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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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그것에 부담을 느낀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감추려고 자꾸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건 솔직하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예전에도 느꼈을지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미유베 미유키 글이라는 걸 조금 느꼈다. 지금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에도시대를 말하는 것이 떠올랐다. 그것 참 이상하기도 하지. 《벚꽃, 다시 벚꽃》에서도 평생 거짓말 할 게 아니면 처음부터 하지 마라 했다. 거짓말은 매우 무겁다. 이 책 본래 제목은 ‘베드로의 장렬’이다. 그대로 장렬이라 하기보다 장례행렬이라 하면 알아듣기 쉽겠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 제자 베드로를 잘 아는 건 아니다. 예수를 세번 모른다고 했던가. 유다는 예수를 팔고. 베드로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다 예수가 자신의 스승임을 밝히고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책 제목을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라 했다. 십자가는 베드로가 매달리는 거겠지. 반지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다. 그 책 안 읽어봐서 모르는데 여기에 조금 나온다. 절대 반지를 가지려는 사람은 악에 물들어 간다는 말이.

 

 

악은 전염된다. 아니, 모든 인간이 마음속에 깊이 숨긴 악, 말하자면 숨어 있는 악을 겉으로 드러내 나쁜 짓을 하게 하는 ‘마이너스의 힘’은 전염된다고 할까.  (454쪽)

 

 

어쩐지 조금 알쏭달쏭한 말이다. 좋은 감정이 잘 퍼져나가듯이 안 좋은 감정도 잘 퍼져나간다는 뜻이겠지. 이것보다 앞에 것은 《이름 없는 독》이다. 독이 악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기무라 사부로는 탐정은 아니지만, 탐정 같은 역을 하고 어떤 일에 잘 휘말린다. 본래 탐정이나 형사가 나오면 가까운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는구나. 이번에 스기무라가 휘말리는 일은 버스 납치다. 이마다 콘체른 사보 편집장인 소노다 에이코와 함께 탄 버스가 납치당한다. 그 일이 죽 나오는 건 아니다. 그 일이 있은 다음 이야기다. 버스를 납치한 구레키 가즈미쓰가 누군지, 버스 운전사와 인질로 잡힌 사람들. 구레키가 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구레키가 총을 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구레키는 경찰한테 세 사람 이름을 말하고 한시간 안에 찾아서 데려오라고 한다. 그 일은 일어나지 않고 버스에 특수부대가 밀고 들어가고, 구레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구레키가 죽지 않았다면 이렇게 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구레키가 하는 말을 들으면 되니까. 스기무라와 인질이었던 사람은 모두 구레키를 범인이라 말하기 꺼려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이 이름이 아니었다. 구레키는 처음에 자신을 사토 이치로라고 했다. 구레키도 진짜 이름이 아니다.

 

버스 납치와 베드로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다. 베드로는 잘못을 하고 그것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꾼다. 그런 사람이 여럿 나온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회사에서도 신입 사원 연수 같은 걸 할까. 그건 하겠구나. 일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훈련을 하는지. 그런 거 보니까 중학생 때 간 수련회가 생각났다. 그때 그걸 왜 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선착순이라 한 게 떠오른다. 사원을 가르치는 것과 그건 조금 다를지도. 다단계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지금은 그런 거 어떻게 됐을까. 한번도 설명회 하는 곳에 가 본 적 없는데, 거기 가 본 사람 이야기는 잠깐 들어봤다. 그곳에 있으면 세뇌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단계 회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말한다. 무엇인가를 자신이 사는 것뿐 아니라 남한테 파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빠지기도 하다니. 조금 신기하다. 본래 난 돈 벌기는 어렵다 생각한다. 돈은 시간뿐 아니라 마음도 들여야 어느 정도 벌 수 있다. 다단계는 자신이 물건을 사들이고 남한테 팔거나 다른 사람을 회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회원이 될 때 돈을 내는 건가. 다단계가 아주 나쁜 건 아니다는 말도 있던데 어디에서 잘못된 걸까. 남을 속이려는 사람이 있어서일지도.

 

구레키가 버스를 납치했을 때 인질인 사람들한테 위자료를 준다고 했다. 구레키가 죽고 쿠레키가 가난하게 살았다는 걸 알고 누군가는 돈을 받지 못하겠다고 실망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 돈이 사람들한테 배달되었다. 돈이 오지 않았다면 스기무라는 구레키를 조사하지 않았을지도. 구레키가 찾아서 데리고 오라는 세 사람을 알아보니, 다단계 회사 회원이었다. 세 사람은 피해를 봤지만 나중에는 가해자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세 사람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자신이 피해를 봤다면 거기에서 끝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하다니. 어떤 말을 들으면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마비되는 걸까. 다단계 회사에서는 등급이 높은 회원 모임을 열었다. 거기에서 여러 말을 들었겠지. 이것도 악이 전염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 사람에서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구레키는 세 사람이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바랐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다단계 회사는 망하고 피해자만 남았다. 가공투자사기는 나이 많은 사람을 노렸다.

 

전화사기도 혼자 사는 노인을 많이 노리는데, 다른 사기도 그러다니. 말하는 것도 배우면 잘하게 될까. 구레키가 베드로가 아닐까 싶다. 구레키는 세 사람도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꾸기를 바랐다. 세 사람뿐 아니라 사기 치는 사람은 다 그러기를 바랐을지도. 그전에는 자신의 잘못을 몰랐다는 건지, 나이 먹고 깨달았나보다. 다른 방법으로 사죄할 수 있었을 텐데 싶기도 하다. 이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말한다. 남을 속이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면 좋겠지만, 자신이 한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 잘못된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르게 살려고 애써야 한다. 그런 사람한테는 악이 전염되지 않을 텐데.

 

가정에 아주 소홀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다른 곳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스기무라는 아내 나호코와 헤어진다. 스기무라 마음이 아내한테 전해지고 아내를 불안하게 만든 건 아닐까. 이 일 앞에 일어난 일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딸 모모코가 문화제 하는 날 모습을 보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 스기무라 아내 나호코가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했다. 잊어버렸는데 스기무라는 형사를 하다 사립탐정이 된 기타미 이치로를 알았다. 기타미 이치로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기무라는 자신이 사립탐정 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한테 맞는다고 생각했던가. 다음에 스기무라는 사립탐정이 된다. 그 이야기는 한국말로 언제 나올까. 스기무라는 이마다 콘체른을 떠나서 좀더 자유로워진다.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사립탐정을 하게 됐으니 그렇게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호코도 홀로서기 잘하기를 바란다.

 

 

 

희선

 

 

 

 

☆―

 

거짓말이 사람 마음을 망가뜨리는 까닭은, 늦든 이르든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거짓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단단해질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올바르게 살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어쩔 수 없는 까닭으로 한 거짓말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없게 되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  (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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