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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평점 :
이 책이 나온 날은 2016년 9월 12일이다. 그날 경주 쪽에서 진도 5.8 지진이 일어나고 많은 곳에서 그것을 느꼈다. 여진은 몇달 동안 이어지고 요새도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그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지진 대피훈련을 하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 사이에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게 나왔다(요새는 나오지 않는다).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과 이 책이 나온 날짜가 같은 건 그저 우연일 거다. 우연이지만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한국에서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건 영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영화가 했지만. 경주나 경주와 가까운 곳만큼은 아니지만 지진이 일어나는 걸 몇번 느껴서 가끔 걱정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꿈을 꾸기도 했다(이 말은 처음이 아니구나). 지진이 일어나는 건 막을 수 없다. 지진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게 아니고 건물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건물을 짓지 않을 수 없겠지.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그것을 생각하고 건물을 지었지만 한국은 그렇게 지은 지 얼마 안 됐을 거다. 일본도 많이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먼 앞날까지 보지 않았을 거다. 지금 돈을 벌려고 빠르게 건물을 올렸겠지. 이제는 빠르고 편한 것보다 다른 걸 생각해야 한다.
앞에서 지진 이야기를 해서 마치 여기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구나. 지진은 일어나지 않지만 책속 배경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그때는 원자력발전소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진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썼겠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나고 시간이 흐른 2011년 3월 11일에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것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어졌다. 지진 해일로 죽거나 집을 잃은 사람도 많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죽거나 살던 집을 떠난 사람도 많다. 사람만 피해를 입은 건 아니다. 동물도 죽고, 죽이고 식물도 방사능에 오염됐다. 그 일을 당한 사람과 보기만 하는 사람 마음은 다를 거다. 재해나 사고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우울하지만. 사람이 편하게 살려고 만드는 것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을 거다. 많은 사람 희생이 있어서 과학이 발달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은 못해봤다. 예전에 핵분열을 찾아내고 연구한 과학자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그걸 보고도 과학자는 그 연구를 그만두지 않았구나.
예전에는 전기가 모자라서 가끔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 아주 더운 여름에 잠깐 끊길까. 원자력발전 때문에 전기가 끊어지지 않겠다. 일본은 한국보다 땅이 넓어서 원자력발전소가 더 많다. 지금은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보다 더 늘었겠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가 동쪽에 모여있고, 오래된 것도 있고 새로 짓는 것도 있다. 지난해 9월 12일에 경주에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한국에 다른 일이 터져서 원자력발전소 일을 덜 생각하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자력발전소 잊지 않아야 한다. 원자력이라 하지만 이건 핵이다. 핵은 무섭게 들리지만 원자력은 무섭게 들리지 않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왜 그때 일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도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걸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11년에는 조금 생각했겠지만 잠깐이었다. 그때도 한국에 원자력발전소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몰랐다. 어느 정도나 있는지 찾아본 건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알고 난 뒤다. 한국에서 먼 곳에서 일어난 사고라 할지라도 그런 일이 한국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원자력발전을 잘 아는 사람은 그게 진짜 안전하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니시키 중공업 고마키 공장에서 시험 비행을 하려는 커다란 헬리콥터 ‘빅 B’가 저절로 움직였다. 누군가 빅 B를 훔친 거였다. 그것을 훔진 사람은 자신을 천공의 벌이라 하고 빅 B를 신양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하늘 높이 띄웠다. 천공의 벌은 빅 B에 폭발물이 실렸다고 하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헬리콥터를 원자로에 떨어뜨린다고 한다. 빅 B 안에는 헬리콥터를 연구한 야마시타 아들이 타고 있었다. 천공의 벌이 바란 것은 일본 안에 있는 원자로를 모두 쓸 수 없게 하는 거였다. 정부가 그 말을 들을까. 아이를 구할 때도 속임수를 썼는데. 천공의 벌은 빅 B에서 아이를 구하게 했다.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지금 움직이는 원자로를 모두 끄고 그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거였다. 다행하게도 아이는 구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사람과 결정한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겠다. 결정이라도 잘못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다.
빅 B에서 아이를 구하려고 원자로를 끄고 여러 곳 사람 모습이 나온다. 이 일이 일어난 때는 팔월로 무척 더웠다. 잠깐 더운 것을 안 좋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고 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안 된다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없으면 괜찮다 여겼다. 원자력발전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기에서 일하고 병에 걸린 사람이나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한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다. 원자력발전이 아닌 다른 것도 있을 텐데,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원자로에 쓰이는 연료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 테니 아주 없지 않겠다. 좀더 많은 사람이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그걸 안다고 바로 뭔가 할 수 없다 해도 전기를 아껴쓰려 하지 않을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구나. 더울 때는 덥게 추울 때는 춥게 지내는 것도 괜찮다. 전기를 아주 안 쓰는 건 어렵겠지만 덜 쓰는 건 할 수 있겠지.
이 책을 보면 원자력발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옳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이 아니면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거다. 나도 다르지 않다. 큰 일은 못하더라도 작은 일은 실천하고, 가까운 곳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돕기를 바란다. 그것만 해도 세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세상을 바꾸는 건 그렇게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일이 자꾸 일어나고 그게 쌓여서 조금씩 바뀔 거다. 원자력발전소도 천천히 없애면 좋겠다.
희선
☆―
일상생활 속에서는 원전을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조차 아주 가까이에 원전이 있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뒤 여러 매스컴에서 ‘지진과 원전’이라는 문제를 다루었을 때에야 겨우 그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정도다. 모르는 척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감각이 둔해졌다는 증거였다. (96~97쪽)
“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게 있어. 원전도 결국 그런 것에서 하나야.” (5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