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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평점 :
누군가한테 사람이 죽임 당하면 형사나 탐정이 범인을 찾는 모습이 나올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형사나 탐정이 아니고 죽임 당한 사람 둘레 사람이 범인을 찾으려 해. 그래선지 누가 범인인지 확실하게 나오지 않아. 그저 가설만 남았을 뿐이야. 그 가설을 믿을지 말지는 책을 읽는 사람 몫일지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이 소설만은 아닌가봐. 난 본 적 없지만. 미스터리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 지금까지 내가 만난 건 아주 조금이야. 다른 걸 볼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찾아본 적도 없어. 어쩐지 난 하나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하는 것 같아.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아. 소설만은 여전히 보는 걸 보면. 소설을 안 보게 됐다는 사람도 있잖아. 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지만, 여전히 사람이 어떤지 알고 싶어. 어쩌면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알고 싶은 건지도.
사람이 죽임 당하는 것을 보면 난 죽더라도 자연스럽게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죽은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잖아. 죽은 사람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그 사람이 남긴 거나 그 사람을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어. 죽은 사람을 아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지 않겠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야. 사람은 상대와 만날 때보다 헤어졌을 때 자신이 그 사람을 몰랐다는 걸 알게 돼. 이건 이성뿐 아니라 친구 식구도 마찬가지야. 그러고 보니 예전에 죽은 사람이 어땠는지 알아보는 이야기를 본 것도 같아. 그 이야기가 어땠는지 잊어버렸지만. 거기에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더 생각하자고 말했을지도. 이 소설 《프리즘》에서 죽임 당한 사람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야. 야마우라 미쓰코가 죽었다는 말을 들은 5학년 2반 아이 네 사람이 누가 미쓰코를 죽였는지 생각해. 두번째는 미쓰코와 함께 일한 학교 선생님 사쿠라이가. 다음에는 미쓰코가 사귄 예전 남자 친구가, 마지막은 미쓰코와 사귄 학생 아버지가 알아봐.
앞에서 말했듯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아. 재미있다고 해야 하는 건 앞에 사람이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음에 이야기를 끌고 가. 상대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기만의 답을 내기도 해. 그런 모습은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자신)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잖아. 그것도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 때문에 하는 걸 거야. 죽은 사람을 보내주려는 의식이지. 그렇다 해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억울하게 죽은 사람 식구가 그렇겠지. 이것을 보니 누군가한테 좋은 사람이 누군가한테는 짜증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그건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일 거야. 아이는 어른이 자신들과 비슷하게 어린이 같으면 좋아해도, 같은 어른은 그 모습이 좋지는 않을 거야.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은 별로 순수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미쓰코는 정말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몰랐을까. 아예 생각을 하지 않은 건지. 나쁜 뜻 없이 하는 행동일지라도 상대는 그것을 안 좋게 여길 수도 있는데 미쓰코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았어.
아무도 모르면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미쓰코와 만난 학생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학생한테 약을 먹이고 나쁜 짓을 하려 한 남자 선생님도 그랬어. 나쁜 짓한 걸 아무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건 맞지 않는 말이야. 그 일을 한 자신이 알잖아.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마지막에 미쓰코와 사귄 학생 아버지가 생각한 일 맞을지도 모르겠어. 여러 사람 말을 듣고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런 게 떠오르지 않아. 아니 하나 있기는 한데 실제 일어나기 힘들 것 같기도 해. 어쩌면 미쓰코는 사고로 죽고 그 사고를 이용한 건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편하고 싶은 건지도. 사람 마음속 어둠은 가늠할 수 없을 거야. 어떤 일을 겪어도 그것을 털어내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 마음이 단단한 사람도 있고 아주 무른 사람도 있어. 모두한테 같은 걸 바라면 안 되겠지.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아 아쉬워. 이런 이야기도 있을 테지만. 소설에서는 그렇다 해도 소설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혔기를 바라. 사람이 죽은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 모든 사람한테 자신을 맞추지는 못해도 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해도 자기 마음이 상대한테 잘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대 마음을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건 아주 다를 거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