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척 덥다.

 

얼마전까지 장마였는데,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비가 별로 오지 않는 장마라니. 한국에는 2016년 여름에 비가 얼마 오지 않았지만, 어떤 나라에는 엄청 내려서 비 피해를 입었다. 하늘은 왜 그렇게 제멋대론지. 비가 오기를 바라는 곳에 적당히 뿌려주면 좋을 텐데. 여름이면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비가 많이 올 것을 걱정한다.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어둔 건물 안에 있는게 낫지만, 지금은 점심을 먹고 잠시 바깥에 나왔다. 가끔은 더위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덥지만 나무 그늘밑 의자에 앉아 있어서 좀 낫다. 바람이라도 불면 더 시원할 텐데.

 

이렇게 더운 날이면 몇해 전 여름이 생각난다. 그해 여름도 무척 더웠다. 그해 여름에 난 집보다 도서관에서 지낼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집보다 도서관이 시원하다 생각했는지 도서관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그래도 난 일찍 가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기보다 그냥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가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날도 책을 보다 잠시 쉬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서관 안은 시원했지만 바깥은 무척 더울 것 같았다. 그때가 마침 한낮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창밖을 보면 바로 작은 공원이다. 우연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무 밑을 보니 그곳 그림자만이 다른 곳보다 진했다. 자꾸 보니 그게 아주 조금 움직인 것 같았다. 정말 움직였나 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조금 움직였다. 그 그림자 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가는 게 보였다. 그쪽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고양이한테 그걸 알릴 수 없었다. 고양이가 검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니 고양이 몸이 조금씩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양이가 소리를 냈을 텐데, 어쩐지 그 소리가 다른 사람한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곳은 시간이 멈추고 그곳만 시간이 흐르는 듯했다. 곧 고양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가 본 검은 그림자는 뭐 였을까. 아직도 그걸 모르겠다.

 

조금 전에 눈 끝에서 검은 게 움직였다. 몇해 전에 본 검은 그림자일까. 나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났다. 검은 그림자가 내 발밑으로 온 건 순식간이었다. 내 몸이 조금씩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대로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죽는 건지.

 

“세경 씨, 여기서 뭐 해.”

 

내 몸이 검은 그림자 속으로 반쯤 들어갔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눈 끝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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