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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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도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이런저런 것이 떠올랐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중간이 지나고부터예요. 곧 고등학생이 되는 오가키 신이 엄마 심부름으로 간 은행에서 본 오래된 성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건, 며칠 전에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건 그림이 아니고 CD예요. 사람이 그림이나 책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아주 없지 않습니다. 그런 걸 생각할 수 있는 건 저만이 아니예요. 며칠전에 어딘가에 갔다 오다 길에 떨어진 CD를 봤어요. 멀어도 CD는 보였지만 그 안에 있는 건 뭔지 알 수 없었어요.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가서 보니 영어공부하는 거더군요. 다시 가던 길을 가다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주운 CD를 컴퓨터에 넣고 봤더니 그 세계속으로 들어간다는. CD에는 글이 있는 설정이고 그 글속 세계에 가는 걸로. 이 생각만으로 더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그건 제가 그런 거고 잘 쓰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여러가지 상상을 하고 끝까지 갈지도 모르겠네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영화 <시월애>와 <동감>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랑 이야기는 아니예요. 그런 것하고는 상관없습니다(넓은 사랑에 들어가겠네요). 앞에서 말한 영화 본 것 같기는 한데 다 생각나지는 않아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그리고 제목을 잊어버린 여러가지 것도. 미야베 미유키 책도 생각났어요. 《가모우 저택 사건》 《드림버스터》 《이코》(여기에서 《이코》는 그렇게 재미있게 못 봤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게 생각났지만 똑같지 않습니다. 이건 당연한 거네요. 신이 은행에서 본 그림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지만 그림 잘 그리는 시로타 다마미한테 부탁하고 그림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했습니다. 왜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나올까 하겠네요. 그림속에 들어가는 방법은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거로 축적에 맞아야 합니다. 혼이 그림에 들어가는 거네요. 시로타는 그림은 작가의 영혼을 비추는 거고, 그림속에 들어가는 건 작가의 영혼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해요. 이건 그림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성과 숲이 있는 그림속 세계는 누구 영혼속일까요.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걸 조금 무섭게 여기던 시로타는 신과 함께 갑니다. 그곳에서 둘은 파쿠 씨를 만나요. 그림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니. 파쿠 씨는 만화가 어시스턴트로 신이 간 은행에서 성 그림을 봤답니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카메라로 찍고,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았더니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신기한 일이지요. 세사람한테 공통점은 없군요. 아니 시로타와 파쿠 씨는 좀 다를지도. 신은 남들 눈에 띄지 않지만 별 문제 없이 살았어요. 다른 행동은 거의 안 했는데 성 그림을 봤을 때는 좀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말해 본 적 없는 시로타한테 말했네요. 신은 시로타가 자기 반에서 여왕처럼 구는 아이와 여러 아이한테 괴롭힘 당해서 가까이 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괴롭힘 당하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 자신까지 그런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한 거네요.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라고 누군가한테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쉽게 도울 수 있을지. 시로타가 힘들어한 건 그 일은 아니예요. 엄마가 사고로 죽고 아빠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아빠는 그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어요. 시로타는 그 집 사람과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것보다 새엄마가 시로타한테 마음을 쓰지 않은 걸지도. 시로타는 그림 그릴 때가 가장 좋았어요. 어느 때는 자신이 그린 그림속에 들어간 것 같았답니다. 파쿠 씨는 만화가 어시스턴트로 잘됐지만 본래 꿈은 만화가였어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한테 자기 이름으로 나온 만화책을 드리지 못한 걸 미안하게 여겼습니다. 자신은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부모는 자식이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좋아하는 거 하고 사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생각 들지만 파쿠 씨 마음 아주 모르지 않습니다.

 

세사람이 들어간 그림속 성에는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그 여자아이는 십년 전에 자기 집에서 사라진 아이라고 파쿠 씨가 말했어요.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믿게 하지요.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건 우리가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하더군요. 미야베 미유키 책 《영웅의 서》도 있군요. 그 책은 제가 아직 못 봤습니다. 시로타와 파쿠 씨는 십년 전 여자아이를 구하면 지금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이런 이야기하는 것도 좀 있네요. 또 다른 것도 말하네요.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다 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은 어떨까요. 시로타와 파쿠 씨 자신의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힘든 여자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도 컸을 거예요. 제 생각대로 됐습니다. 어떤 거냐 하면 여자아이는 바뀌고, 다른 일은 그대로겠지 했어요. 그것을 확인하니 놀랍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로타와 파쿠 씨는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지난일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을 잘 살아야죠.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닐지라도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힘든 누군가를 돕기도 있네요.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닐지도. 시로타를 괴롭힌 아이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로타가 부러워서였다는 거 하나는 알겠지만. 그 아이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어요. 가진 게 아주 없지 않은데 그것보다 더 갖기를 바란 건지. 그 아이 집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밖에 못하다니.

 

세상에는 바로잡을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한테도 마음을 써야 할 텐데 싶습니다. 생각만 그렇군요.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 아이 마음을 알려 하기를 바랍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속지 않고. 먼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보고 인정해주면 더 기쁘잖아요. 가까운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더 잘 볼 때도 있군요. 왜 이런 말을 꺼낸 건지.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것도 떠오르고 마무리하기 힘들군요. 사람은 저마다 아픔이 있고 그것을 안고 살아간다고 해야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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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0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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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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