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보다 더 옛날 고려시대는 잘 모르지만, 조선시대에는 여자가 공부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한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았군요. 조선시대에 시를 짓고 그림 그린 여성도 있잖아요.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한국전쟁을 겪은 뒤에도 여자, 딸은 공부하기 힘들었습니다. 딸은 공부보다 집안 일을 돕거나 동생을 돌보아야 했습니다. 그때는 모두가 그랬기 때문에 거기에 따랐겠지요. 누구나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한 건 언제부턴지, 그건 초등학교까지였지요. 이제는 중학교까진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호적에 올라가고 몇해가 지나면 학교에 다니라는 게 나오는군요.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단체생활 싫어하는 제가 어떻게 학교에 다녔는지 신기하다고 한 적 있는데, 제가 학교 다니기 전에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했어요. 이걸 생각하면 좀 우습군요. 학교에 다니기 전 저와 학교에 다니고 난 뒤 저는 조금 달랐네요. 학교에 다니기 싫어도 그걸 참고 다녔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녔기에 어느 정도 글을 읽고 쓰기도 하는군요. 아니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글 공부는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네요.
여기 실린 시는 나이 많은 분들이 쓴 거예요. 그동안 한글 공부할 시간도 없이 살다 나이를 많이 먹고 한글 공부를 하고 시를 썼어요. 시를 보니 어린이가 쓴 시와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나이를 먹으면 다시 어린이가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맞춤법은 조금 틀려도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썼습니다. 그런 글이 더 좋지요. 읽기에 좋고 마음에 바로 와 닿잖아요. 시를 어렵게 생각하게 하는 건 어려운 말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많이 배우면 어려운 말을 쓰겠지요. 아니 그것보다 책에서 자주 본 말을 그대로 쓰는 거겠네요. 책에는 어려운 말이 많잖아요. 가끔 저도 한자말을 저도 모르게 쓴 걸 보고 고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귀찮아서 그대로 두기도 해요. 한자말 하나도 안 쓸 수 없겠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쉬운 말이 떠오를 거예요.
결석하지 않고 꼬박꼬박
배워온 한글 공부
아무리 써도 서툴다.
택배 주소도 쓸 줄 몰라
우체국 여직원 손 빌렸다
용기 내어 내 손으로 주소를 써 갔더니
여직원 둘이서 의아한 표정
“할머니 누가 쓰셨어요?”
“뭐 잘못 썼나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장하십니다.”
흥이나 한글 공부 얘기에
푹 빠졌다.
-<고마운 한글 공부>, 김옥순 (43쪽)
시를 쓰라 하니
눈아피 캄캄하네
글씨를 모르는데
어짜라고요
-<글>, 박정순 (48쪽)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시가 뭐고>, 소화자 (55쪽)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평생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어려운 공부는 머리가 잘 돌아갈 때 해야 좀 잘하고 마음이나 삶 세상을 알려는 공부는 늘 해야겠군요. 아니 어떤 공부든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적을 때 하는 것보다 익히는 속도가 느리다 할지라도. 그런 걸 하다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게 보이겠지요. 글을 몰랐던 사람이 글을 알면 세상이 더 밝아보일 것 같습니다. 시를 보니 글을 몰라 택배를 보낼 때 다른 사람한테 써달라고 하던 주소를 한글 공부를 하고 자신이 쓰고 뿌듯하게 여기는군요. 다른 시에서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책을 보기도 해요. 나이를 먹으면 더 쓸쓸할까요. 시를 쓴 분들 젊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서 쓸쓸함도 몰랐겠습니다. 저는 혼자 지내도 그렇게 쓸쓸하지 않아요. 이건 책을 읽어서군요. 사람이 많을 때 더 쓸쓸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걸 인터넷 안에서 느낍니다. 차라리 안 하면 나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고 힘들면 그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가 와도 책읽기 편기쓰기는 하고 싶군요.
제 삶은 단순하고 특별한 게 없어요. 늘 쓸 게 없다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제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든 둘레든 잘 둘러보면 할 말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요. 여기에서는 삶을 볼 수 있어요. 농사 지은 것을 나누어 먹는 따듯한 이야기, 비가 오지 않아 비가 오기를 바라는 이야기, 먼저 간 남편을 그리는 이야기, 전쟁 때 피난가는 이야기, 아버지가 아파서 공부 못한 이야기, 한글을 배우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이 된 이야기. 가난할 때는 다른 걸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기도 합니다. 그때가 지나고 형편이 나아지면 마음이 헛헛하지 않을지. 그럴 때 시를 만나거나 쓰면 좀 낫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군요. 그런 사람은 어딘가에 가야겠습니다. 그런 곳 있을까요. 시를 쓴 분들은 한글 공부를 함께 했습니다. 그런 모임이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시와 삶은 함께 해야겠지요. 더 말하고 싶은데 생각나지 않습니다. 멋진 말을 쓰려 해서 잘 생각나지 않는가 봅니다. 시만 말했지만, 시 소설 다른 글쓰기도 다 괜찮습니다. 읽고 쓰기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예요. 그럼 이제 마음속에 떠오르는 걸 써 보세요.
꽃샘추위
봄은 겨울이 떠나는 게 아쉬워
겨울 끝자락을 붙잡고,
겨울은 그런 봄이 안쓰러워
잠시 봄 곁에 머물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