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덜 추운 것 같았는데, 눈이 오기도 하고 잠시 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덜 춥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덜 춥네 하고 옷을 가볍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리기 쉽다. 감기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걸리지만, 사람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추울 때 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감기에 덜 걸리겠지. 초봄에 이제 좀 따듯하구나 하고 옷을 가볍게 입을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사월초까지 추웠는데, 이렇게 말하니 옛날 사람 같구나. 사월초에 벚꽃이 핀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월이 오고 입춘이 지났다. 덜 추운 겨울이라 해도 지내기 어려운 사람도 많았을 거다. 난 손이 덜 시려서 좋았다. 책 읽고 쓰고 가끔 편지를 쓰지만. 손이 시리면 글씨 쓰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손이 아주 시리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볼펜을 쥐기에 힘들지 않았을 뿐이다. 봄은 아주 가까이에 다가왔다.

 

봄이 오고 햇살이 따스해지고 꽃이 피어도 여전히 마음은 겨울인 사람도 있겠다.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건 쉽지 않겠지. 그런 것을 해주는 것에 소설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구원은 신이 하는 게 아니기도 하다. 종교 때문에 구원받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신을 믿어설까, 종교로 자기 마음을 달래설까.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건 자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라일 것 같다. 남을 도우면 자기 마음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사랑과 용서도 말하겠다. 아니 사랑 하나를 크게 말할까, 사랑 안에 용서가 들어갈 것 같다. 소설을 말하다가 종교로 잠깐 빠졌다. 소설과 종교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종교를 잘 모르니 이 정도만 말할까 한다. 그렇다고 내가 소설을 많이 아는 건 아니다. 그저 나한테는 소설이 종교보다 더 가까울 뿐이다. 소설과 종교 이야기를 한 사람 있을까. 갑자기 그게 알고 싶기도 하다니. 잠깐 생각하니 종교와 소설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앞에서도 했구나.

 

난 우울할 때 책을 본다. 예전에는 잠을 잤는데, 지금은 책을 본다(잠 잘 때도 있다). 우울할 때만 보는 건 아니고 늘 보고 우울할 때도 본다. 우울할 때 책을 보면 우울함이 좀 사라진다. 그때 보는 게 소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사람은 어느 때 소설을 볼까.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거여서, 난 정해놓고 보는 일은 없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을 때 소설을 더 만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잘못 고르면 소설에서 더 어두운 현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소설 때문에 가라앉은 마음이 더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쪽은 좀 나아지기도 할 거다. 우울하고 어두운 소설을 보면 자신만 힘들게 사는 게 아니다 생각한다. 그것 또한 구원 아닐까.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그렇게 크지 않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얻기에 많은 사람이 소설을 만나겠지.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구원받기도 하겠다.

 

 

    

 

 

 

이번에 여러 사람이 ‘구원’이라는 주제로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문학은 거의 구원을 생각하고 쓰지 않을까 싶다.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있는데 그걸 만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책연이 닿으면 만나는 거고 닿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겠지. 살기도 힘든데 책을 어떻게 읽나 할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책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 소설을 보면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기도 한다. 남을 자신 안에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게 소설 같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기도 하지 않는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때지만. 어떤 때는 나쁜 사람 마음에 동화되기도 하는구나. 소설이기에 그럴 수 있겠지. 자신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겠다. 난 가끔 소설 만나는 거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주 만나는구나.

 

전에 악스트에서 다른 나라 작가 만난 건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읽었다. 다른 나라 작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돈 많이 들겠다 생각했는데, 그 나라에 가서 만나는 게 아닌가 보다. 다와다 요코와는 전자편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와다 요코가 글 쓴 시간이 짧지 않은데 난 잘 모르는 작가다. 일본말과 독일말로 글을 쓴다고 한다. 한국말과 일본말은 비슷한 게 많아서 일본말로 쓰인 책을 보는 느낌이 어떤지 말하기 어렵다. 좀더 만나면 나도 좀 다른 걸 느낄 수 있을까.

 

 

 

*더하는 말

 

소설뿐 아니라 책은 읽기만 하면 쉽게 잊어버린다. 언제부터 읽고 썼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써도 잊어버리기는 마찬가지다. 쓰고 잊는 것과 쓰지 않고 잊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꼭 책을 읽고 뭔가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쓰거나 누군가한테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 읽고 쓰는 게 아니더라도 그냥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써도 괜찮다. 책(소설)을 읽는 것 못지않게 글쓰기도 자신한테 도움이 된다. 자기 구원이라 할까, 글을 쓰다보면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이것도 큰 것보다 작은 것이겠다. 구원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한번으로는 끝나지 않는. 이것은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자기 자신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