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고 해가 질 무렵이면 잠시 걷기도 했는데 며칠 동안은 시간이 나지 않아 걷지 못했다. 날마다 하던 걸 하지 않으니 몸이 굳는 것 같아 해가 저물고 한참이 지난 밤에 걷기로 했다.

 

 준비를 하고 난 밖에 나갔다. 어두운 밤인데도 낮의 열기가 다 가시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갈까 하다 길을 건너 아파트 옆길을 걸었다. 아파트 둘레에는 나무가 있어서, 밤에 보는 나무도 괜찮다. 아니 조금 무서워 보이던가. 그건 가로등이 없을 때겠지. 내가 걷는 곳에는 가로등이 제대로 들어왔다.

 

 불이 모두 꺼진 어린이집 옆을 걷는데 희미하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어린이집에서 좀더 앞으로 걸어가면 아파트로 들어가는 어귀 왼쪽에 공중전화가 있다. 내 생각대로 전화벨 소리는 거기에서 나는 거였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무서워서 그곳을 빨리 지나갔다. 집에는 다른 길로 왔다.

 

 꿈을 꾸었다. 지난 밤에 산책할 때 일어난 일 그대로였다. 한가지 다른 건 내가 전화를 받은 거다. 집에 걸려오는 전화도 잘 받지 않는 내가 꿈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다니.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잠에서 깨고는 꿈을 거의 잊어버렸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내가 즐거워했다는 건 생각났다. 난 무엇이 즐거웠던 걸까.

 

 밤 산책은 겨우 하루 하고 그만뒀다. 전화벨 소리가 들리면 마음 쓰일 거다. 그 공중전화는 다른 데서 걸 수 없다. 혹시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걸려오는 걸까. 공중전화가 없는 곳으로 걸을까도 생각했는데 하지 않기로 했다. 밤에 밖에 나가면 전화가 올지 오지 않을지 알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다 난 그 전화를 받을지도 모른다.

 

 얼마전부터 한밤에 공중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들리고, 밤이면 바깥에서 모든 공중전화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더하는 말

 

 난 밤늦게 깨어있기만 하고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밤에 돌아다니는 거 싫어한다. 아파트 어린이집 공중전화는 집을 나가 길을 건너면 있다. 쓰다보니 아주 없는 것보다 실제 있는 곳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해 전에 이걸 생각하고 전화를 받는 걸로 하려 했는데 이번에 썼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 게 됐다. 얼마전에도 이걸 써 보려고 생각했는데, 아주 다른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걸 먼저 썼다(그건 뭘까, 이렇게 말하면 모르겠구나. 거기에 전화를 거는 게 나온다). 이걸 다 쓰고 나중에는 전화 받는 걸 쓰면 어떨까 했다. 언젠가 그걸 쓸지 안 쓸지 나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은 나는데 정리가 잘 안 된다.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쓰기보다 그냥 쓰는 게 나은 것 같다. 시작하기 힘들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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