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나는 털북숭이에 네발 달린 고양이지만, 단 한번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이걸 안 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얼마전에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그런 깨달음이 찾아왔다. 단 한번이라는 건 마지막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가 사람이 되면 그날 난 세상을 떠나겠지. 함께 사는 사람 혜영과도 헤어질 거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혜영이 집으로 들어왔다. 다른 날보다 늦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을까.
“피, 다녀왔어. 오늘 잘 지냈어.”
혜영은 늘 집으로 들어오면서 나한테 오늘 잘 지냈느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양이 말로 “응, 뭐 그럭저럭.” 하는데, 혜영은 그 소리를 “야옹, 야옹.”으로 알아들었다. 사람과 고양이는 다른 말을 쓰니 어쩔 수 없다.
내 이름은 피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피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혜영이 나를 보고 자꾸 “피.”, “피.” 해서 내 이름인가 했다. 내가 태어나고 고양이 엄마와 잠깐 살 동안 들은 이름은 피가 아니었다. 그건 무척 오래 전이어서 생각나지 않는다.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피라는 이름 괜찮다.
“피…….”
집으로 들어온 혜영이 이상하다.
혜영은 집에 오면 옷을 갈아입고 내 밥을 챙겨주는데 지금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누워 있다. 아니 쓰러졌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아까 혜영이 들어오고 뭔가 소리가 난 것 같다. 난 혜영한테 가까이 다가가 앞발로 혜영을 건드려 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을 핥아도 눈을 뜨지 않았다. 난 쓰러진 혜영을 보고 지금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보세요. 여기는 해돋이 아파트 101동 205호예요. 엄마가 집에 오자마자 쓰러졌어요.”
내가 혜영을 엄마라고 하다니. 사람으로 변신했더니 여자아이 모습이었다. 119에 전화하고 5분이 지났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이제 나는 가야 한다. 혜영이 깨어나면 내가 없어서 슬퍼하겠지만 난 기쁘다.
“잘 지내. 사람 엄마. 그동안 즐거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