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흐리고 비 오는 날보다 맑은 날이 좋다. 흐리고 비가 와도 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게 갑자기 생각났다. 비 오는 날 해는 구름에 가려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런 걸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다. 왜 비 올 때는 이런 말 하기도 하잖는가. 해가 뜨지 않아 아쉽다, 아니 해가 보이지 않아 우울해, 그러던가. 어쨌든 흐린 날에는 해가 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생각은 잘못된 거구나.

 

 흐린 날이어도 좋을 때 있다. 그건 눈 오는 날이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써도 걷다보면 신발이나 옷이 젖지만, 눈 오는 날에는 괜찮다. 눈이 쌓였다 녹을 때는 신발이 젖기도 하지만, 그때는 눈이 덜 녹은 곳에 발을 디디면 좀 낫다. 난 눈 맞는 거나 눈 쌓인 길 걷는 거 좋아한다. 눈 밟는 소리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눈이 와서 조금 슬펐던 적 한번 있다. 큰 일은 아니고, 하늘에서 별똥별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날 새벽에 봐야지 했는데, 낮부터 흐리더니 새벽에는 눈이 내렸다. 지금도 그날 눈이 와서 아쉽게 생각하지만, 눈이 오지 않았다 해도 별똥별 못 봤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난 별똥별 한번도 못 봤는데, 그건 평소에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둘레가 어둡고 공기가 좋은 곳에 가야 하겠지. 한국에 그런 곳 있다고 하던데. 별똥별 못 봐도 가끔 별이라도 볼까 보다.

 

 아무리 내가 맑은 날을 좋아해도 늘 맑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비가 내리기를 바라기도 한다. 비가 좀 오래 오지 않아 뭔가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면. 그건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것 같구나. 비가 내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신기하게도 진짜 내리기도 한다. 늘 그런 건 아니다. 오랜만에 비가 온 건 내가 생각한 것과 상관없이 비가 올 때가 돼서였겠지.

 

 날씨를 삶에 비유하기도 한다. 날씨가 맑은 날과 비 오고 흐린 날이 있는 것처럼 삶도 좋은 때가 있고 안 좋은 때가 있다고. 늘 좋은 일만 있어도 그 기쁨이 덜할지도 모를 일이다. 안 좋은 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살면서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찾아와도 마음만은 언제나 맑기를 바란다. 날씨는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자기 마음은 자신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무척 아프고 슬프면 잠깐 거기에 빠져도 괜찮다. 오래 빠져있지 않는다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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