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사이에 제가 사는 곳에 도서관이 여러 곳 생겼지만, 다른 곳은 좀 멀어서 가기 어려워요. 만약 빌릴 수 있는 책이 세권보다 많다면 조금 멀어도 다른 곳에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서관 두 곳에서 책을 빌려도 모두 세권밖에 빌릴 수 없어요. 한곳에서 두권 빌리면 다른 곳에서는 한권 빌려야 하는 거죠. 이제 도서관이 여러 곳 생겼으니 한번에 빌릴 수 있는 책이 다섯권쯤 되면 좋을 텐데요. 지난해 팔월부턴가는 달마다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두배로 빌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날이 ‘문화의 날’ 이라더군요. 책을 많이 빌려도 빌리는 기간은 똑같아요. 제가 책을 많이 빌리면 기간 안에 다 못 읽을 거예요. 그러니 지금이 적당합니다. 그러면서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도서관은 집에서 걸어서 25분쯤 걸리고 좀 빨리 걸으면 20분 걸려요. 20분으로 줄이려면 다른 거 안 보고 도서관에 가는 것 하나만 해야 합니다. 제가 가면서 이것저것 많이 보지는 않아요. 길을 건너거나 신호등 앞에 서면 나무를 보거나 하늘이나 사람을 보기도 합니다. 조금 쓸데없는 생각도 해요. 가끔 맞은편에 선 사람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이 저한테 말을 하기도 하더군요. 왜 그러는지. 지금까지 한 두세번이었습니다. 요새는 사람 안 보고 먼 곳을 봐요. 제가 좀 멍하게 있으면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서 나갈 때 준비하는 건 별로 없어요. 다 읽은 책을 가방에 넣고 나가요. 밖에 나가면 여름에는 덥지만 다른 때는 조금 추워요. 처음 느낌은 그런데 걸으면 춥지 않아요. 움직여서 그렇겠습니다. 도서관까지 횡단보도는 네개고 거기에서 두곳에 신호등이 있어요. 가는 길에는 이런저런 가게 우체국 은행 아파트가 늘어섰어요. 이런 건 별나지 않군요. 초등학교도 있네요. 점심시간이 가까울 때 가면 음식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제가 냄새만 맡고 ‘오늘 점심은 뭐구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학생수는 줄어든다는데 제가 사는 곳 둘레에는 초등학교가 여러 곳 있어요. 지금 세어보니 네곳입니다. 아파트가 많아서 그럴까요.

 

 제가 도서관에 걸어가는 길은 늘 똑같아요.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을 텐데 늘 같은 길로만 다닙니다. 자주 봐서 같아 보여도 늘 같지는 않겠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도서관에 가는 길에 있는 아파트 옆을 지날 때가 좋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나무가 있어서 꽃을 볼 수 있거든요. 얼마전에 알았는데 어떤 길은 찻길을 조금 넓히고 거기 있던 나무를 없앴더군요. 나무가 더 있어야 하는데 없애다니.

 

 별거 없는 이야기네요. 무언가 하나 인상깊은 것을 말하는 게 더 낫겠습니다. 그래도 도서관 가는 길은 즐겁습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해서 좋고 나무나 꽃을 만나서 좋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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