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피리 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가지 하면 생각나는 건 바라는 일이야. 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요정을 도와주면 바라는 일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도 하잖아. 좋게 말하면 요정, 무섭게 말하면 도깨비. 한국에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 이야기에서도 바라는 일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 한 것 같아. 사람은 그 세 가지에 만족할까. 세 가지라고 끝이 있어서 더 깊게 생각하고 말할지도 모르겠어. 어떤 이야기에서는 세번째 바람으로 앞에서 말한 두 가지를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지. 두 번째까지는 잘못 생각해도 마지막 세번째에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갑자기 일어나는 좋은 일은 그렇게 좋지 않기도 해. 복권 당첨된 사람이 그렇게 오래 잘살지 못한다고도 하잖아. 많은 돈이 생기면 감각이 없어져서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돈을 마구 쓸까. 난 그러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군. 난 아예 복권을 안 사지. 복권 살 돈도 아깝다 여기고, 쉽게 얻은 건 쉽게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다 이런 이야기로 흐른 거지. 이 책은 세 가지 바람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초능력은 진짜 있을까. 손 안 대고 물건을 옮기거나 물건에 남아있는 기억을 읽거나 다른 사람 마음을 읽는 건 만화에서 더 많이 봤어. 이밖에도 여러 가지 힘이 있을 텐데 난 잘 모르겠어. 불이나 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을까. 이건 손 안 대고 뭔가를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가. 불을 내거나 물을 생기게 하는. 앞날을 아는 것도 있군. 많은 사람은 이걸 바랄까. 아니 어느 하나만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어떤 힘이든 있다면 그걸 쓰고 싶어할지도. 쓰고 싶어하는 건 그 힘을 가진 사람보다 그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 세계전쟁 때 소련인가 미국에선가는 초능력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 힘을 가진 사람보다 그걸 쓸 만한 소질을 가진 사람을 모아서 실험한 걸까. 그런 힘 가진 사람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그런 힘이 무엇과 상관있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뇌와 상관있다는 거 조금 알아. 좀더 일찍 다른 데도 관심을 가졌다면 좋았을 텐데. 과학 말이야. 지금도 잘 모르고 관심 많은 것도 아니야. 과학을 잘 안다고 초능력을 아는 건 아니겠지만. 난 어떤 일을 설명(이론)을 보고 알기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야.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 더 나아가 우주를 알려고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잘 말할 수 없는 말을 또 꺼냈군. 내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건 과학만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처음 말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를 텐데 이제야 말해. 뭐냐면 만약 자신한테 어떤 힘이 있다면 어떨지야. 사람은 다 평범하기를 바라는데 어떤 힘이 나타나는 건 정말 다른 걸까. 사람은 누구나 힘을 갖고 세상에 나오지만 시간이 흐르고 약해지는 것일 수도 있잖아. 본래 힘을 갖고 나는 사람도 있지만, 살면서 힘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건 경험으로 얻은 지혜겠지. 난 그것도 힘이라고 생각해. 이건 재능과도 같군.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을 들여서 익히는 사람도 있지. 재능을 타고난다고 해도 애쓰지 않으면 더 나아지지 않을 거야. 만화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괴로워해.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 여기고 혼자다 생각하니까. 무엇보다 외로움이 가장 큰 듯해.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힘을 가진 사람을 괴물로 보기도 하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람은 자신과 다르거나 잘 모르면 무서워해. 무서워하기보다 좀더 가깝게 지내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 텐데.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지. 그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겠지만 쉽게 말 걸지 못할 것 같아. 난 먼저 다른 사람한테 말 못해. 인터넷은 말이 아니고 글로 쓰는 거여서 좀 낫지만(그렇다고 아주 다르지는 않아).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닐지라도 우리 둘레에는 뭔가 좀 다른 사람이 있기도 하잖아. 그런 사람도 마음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을 거야.

 

이 책 제목인 비둘기피리꽃(구적초)은 정말 있을까. 이게 없는 건 아닌데 이름은 다를지도 모르겠어. 그게 무엇인지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노래하는 꽃이라고 하니까. 여기에는 힘을 가진 세 사람이 나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고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야. 첫번째 <스러질 때까지>는 어릴 때 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기억이 없는 아소 도모코가 함께 살던 할머니가 죽고 기억과 힘을 되찾는 이야기야. 도모코는 부모가 자신의 힘을 싫어했다는 생각을 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그런 부모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고가 갑자기 일어나서 그걸 이상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어. 도모코가 여덟살 때 엄마 아빠와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일어났어. 그때 엄마 아빠는 죽고 도모코만 살았어. 엄마 아빠는 죽고 자신만 살아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을까. 그래서 도모코는 엄마 아빠가 자신과 죽으려 했다고 생각했겠지. 그 생각은 잘못된 거였어. 도모코 엄마 아빠는 그저 도모코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도모코가 잠을 자고 안 좋은 꿈을 꾸면 머리가 아팠거든. 꿈 이야기를 하면 덜 아팠어. 도모코한테는 앞날을 아는 힘이 있었어. 아니 그 말을 할 때는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 그 일이 일어난 다음에야 알았어. 자신이 제어하기 어려워 보이는 힘이야. 잠들었던 그 힘이 기억과 함께 깨어났어. 도모코가 한번 죽으려 했지만, 엄마 아빠 마음을 알고 그 힘과 살기로 해.

 

두번째 <번제>는 나중에 《크로스파이어》라는 장편이 되지. 그 책 읽었는데 다 생각나지 않아. 미야베 미유키는 사람한테 희망을 갖고 글을 쓰는데 이건 좀 다르기도 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자기 식구를 죽인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생각은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얼마 없지. 아오키 준코는 불을 내. 이건 염화 능력(파이로키네시스)이군. 준코는 자신은 장전된 총이라는 생각으로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살았는데,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보고 그 힘을 쓰려 해. 미야베 미유키가 사람을 죽인 사람은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거야. 아오키 준코 생각과는 조금 다른 사람도 나오니까. 그렇다 해도 아오키 준코를 막지 못했군. 장편에는 여자 형사가 나왔던 것 같아. 아오키 준코 마음을 조금 알아주는.

 

남과 다른 힘이 있으면 남한테 도움을 주고 싶겠지. 마지막 <비둘기피리꽃>은 거기에 딱 맞아. 혼다 다카코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경찰이 되어 일했는데, 그 힘이 사라지는 걸 느껴. 다카코는 사람이나 물건에서 마음을 읽어. 그런 힘이 사라지기도 하다니. 다카코는 자신한테 그 힘이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해. 꼭 그럴까. 그 힘이 없다 해도 다카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다카코도 그걸 깨달아. 다카코 힘이 사라져도 죽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카코 힘이 사라지면서 몸이 안 좋아져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잠시 나타나는 거고 보통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지. 힘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카코가 앞으로도 잘 살기를 바라.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