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난 아무소리도 내지 못했다. 언젠가 많은 사람이 나를 옮겨서 이곳에 두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난 멋진 소리를 내고, 사람들은 내 둘레에 서서 노래했다. 노래하는 사람들 얼굴은 즐거워 보였는데 왜 나를 이렇게 어두운 곳에 두고 갔을까.

 

 혹시 그 일 때문일까.

 

 난 스스로 건반을 움직일 수 있다. 새로운 집으로 옮기고는 그것을 보여준 사람은 없었다. 아니 아기한테 한번 보여줬다. 내가 건반은 움직여도 건반 뚜껑은 열 수 없다. 건반 뚜껑을 연 건 그 집 아기였다. 아기는 무슨 힘으로 뚜껑을 열었을까. 아기는 침대에서 나를 보고는 입으로 뭐라고 웅얼웅얼했다. 아기가 그렇게 하자 건반 뚜껑이 열렸다. 그때 내가 건반을 움직여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아기가 자기 힘으로 건반을 눌러 소리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아기보다 내가 먼저 건반을 움직여 소리를 내자 아기가 손뼉을 치고 웃었다.

 

 이곳으로 나를 옮긴 그날은 많은 사람이 집에 찾아와 아기한테 축하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날은 아기가 태어나고 한해가 되는 날이었던가 보다. 사람은 한해에 한번씩 자신이 태어난 날을 축하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 엄마와 아빠가 축하하는 걸 봤다.

 

 아기 엄마가 건반 뚜껑을 열고 생일 축하 노래를 쳤다. 거기 모여 있던 사람은 아기를 둘러싸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안으려고 나를 떠나자, 나도 아기를 축하하려고 건반을 움직였다. 그건 내가 부르는 노래다. 내 노래가 끝난 순간 모두의 눈이 나를 보았다. 곧 누군가 소리쳤다.

 

 “피아노가 저절로 소리를 내다니. 귀신들렸다는 소문 정말인가봐.”

 

 그 말을 듣고 난 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내가 스스로 소리를 내면 귀신 들렸다고 하고는 나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사실 이렇게 어두운 곳에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난 그집 아기하고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창이는 잘 지낼까.

 

 창이 집을 떠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날 바깥에서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나고는 창고문이 열렸다. 귀신들린 다른 물건이라도 두러 온 건가 했다. 이곳은 스스로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악기나 물건이 많았다. 곧 몇사람 발소리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 피아노가 갖고 싶다고 했어요.”

 

 “네. 자신은 귀신들린 피아노가 좋다고.”

 

 가끔 내 소문을 듣고 나를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호기심으로 그런 거였다. 그런 사람 집에서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것보다 그런 사람은 건반 뚜껑도 열지 않고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지 않는다고 나를 떠나 보냈다. 이번에도 그런 사람이가 보다.

 

 여러 사람이 힘을 써서 나를 어떤 집으로 옮겼다. 사람이 내 자리를 잡아주자 바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아노야, 오랜만이야. 나야, 창이.”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처음 온 곳이 아닌 것 같았다. 난 창이 집으로 돌아왔다. 창이는 아기였을 때 일을 잊지 않았나보다. 건반 뚜껑이 열렸다면 대답 대신 노래라도 했을 텐데. 앞으로는 창이 손가락이 건반을 눌러 내가 노래하게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언젠가 창이가 바란다면 내 노래를 들려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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