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네다섯해쯤 살던 곳은 시골로 집 둘레는 논이 펼쳐졌다. 동네가 그리 크지 않고 그곳과 다른 곳은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았다. 큰 마을이 아니어도 거기 사는 사람을 다 알고 지내지는 못했다. 어려서 그랬겠지. 다행하게도 가까운 곳에 친구가 둘이나 있었다. 나중에는 우리 셋보다 한살 어린 아이가 살게 되고 함께 놀았다.
친구 둘은 나이가 같았는데 하나는 한 학년 위였다. 초등학교 1, 2학년까지는 그냥 친구로 지냈는데 3학년인가 4학년 때부턴가는 자신이 한 학년 위니 언니라고 하라는 거다. 그걸 그 친구가 생각한 건지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건지 잘 모르겠다. 다른 친구는 먼저 언니라고 했다. 난 왜 그래야 하지 했는데, 얼마 뒤 나도 언니라고 한 것 같다. 그 친구 둘이 가끔 나를 따돌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친구는 그 일 기억할까.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친구와 제대로 말 못한 것 같다. 그때는 내가 편지를 쓰지 않아서 주소를 물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구나. 중학생 때 편지로라도 연락했다면 좋았을 텐데. 고등학생이 되고 한 학년 위인 친구가 나한테 편지를 썼다.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 한 학년 위였다.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가 달랐다. 고등학생 때는 두 친구와 편지를 나누었다.
고등학생 때 난 좀 웃겼다. 어렸을 때는 나이 같은데 왜 언니라고 해야 해, 했으면서 고등학생 때는 언니라고 했다. 편지로. 어쩌면 같은 학교 선배여서 그랬던 건지도. 같은 학교여도 학년이 달라서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이런저런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고등학교 마치고는 다시 친구라고 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다시 만났을 때부터 친구라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좀더 편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둘 다 연락이 끊겼다. 한 친구는 몇해 전까지 편지를 나누었는데, 답장이 없어서 나도 쓰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나한테 편지 쓰지 않아도 나는 가끔 편지 쓸걸 그랬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해도 친구가 잘 지냈으면 한다. 어릴 적 친구 둘뿐 아니라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 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