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를 먹고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하던 걸 죽 하기도 한다. 난 책은 어릴 때부터 읽지 못했지만, 걷기는 어릴 때부터 했다. 그때는 일부러 걷기보다 학교에 가야 해서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어딘가에 갈 때면 늘 걷는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만 가지만. 내가 다닌 학교는 모두 집에서 멀었다. 초등학생 때는 동네에 친구가 있어서 학교에 같이 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살던 곳은 시골로 둘레가 거의 논이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논 사이에 있었다. 길 옆에는 논에 물을 대는 작은 개울도 있었는데 비가 내리고 물이 불어나면 뱀이 보였다. 어렸을 때는 뱀을 가끔 봤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한 뒤로는 거의 못 봤다.
중학교 고등학교도 집에서 걸어서 30분쯤 걸렸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늦게까지 공부해서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다. 고등학생 때는 마침 걸어다니는 아이가 있어서 함께 다녔다. 예전에 함께 걸어다닌 친구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락하지 않다니. 혼자 밤길을 다니는 게 무서워서 함께 걸어다녔구나. 어느 정도 걷고 나면 나 혼자 남았다. 10분에서 15분 정도는 혼자 걸었다. 그때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빨리 집에 가서 라디오 들어야지 했을지도.
오랫동안 날마다 걸어서 그랬는지 난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한해에 한번 정도는 걸렸지만. 지금은 거의 걸리지 않는다. 지금 괜찮은 건 감기 바이러스에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힘들이지 않고 할 만한 운동이 뭐냐고 한다면, 난 바로 걷기라고 말하겠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는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다리가 잘 뭉쳤다. 그거 말고는 아픈 데 없었는데, 한동안 걷지 않고 우울하게 지내서였는지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도 아플 때가 있었구나.
옛날 사람은 아주 많이 걸었다. 그때는 탈 것이 적어서 그랬겠지만, 산책이 하루 하는 일에 들어 있었다(한국은 아니었을까). 글쓰는 사람은 걸으면서 생각하고 그걸 썼다. 걸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차가 다니는 곳에서는 정신차려야 한다. 지금을 사니 지금에 맞는 걷기를 하면 괜찮겠지.
걷기가 어디에 좋은지 말하지 못했다. 걷기는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좋다. 몸을 움직여서 그런 거겠다. 몸을 잘 움직이지 않아 몸과 마음이 잘 지치는 사람이 있을 거다(난 몸은 괜찮아도 마음은 쉽게 지치는구나). 날마다 잠깐이라도 걷는다면 몸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을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