다. 워터세븐으로 돌아가는 바다 위에서 메리호는 힘이 다하고 루피와 동료는 메리호를 바닷속으로 보내줬다. 그런 모습을 본 다음에 책이 보고 싶었다.

 

 내가 <원피스>를 책으로 처음 본 건 1권이 아니다. 나중에 앞에 것도 조금 샀지만. 만화책을 보다가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책이 빨리 나온다는 걸 알고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일본에서 책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말로 나온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책이 나오면 바로 볼 수 있게 되고는 밀리기도 한다.

 

 만화영화 좋아해도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원피스>는 꽤 오래 봐서 신기하다. 책을 본 것도 거의 열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조금 다르고 모험을 해도 여기에는 꿈이 있다. 루피와 조로 나미 우솝 쵸파 로빈 프랑키 브룩은 저마다 꿈을 가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빨리 꿈을 이루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봐야 하는 건 그게 아니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겠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맞닥뜨리는 일을 잘 넘기고 한층 자라 앞으로 나아가는. 그건 우리가 사는 모습과도 같다. 원피스처럼 삶이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하지 않을지라도 자신이 하는 걸 즐기면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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