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여자로 사는 건 힘들지 않을까. 여자를 좀더 생각해주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밤늦게 다니지 마라는 말을 듣는 건 여자뿐이다. 이건 언제부터 그랬을까. 아주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말 안 하고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올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범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언제부턴가 ‘묻지 마’ 살인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어떤 사건이든 그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 안에는 좀더 다른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여자를 표적으로 삼고 죽인 사건 말이다. 올해(2016) 5월 17일에 일어난 일이 처음은 아닐 거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울 강남역 가까운 곳 남녀 공용 화장실로 범인은 앞에 온 남성 여섯은 그냥 보내고 일곱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칼로 찔러 죽였다. 남자 여자를 떠나 사람을 죽이면 안 되지만, 범인은 남성으로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된 걸까.

 

성차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성차별 때문이기도 하단다. 예전에 여성은 재산이기도 하고 정치에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정말 그럴까. 난 남자 여자를 떠나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남자도 있다. 자신이 더 높은 데 있다는 식으로. 그런 사람은 무언가를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남자일 때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여자가 그러면 싫어한다. ‘여자가 어디서 나대는 거야,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할지도. 드라마에 그런 거 자주 나왔다. 지금은 어떨지. 살림이 쉬운 것도 아닌데, 살림을 우습게 보는 남자도 있다. 돈을 받고 남의 집 살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안 좋은 말할 때 ‘남자가’ 하는 말보다 ‘여자가’ 하는 말이 더 많지 않나 싶다. 운전하다 조금 잘못한 여자한테도 남자는 욕한다.

 

오래전에는 사회가 여자를 싫어하고 미워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아들)을 여자(엄마)가 기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런 사람이 많은 건 아니겠지만. 여자(엄마) 혼자 아이를 길러야 하는 건 아니다. 부모, 엄마 아빠가 함께 길러야 한다. 연쇄살인범에는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된 사람도 있지만, 어머니 때문에 그렇게 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가장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머니나 아버지다. 어머니를 죽인 다음에 여자를 죽이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아무 상관없는 여자를 보고 어머니를 떠올리고 죽이기도 한다. 가정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한테 한마디 들으면 더 기분 나빠한다. 이건 성차별이 마음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화풀이를 늘 어린 아들한테 하는 어머니, 아들 앞에서 늘 어머니를 낮잡아 보는 아버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들은 여성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자랄지도. 부모라고 해서 아이한테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좀더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텐데 싶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가정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일터에서는 남녀차별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여성이 알게 모르게 차별의 말을 그냥 넘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세상에는 남녀차별뿐 아니라 많은 차별이 있다. 그런 게 세상에서 모두 사라지기는 어렵겠지. 무엇이든 한번에 바뀌지 않고 조금씩 바뀐다. 여성을 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바뀌기를 바란다. 여성한테 여성성을 밀어부치지 않아야 하듯이 남성한테도 남성성을 밀어부치지 않아야 한다. 남자니까 울면 안 돼 같은 말은 아주 안 좋겠지. 남자한테 여자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려운 바람이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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