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박주영

  다산책방  2016년 10월 04일

 

 

 

 

 

 

 

 

 

 

 

 

 

 

 지금 스파이가 있는 곳 있을까. 간첩, 공작원.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랬을까, 그렇게 된 걸까. 이런 물음이라니. 이 세상에 나면서부터 간첩인 사람은 없겠군. 세상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누군가 그런 사람을 만들겠지. 간첩은 자신의 생각으로 움직이기보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따르기만 해야 해.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겠지. 간첩에는 나라나 자신이 우러러 보는 사람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 사람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는 거여서 나을까. 자신이 믿는 것 때문에 일하는 거니까. 간첩이라고 해서 다 누가 시키는 일을 그대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누군가는 간첩이 되어 세상을 바꾸려고도 하겠군. 말을 잘 듣는 척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그런 사람이 없다 생각하면 좀 아쉬울 것 같아.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간첩 이야기를 조금 한 것은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간첩(스파이)이기 때문이야. 누군가는 자신이 간첩인지도 모르고 살고, 누군가는 자신이 간첩인 걸 알고 좀더 위로 올라가려고 해. 어쩐지 간첩과는 좀 달라 보이는 사람도 있어. 그건 소설가 Z야. 다들 이름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알파벳으로만 말해. 이것도 무슨 뜻이 있는 것일 텐데. 그건 여기 나오는 몇사람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살아설지도 모르겠어. 간첩이 나오지만 소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아. 감시하고 감시받는 모습. 자본주의를 밀어부치려는 사회. 돈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일을 하지.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생각하지 않아. 돈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기는 사람도 많아.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이라는 말도 해.

 

 계급이라는 게 지금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래전에는 그게 더했어. 계급에서 위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위에 있고 밑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밑이었어. 지금도 다르지 않아. 잘사는 사람은 늘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늘 못살아. 위에 있는 사람은 밑으로 내려오고 싶지 않을 거야. 밑에 있는 사람은 위로 가고 싶을까. 가고 싶어서 열심히 살기도 하겠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일은 일어난다 해도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건 무척 어려울 거야.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가 아주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척 힘들어. 이건 올라가려고 해 보기도 전부터 벌써 졌다 생각하는 걸까.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못한다 말하면 꼴불견이다 해. 이룰 수 없다 해도 해 봐라 하는 건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 아닐까. 그것을 하는 사람이 즐겁다면 좀 낫겠지만, 즐겁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잘살려고 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아주 많으면 어떻게 될까. 무언가를 갖는 사람도 있지만 줄 끝에 있어서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우리는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을 보고 가야 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지금은 세상에 책이 아주 많아. 옛날에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책을 보고 정보나 지식을 얻었어.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람은 밑에 사람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랐어. 이제는 책이 많고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해. 이것도 음모일까.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시간이 없다 해도 책 읽을 시간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시간이 조금 있어도 그때 책을 보기보다 틀면 바로 나오는 영상을 보겠군. 영상을 보는 게 나쁜 건 아니야. 그것을 보기만 하면 안 되겠지. 생각을 하고 보아야 해. 책도 읽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한번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잊어버려. 책 읽은 느낌을 쓰거나 그 책 이야기를 누군가한테 하면 좀 낫겠지. 잘 쓰지 못해도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건 그래설까. 아니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쓰다보니 버릇이 들었을 뿐이야. 이런 버릇이 아주 좋은 건 아닐지 몰라도 아주 나쁜 건 아니겠지. 책을 읽고 이렇게 쓰는 것도 세상에 아주 조금 도움이 되겠지. 이 소설을 보니 사사키 아타루가 책을 읽는 건 혁명이다 한 말이 생각났어. 어딘가에 《패자의 서》가 정말 있을지도. 점과 점이 이어지고 선이 되고 면을 만들어.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야. 《패자의 서》는 한사람이 쓰는 게 아니고 여러 사람이 쓰는 거야. 세상을 이루는 한사람 한사람 같군.

 

 제목에서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보는 눈인지 했어. 소설 마지막에서 조용하게 내린 눈이 세상을 바꾸었다 말해.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조용하게 바뀌는 것일지도. 먼저 바뀔 수 있다고 믿어야 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있어야겠군. 그건 소설이 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런 소설을 보면 세상을 조금 엿볼 수 있겠어.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만은 아닐 거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소설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소설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문제없지만 읽어보는 게 좀더 낫다고 생각해. 사람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건 아주 적고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잖아. 책을 만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 기를 수 있을 거야.

 

 

 

희선

 

 

 

 

☆―

 

 혁명은 사람들 기억과 핏속, 심장에 있다. 모든 사람 피를 세탁할 수도 모든 사람 기억을 지울 수도 모든 사람 심장을 바꿀 수도 없다. 피는 흐르고 기억은 숨고 심장은 뛴다. 어디선가 여전히.  (190쪽)

 

 

 나 하나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멈출까.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고 나 혼자만 죽게 될 뿐이다…… 억울하지만 더 억울해지기는 싫다……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이 바뀌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게 되면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악의 악순환을 바꾸어야 한다.

 

 시작은 나 하나로도 세상은 바뀐다는 것이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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