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유경은 웃음지었다. 노랫말처럼 지금 유경은 그야말로 가을 우체국 앞에 서 있다.

 

 며칠전 유경은 어릴 적 친구 미경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유경은 여덟살 때 미경이 사는 동네로 이사했다. 그곳은 시골로 유경이 살게 된 곳은 방 한칸짜리 사글세 집이었다. 거기에는 세들어 사는 사람이 여러 집이었다. 유경이 집에서 나가자 마당 한쪽에서 미경이 다른 친구와 놀고 있었다. 미경이 유경을 보고 말했다.

 

 “야, 너 우리하고 같이 놀래.”

 

 “응.”

 

 둘은 가까운 곳에 살고 나이도 같아서 바로 친구가 되었다. 학교는 같았지만 반은 달랐다. 그래도 학교에는 같이 다녔다. 학교 갈 준비를 먼저 끝낸 사람이 친구 이름을 불렀다. “미경아, 학교 가자.” 또는 “유경아, 학교 가자.”고.

 

 어떤 시간을 지낼 때는 그 시간이 잘 가지 않지만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유경과 미경이 함께 보낸 어린 시절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경은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그때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경 아버지가 일자리를 옮겨서 유경은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미경아, 잘 지내.”

 

 “유경아, 잘 가.”

 

 두 사람은 어려서였는지 헤어지고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경은 중학생이 되고는 반 친구와 편지를 나누면서 미경을 생각했다. 미경과도 편지를 썼다면 좋았을 텐데. 유경은 유경대로 미경은 미경대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쳤다.

 

 유경이 고등학생이 되고 봄과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고 한달쯤이 지난 어느 날 유경한테 편지가 왔다. 유경은 그 편지를 보고 놀라고 반가웠다. 유경한테 편지를 보낸 사람은 미경이었다.

 

 

 

 유경에게

 

 너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다니 신기하다. 유경이 너 나 생각 나. 너네 집하고 가까운 데 살았잖아. 몇해 뒤에 우리집도 시내로 나왔어. 같은 시내에 살면서 한번도 마주치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제라도 너한테 편지 쓰게 돼서 기쁘다.

 

 너네 집 주소 어떻게 알았냐고. 너네 언니하고 우리 언니 같은 고등학교 다녔더라. 예전에도 너네 언니하고 우리 언니 별로 친하지 않았잖아. 친했다면 우리가 좀더 빨리 연락했을 텐데. 얼마전에 우연히 언니 졸업앨범 보다가 너네 언니 보고 주소 찾아봤어.

 

 유경아 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편지 기다릴게. 늘 잘 지내

 

 

 

 미경이가

 

 

 

 아직 미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경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다. 유경은 미경을 만나기 전 설렘을 즐겼다. 우체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유경을 보고 웃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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