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84, Charing cross road (2002)
헬렌 한프 이민아 옮김
궁리출판 2004년 01월 20일
이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고 제목은 런던에 있는 헌책방 주소다. 내가 이 책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면 지금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편지를 모아서 묶은 책은 많다. 편지 또한 문학이니 그런 거겠지. 나도 편지 멋지게 쓰고 싶은데 거의 재미없는 말을 쓴다. 멋지게보다 조금 재미있게 쓰려 하면 나을까. 헬렌 한프는 뉴욕에서 글을 쓰고 살았다. 헬렌은 미국에 살았고 헬렌이 책을 산 책방은 영국에 있다. 미국과 영국 우편물이 가고 오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미국에도 잘 찾아보면 괜찮은 헌책방이 있었을 텐데, 헬렌은 토요문학평론지라는 데 실린 마크스 책방 광고를 보고 책을 찾아달라는 편지를 쓴다. 나라면 무엇인가를 찾으면 딱 한번쯤밖에 사지 않을 텐데, 헬렌은 마크스 책방 사람과 스무해 동안 편지를 나눴다. 1949년에서 1969년까지. 아주 가깝지도 않지만 아주 멀지도 않은 친구 같았다. 이런 우정도 있구나 싶다. 지금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터넷 책방에서 책을 사고 없는 책은 고객센터에 물어보거나 인터넷 안에서 찾으면 된다. 어떤 책을 열심히 찾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2차 세계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영국은 배급을 받았나보다. 헬렌은 그런 영국 사정을 알고는 마크스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누어 먹게 음식을 보냈다. 그때는 달걀을 가루로도 만들었다. 음식을 보내도 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상하지 않는 것을 보냈겠지. 대표로 편지를 받고 쓰는 사람은 프랭크 도엘이었는데 다른 사람도 헬렌한테 편지를 썼다. 한 사람은 남편이 군인으로 남편과 살게 되고는 연락이 끊겼다. 한해 뒤에 영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생각은 해도 살다보니 연락하지 못한 거겠지. 다른 한 사람은 영국이 아닌 남아프리카에 갔다. 그렇게 연락이 끊기고 프랭크 도엘과 가까운 곳에 살던 할머니는 식구와 살게 되어 그곳을 떠났다. 프랭크 아내가 그 할머니가 수놓은 식탁보를 사서 헬렌한테 보내고 헬렌은 할머니한테 선물을 보냈다. 영국과 미국 멀기는 해도 책방 사람은 헬렌이 영국에 한번 오기를 바랐다. 헬렌이 영국에 가려고 돈을 모았지만 늘 다른 일이 생겨서 그 돈을 써야 했다. 헬렌 친구가 마크스 책방에 가니 책방 사람은 무척 반갑게 맞았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아닌 한 사람과 여러 사람이 마음을 나누었다.
책을 사는 사람과 책을 파는 사람이 실제 만나는 것도 아니고 편지로 마음을 나누다니 멋지다. 책방 주인과 손님이 친하게 되는 일은 아주 없지 않겠지. 지금은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책이 헬렌과 여러 사람을 이어주었다. 헬렌이 마크스 책방에 편지를 쓰지 않았거나, 마크스 책방 사람이 헬렌이 보낸 편지를 받고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었겠지. 이 책도 나오지 않았겠다. 1969년 1월에 헬렌은 프랭크 도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받는다. 프랭크는 맹장염이 복막염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수술이 잘 되지 않았나보다. 아쉬운 일이다. 그런 일은 전화로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헬렌 전화번호를 몰랐을지도. 헬렌은 그 소식 들었을 때 쓸쓸했을 것 같다. 만나지 않고도 오랫동안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러는 동안은 즐거워도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마음 아프겠다. 프랭크나 다른 사람이 헬렌과 더 친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거리를 지키느라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편지를 받은 헬렌은 편지를 출판사에 가져갔다. 그동안 헬렌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는데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이름이 널리 퍼졌다. 그 뒤로 프랭크 아내나 딸과는 연락하지 않았을까. 그런 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중간에서 이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렇게 되기는 한다.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고 드라마랑 연극으로도 만들었다. 책이 아닌 다른 것은 어떤 식으로 나타냈을지 보고 싶기도 하다. 책과 편지 잘 어울린다. 나도 편지에 이런저런 책 이야기 하고 싶지만 책을 읽고 써서. 책을 읽고 쓰는 걸 편지라 생각하고 써 보는 것도 괜찮겠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했는데. 책도 편지라 생각하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책 좋아하겠다. 이런 인연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할지도. 책이야기 하지 않아도 친구나 식구한테 편지 쓰는 것도 좋겠지.
편지
네 마음과 내 마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한테는 짐이 되기도 한다
짐이라 해도
나 대신 너한테 보낸 내 마음이
덜 쓸쓸하기를
내 욕심,
네 마음보다 내 마음을 더 생각하다니
미, 안, 해,
내 마음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고, 마, 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