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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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들어갔다. 여덟해 뒤, 제1차 세계전쟁이 한창일 때 스토너는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강사가 되고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8쪽)

 

 

 앞에 쓴 것은 소설 맨 앞부분으로 이 소설을 짧게 정리한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 삶은 참 짧은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짧은 말만 보고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겠지요. 저 말로 알 수 있는 건 윌리엄 스토너란 사람이 살았다는 것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기억되거나 잊히겠지요. 잊히는 사람이 더 많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고 살다 죽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다 죽는지 잘 모릅니다. 가까운 사람 삶이라고 다 알까요. 저는 잘 모르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그저 살아갈 뿐이지요. 소설을 보고 누군가의 삶을 알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아내기도 하겠지요. 모든 소설이 그런 건 아니고 유난히 삶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어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엄청난 일을 겪고도 살아가요. 어떻게 그렇게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까 싶습니다. 운이 엄청 없어서 그런 건지 시대가 어지러워선지.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지러운 시대를 사는 사람이 모두 거기에 휩쓸리는 건 아닐 거예요. 깊이 휩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덜 휩쓸리는 사람이 있겠지요.

 

 이 소설을 볼 때 잠깐 다른 소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대 때문에 여러 일을 겪은 사람 이야기였어요. 많은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도 있지만 한사람 삶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도 있어요. 한사람을 깊이 다룬다고 해도 그 사람 둘레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군요. 그 사람한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지요. 한사람은 아주 많은 사람과 이어져 있기도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고 살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이 자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밖에 모르고 삽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왜 이런 말을 늘어놓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 소설에 나오는 윌리엄 스토너는 많은 일을 겪지는 않아요. 제1차 세계전쟁과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나기는 해도. 전쟁에 나간 미국 사람은 많았지만, 미국이 싸움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지만, 그건 스토너가 사는 때는 아니예요. 그렇다고 스토너가 전쟁을 아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군요. 잠시 전쟁에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사귄 친구 하나는 전쟁에 나가 죽고 맙니다. 죽었지만 스토너는 그 친구를 생각해요. 그 친구가 죽지 않았다면 스토너가 다르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그 친구는 스토너와 마음이 좀 맞았는데.

 

 앞에서 이야기를 불쑥 꺼내고 말았네요. 스토너 부모는 농부였어요. 아버지는 스토너가 농업대학에서 공부를 한 다음에 농사 짓기를 바랐는데, 스토너는 문학을 좋아하게 되고 그쪽 공부를 합니다. 이런 건 오래전 한국을 생각나게 했어요. 한국 부모는 자식이 공부하고 농사 짓기보다 다른 일을 하기를 바랐군요. 스토너는 대학에서 아처 슬론 교수를 만나고 자신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데 맞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다음에 스토너 삶에 들어온 건 이디스예요. 스토너는 왜 이디스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확실하게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이디스를 좋아하면 되겠지 생각한 건지, 이디스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낀 건지. 그것보다 이디스가 확실하게 자기 마음을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스토너가 이디스한테 결혼하자고 했을 때 이디스가 좀 이상했는데, 스토너는 그런 모습을 모르는 척한 것 같기도 합니다. 스토너는 흘러가는대로 산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디스하고 일이 그랬습니다. 결혼은 아무것도 모를 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결혼하고 별로 좋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스토너가 살았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토너도 시대에 영향을 받았군요. 아니 스토너는 이디스를 좋아했습니다. 좋아했지만 그게 오래 가지 않았어요. 겉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어한 걸 좋아한다고 느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너는 결혼하고 한달도 안돼 그 결혼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아요. 그러면 헤어지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스토너는 참고 삽니다. 스토너한테는 일이 있었습니다. 몇해 뒤 딸이 태어나고 스토너는 딸한테 마음을 쏟아요. 스토너는 딸과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이디스가 딸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 했어요. 이디스는 참 제멋대로였어요. 그런 이디스도 안됐다고 생각해야겠지만. 이디스는 스토너 서재를 빼앗았습니다. 스토너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혼자였어요. 어떤 학생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영문학과 학과장(로맥스)하고는 사이가 영영 틀어집니다. 스토너는 로맥스가 미주리 대학에 왔을 때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는데, 로맥스는 왜 스토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너는 마흔셋에 진짜 사랑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건 불륜이지만, 스토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난 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디스하고 헤어지고 캐서린하고 떠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스토너는 그러지 않아요. 스토너와 캐서린이 자신 그대로기를 바랐습니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는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 게 더 낫다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스토너 삶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디스하고 잘 지내지 못하고 딸 그레이스와도 멀어졌지만, 좋은 때도 있었어요. 그레이스가 이디스 때문에 힘들 때 스토너가 좀 도와줬다면 좋았겠지만, 스토너는 그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겠지요. 스토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짧았지만 사랑도 했네요. 그 정도면 잘 산 거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에서 교수가 되고 좋은 자리에 앉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좋은 건 아니죠. 이 소설을 쓴 존 윌리엄스도 스토너처럼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용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걸 했을 것 같아요. 그런 삶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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