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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서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평점 :
내가 어렸을 때도 죽음을 가끔 생각했겠지만, 지금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기는 해도 내가 언제 죽음을 맞을지가 아니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 기분은 어떨까 하는 거다. 이 생각은 몇해 전부터 했는데, 아마 내가 그 일에 놓여있지 않아서 생각하는 거겠지. 막연히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으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지 않을까 했다.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있지 않을까. 거기에도 정답 같은 건 없다. 그저 자신이 아쉬움 없이 살 방법을 찾아야겠지. 하지만 아쉬움 없는 삶이 있을까. 누구나 다 조금은 아쉬워하고 살 거다.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자신이 놓여있는 형편도 그러면 좀 나을까.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꾸려고 애써야겠지. 다시 생각하니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것도 있구나. 그때는 마음을 바꾸면 좀 나을지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 마음을 생각한다고 했는데, 사람은 다 언젠가 죽는다. 그것을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보존과학자로 국립고궁미술관에서 일하는 정안은 어머니 유전자를 물려받아 오래 살지 못했다. 어머니가 죽은 뒤 정안은 아버지나 외할머니한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정안은 누군가를 깊이 사귀지 않았다. 남이 자신을 떠나갈 것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사귀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정안이 생각한 것도 다르지 않겠다. 정안은 자신이 일찍 죽을 걸 알게 되는 사람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모두가 정안이 얼마 못산다는 말을 듣고 슬퍼하고 떠나가지는 않을 텐데. 정안이 보존과학자가 된 건 오래 자신이 살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정안은 벌써 죽은 미라를 보거나 미라가 입은 옷을 복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상아(이름이 딱 한번 나온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재해로 죽은 사람 식구를 찾아가 위안하는 일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하지 못한 사람도 만났다. 상아 가까이에는 늘 죽음이 있었다. 상아는 죽음에서 달아나려고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은 고궁박물관에서 만난다. 그렇다고 바로 친해지지는 않는다. 드라마가 아닌 소설이니, 드라마라고 해서 두 사람이 바로 친해지는 건 아니지만. 상아는 우연히 고궁박물관에 가고, 정안도 다른 날과 다르게 미라가 전시된 곳으로 나갔다. 상아가 미라 손을 싼 악수(시체 손을 싸는 헝겊)에 손을 뻗으려는 걸 보고 정안은 상아한테 유리를 만지면 안 된다 말하고, 다음 전시 안내장을 상아한테 건넨다. 미라 특별전에서 정안과 상아가 잠시 만나지만 별일은 없다. 마지막은 상아가 힘들어서 정안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정안은 상아를 찾아간다. 정안은 지금까지 하지 않은 일을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아도 시작보다는 그게 끝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아주 조금 희망을 가졌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으로 보아도 되는 걸까,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은 것보다 만난 게 더 나았을까. 두 사람이 만나고 서로 좋아하고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앞날을 알 수 없는 것도 괜찮겠지. 영화는 그런 게 더 많지 않나 싶다. 그런 영화 원작은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위안을 받는 사람도 있을 거다. 상아가 다른 사람을 위안해주는 일을 했지만, 실제 위안 받은 건 상아 같다. 아니 상아만 그런 건 아니겠다. 정안도 위안 받았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