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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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에 안 갈 거야. 아주 졸리거든. 추워. 학교에서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는 나보다 크고 나보다 힘도 센 애가 둘 있어. 내가 걔들 옆을 지나가면 팔을 벌리고 내 앞길을 막아. 난 무서워.

 

난 무서워. 학교에 안 갈 거야. 학교에서는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아. 모든 것이 밖에 있어. 교문 밖에.

 

보기를 들면 집에 있는 내 방. 그리고 엄마, 아빠, 내 장난감들, 발코니에 있는 새들, 학교에서 이런 걸 생각하면 울고 싶어. 그러면 창밖을 보지.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어.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거기 있는 건 다 싫어.  (<학교에 안 갈 거야>에서, 65쪽)

 

 

한국도 잘 모르는데 내가 터키라고 알까. 한국은 터키를 형제 나라라고도 한다. 찾아보니 한국보다 터키가 더 그렇게 생각한단다. 한국 전쟁과 상관있을까 했는데, 터키와 한국은 돌궐(투르크)일 때와 고구려일 때부터 동맹을 맺고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몰랐던 일을 하나 알게 되었다. 터키 역사책에는 그게 잘 나왔나보다. 그런 것은 숨길 만한 게 아니지만 터키는 숨기는 게 있다. 아르메니아 사람을 많이 죽인 일이다. 오르한 파묵이 그 일을 말해서 나라한테 소송 당했다. 예전에 오르한 파묵과 터키 정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 일이었나보다. 터키는 아주 자유로운 나라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오르한 파묵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오르한 파묵이 터키 사람이라는 거 나중에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오르한 파묵을 알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받았다는 말 듣고 알았을지도. 내가 읽은 책은 《내 이름은 빨강》이다. 《순수 박물관》은 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냈다. 책은 못 읽었지만 오르한 파묵이 쓴 책 제목은 안다니 신기한 일이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철도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아버지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돈이 많아설까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어했지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았다.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을 때리거나 야단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프랑스로 떠나서 어머니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오르한 파묵이 작가가 된 건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한 파묵은 아버지 서재에 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었다. 이건 보르헤스와 같은 점이구나. 아니 많은 작가가 집에 있는 책을 읽었다. 오르한 파묵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일곱살에서 스물두살까지 화가가 되려고 했다. 이 책 속 그림은 오르한 파묵이 그린 거겠지. 대학에서 건축학을 배우다 그만두고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다. 다른 식구는 오르한 파묵이 소설가가 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찬성했다. 오르한 파묵이 처음 쓴 소설을 아버지한테 보여주니 좋다고 하고, 언젠가 상을 받을 거다 했다. 이때 아버지가 말한 상은 노벨문학상이었을까. 아버지는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벌써 열해가 되었다니. 오르한 파묵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두해 전에 작은 여행 가방을 오르한 파묵한테 맡겼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쓴 글이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그 글 읽기를 망설였다. 바로 읽지 못한 까닭은 글이 아주 좋으면 어쩌나 해서일이지도. 오르한 파묵은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자기 삶에 모자란 게 많으리라는 걸 알았다. 날마다 열시간이나 글을 썼다. 열시간 동안 글만 생각했겠지. 자신은 열심히 글을 썼지만, 아버지는 친구와 만나고 어딘가에 가고 즐겁게 지냈다. 글을 보면 거기에는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읽었다. 읽은 느낌을 아버지한테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쓴 글이 좋았다면 오르한 파묵 기분은 안 좋았을까.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 거겠지. 오르한 파묵은 책 읽고 글 쓰기를 즐겁게 여기고 잘하려고 애썼다. 책이 가득한 방에 자신을 홀로 가두었다고 말한다. 글은 홀로 써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글 쓰는 일 잘 못하겠지. 난 늘 혼자 지내는데. 책 읽고 느낌을 쓰는 데 시간을 다 쓰지만, 그 시간이 열시간은 되지 않는다. 좀더 늘려야 할 텐데. 파묵이 날마다 오랜시간 동안 글을 써도 제대로 쓰는 건 반쪽밖에 안 된다고 한다. 글을 잘 쓰면 기쁘지만 잘 못 쓰면 안 좋단다.

 

딸이 태어나고 오르한 파묵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전에는 새벽에 글을 썼는데. 이 책이 나오고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노벨문학상 받은 다음에 나왔구나).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손으로 글 쓸까. 어쩐지 난 오르한 파묵이 영어로 글을 쓴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르한 파묵은 터키말로 소설을 쓰고, 그것은 마흔두 나라말로 다른 나라에 나왔다. 터키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다. 잠시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오르한 파묵은 소설로 이야기하려 한다. 소설로 쓰면 사람들이 알거다 믿었다. 그렇게 됐을까.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약이 되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한테도 문학이 약이다. 지금도 날마다 글을 쓰겠지. 오르한 파묵 소설 한권 읽어봤지만 제대로 못 읽었다. 지금이라고 잘 볼 수 있을지. 여기에는 《내 이름은 빨강》 초고가 조금 실렸다. 그것만 보면 알기 어렵지만, 아는 사람은 그것만 봐도 좋은지 안 좋은지 알 것 같다. 난 잘 모르겠다. 세밀화가 이야기였다니. 언젠가 오르한 파묵 소설 볼 수 있을지.

 

작가는 책을 즐겁게 읽기도 한다. 오르한 파묵은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나보코프, 보르헤스, 토마스 베른하르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살만 루슈디,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을 좋아한다. 이밖에도 더 있을 테지만. 로런스 스턴이 쓴 《신사 스트럼 섄디의 삶과 생각 이야기》는 제목이 길어서 읽기에 안 좋았다. 한국에서 나온 책 제목이 그래선가. 이 책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것은 ‘삶은 뜻이 아닌 형태가 있다’는 말이다. 좀더 뚜렷하게 말해야 하는데. 어떤 책은 여러 가지 일을 시간과 상관없이 말하기도 한다. 내가 그런 건 잘 못 읽기도 하는데, 읽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우리 삶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큰일이 아니어도 잘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있겠지.

 

터키 일도 조금 나오는데 터키를 잘 몰라서. 오래전(1999)에 터키에 큰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나 보다. 그 뒤에는 집 제대로 지었을까. 딸도 많이 자랐을 것 같다. 오르한 파묵 소설을 보기 전에 이 책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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