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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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바로 못 보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게 소설인지 진짜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이지만 416 세월호참사는 실제 있었던 일이군요. 어느새 두해가 넘게 흘렀습니다. 저도 그때 잠깐 라디오 방송에서 모두를 구조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한 걸까요. 그리고 왜 가만히 있으라고 한 건지. 그 말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거겠지요. 위험한 것을 깨달았을 때는 사람들을 바로 밖으로 나오게 해야지,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은 옛날도 아닌데. 과학이 발달해도 사고는 일어나는군요. 아니 세월호참사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옛날에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 때문에 사고가 자주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돈을 아끼려고 건물을 적당히 짓고 배도 그런 게 있었겠지요. 무슨 사고가 일어나겠어, 하는 마음도 문젭니다. 안전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도 잘 해야지요. 많은 사람 목숨을 책임져야 하니. 책임지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군요.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쉽습니다. 구조라도 빨리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바다는 땅하고 다르다 해도.

 

처음에 나경수는 ‘잠수사는 입이 없어야 합니다’고 해요. 이건 진짜겠지요. 자신이 한 일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니. 이 책을 보고 2014년에 잠수사는 생각도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유월에 잠수사 김관홍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책을 보고서야 조금 알게 됐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배 안에서 시신을 모시고 나오는 일은 쉽지 않을 거예요. 얼마 안 되는 사람이 하루에 여러 번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더군요. 손발이 맞아야 일이 잘 되겠지만, 좀더 많은 잠수사가 돌아가면서 일을 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싶었습니다. 몇 사람한테 오랫동안 일을 시키는 곳도 있군요. 잠수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잠수병에 걸렸습니다. 잠수병뿐 아니라 마음도 다쳤습니다. 산업잠수부는 시신을 모시고 나오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일은 꾸민 이야기가 아닐 것 같습니다. 소설로 보아야 하는데도 실제 일어난 일로 보았습니다. 이건 소설이기만 한 건 아니군요. 수학여행 가던 많은 아이가 죽고 그 아이들 죽은 모습이라도 만나려고 많은 부모가 기다렸습니다. 나경수가 맹골수도 바닷속에서 윤종후와 강나래, 공영지와 함께 나온 일은 진짜 같았습니다. 윤종후 친구 조현, 강나래 언니, 공영지 동생은 많은 사람 모습이겠지요.

 

이 소설은 잠수사 나경수가 2014년 4월 21일에서 7월 6일까지 맹골수도에서 함께 일하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 받는 류창대 잠수사를 위해 쓴 탄원서예요. 나경수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잠수사 약속을 깬 거예요. 끝까지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는가 하면 깨어야 하는 것도 있지요. 그때 잠수사 한분이 목숨을 잃었다는 말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조심해서 했을 텐데도 그런 일이 일어났겠지요. 정말 돈 이야기도 나왔는지. 그런 말은 누가 퍼트린 걸까요. 사람이 먹고살려고 일할 때도 있지만, 재난이 일어난 곳에서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움직이지 않나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잠깐 생각났습니다. 거기도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갔더군요. 잠수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왜 그렇게 다 비슷한지. 아니 나라에서 바로 대책을 마련하는 곳도 있겠지요. 이 책을 보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라를 너무 믿지 말자는. 나라가 있기에 한국사람으로 살지만, 나라가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다 마음을 쓰지 않잖아요. 신도 그렇지요. 기대 많이 하지 않고 살면 실망도 덜하지 않을지. 나라에서 뭔가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합치면 더 좋을 듯합니다. 재난이나 큰 사고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하니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나라 힘을 빌려야겠군요.

 

이런저런 일처럼 세월호참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보상금을 얼마나 받네 하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건 세금으로 주는 것도 아니더군요. 2014년 4월 16일에 식구를 잃은 사람 시간은 멈춰있을 거예요. 그 분들 아픔을 헤아렸으면 합니다. 맹골수도에서 실종자 찾기와 시신을 모시고 나온 잠수사도. 잠수사도 그 일을 하고 몸뿐 아니라 마음도 다쳤습니다. 마음은 쉽게 낫지 않기도 합니다. 세월호참사로 삶이 아주 바뀐 분도 있겠지요. 제대로 조사를 했으면 합니다. 그런 것을 안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지 않겠지만,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 애쓰겠지요. 알아도 사람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이런 생각하니 조금 우울하네요. 그렇다 해도 사람에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희선

 

 

 

 

☆―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아서 304명이 죽은 거예요. (……) 장관은 장관답지 못했고 해경은 해경답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답지 못했어요. (……) 전쟁으로 치자면 잠수사들이 있는 곳이 최전선이고 나머진 모두 후방이라고.”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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