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글쓰기를 하고 삼십육일이 지나고 삼십칠일째다. 이것을 하고는 책을 별로 못 읽게 되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글인데 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까 할 것 같다. 쓸거리를 바로 떠올렸을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그날 생각하고 쓴 건 좀 걸렸다(거의 그날 생각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떡하지’ 하는데, 쓰고 나서는 ‘썼다’ 했다. 그리고 바로 ‘내일은 뭐 쓰지’를 되풀이했다. 이 말은 전에도 했구나.
지금이 오십일째쯤 됐다면 ‘벌써 반이다’ 했을까. 아니 그때는 ‘아직 반이나 남았잖아’ 했을 거다. 해야 할 것은 ‘아직 반이나 남았다’ 보다 ‘겨우 반밖에 남지 않았다’ 하는 게 나을지도. 아쉽게도 난 그렇게 긍정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반을 하고 반이 남아도 끝날 때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할 거다. 다 하고 난 다음에는 앞으로도 쓸 수 있을까 하겠지.
날마다는 아니지만 며칠에 한번 짧은 이야기 써서 좋았다. 그런 거 쓸 때가 재미있기는 하다. 조금 마음대로 써도 되니까. 잘 안 풀려서 쓰고 나서 줄을 긋기도 하지만. 별일 없는 평범한 건 내 이야기처럼 되고. 내가 쓰는 글에 내 이야기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다는 아니다. 큰일 일어나지 않고 별 거 없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나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막상 그런 걸 읽고는 이건 뭐라고 써야 하지 하기도 한다. 내가 쓴 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아닐지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설이 있지 않은가. 쓰기 쉬워 보여도 그런 게 더 쓰기 어려울까.
내가 한번 써 봐야지 하는 것에는 죽은 사람(귀신)이 나온다. 지금까지 두편 썼다(백일 글쓰기). 다른 것도 하나 생각한 거 있는데 그건 아직 못 썼다. 어쩌면 못 쓸지도. 그걸 먼저 썼다면 다른 걸 못 썼을 것 같다. 어딘가로 가고 사라지는 것도 있다. 내가 내 글로 나를 알려고 하다니, 나도 그런 거 왜 쓰는지 잘 모른다. 큰 뜻 없고 그냥 생각나서 썼다. 아, 내가 평범한 이야기를 쓰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와 균형을 맞추려는 것일지도.
요새 그렇게 좋지는 않다. 책 보고 글쓰기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했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야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