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나 시인이 있고 시를 쓸 텐데 잘 아는 시인이나 시가 별로 없다.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 사람으로 199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도 여러 나라 말을 배우겠지. 예전에는 영어로 번역한 것을 한국말로 옮겼다. 더 전에는 일본말로 옮긴 것을 다시 한국말로 옮겼을 거다. 다른 나라 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옮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한번 다른 사람 손을 거친 것을 한국말로 옮기는 건 더 안 좋을 듯하다. 세계화라고 해서 모두가 영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영어가 아닌 말도 알고 그걸 한국에 알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렇게 말하지만 영어 잘 모르는 거 조금 아쉽다. 아쉽다고만 생각하고 이걸 부끄럽게 여기면 안 되겠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 시인인데 영어를 말했구나. 교통이 발달하고 사람이 여러 나라에 다닐 수 있고 다른 나라 문화와 예술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말은 그 나라 문화를 아는 데 중요한 일을 한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말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폴란드말 하나도 모르지만 그 말을 공부한 사람이 그 나라 책을 한국말로 옮기면 볼 수 있다. 세계화는 하나가 아니고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폴란드말 공부한 사람이 그 나라 사람이 쓴 글을 한국말로 옮기는 것처럼. 영어만 공부할 게 아니고 여러 나라 말을 공부하면 재미있을 듯하다. 이런 생각도 든다. 영어를 잘 알면 여러 나라 말을 조금 쉽게 배울 수 있겠다는.

 

앞에서 왜 저런 말을 늘어놓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폴란드말 공부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처음 이 이름을 보면 외우기 어렵다. 언젠가 시집 제목 《끝과 시작》을 보았는데, 그때는 이름 기억하지 못했다. 이번에 시집 《충분하다》를 보고서야 외웠다. 지금은 기억해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릴지도. 이름을 자주 보다 기억할 때도 있지만, 손으로 써 보고 잊지 않을 때도 있다. 손으로 써 보고 외우면 더 오래 갈지도. 이런 말하니 <손>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누구한테나 손이 있으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다는 말 같은. 히틀러한테도 손이 있었다는.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다치면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손이 아니더라도 글 쓸 수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렇게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손이 있어서 다행이다. 손은 아주 많은 일을 한다. 뇌와 이어지고 그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 것도 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경험하고 생각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받은 사람 글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아주 달라지지 않았지만, 꼭 어려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하게 되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처음 만났는데 아주 어렵게 보이지 않는다. 어렵지 않지만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도 시를 쓸 수 있구나 했다. 이런저런 시를 많이 보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십대 때 영화보기와 그림 그리기와 노랫말 쓰기를 즐겼다고 한다. 시집은 열두권 내고 2012년 2월 1일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두번째 시집과 유고 시집을 합쳐서 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여선지 죽음을 말하는 시가 보인다. 아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죽음을 끝이 아닌 삶의 한부분이라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다.

 

 

 

나는 지도가 좋다, 거짓을 말하니까.

잔인한 진실과 마주할 기회를 허용치 않으니까.

관대하고, 너그러우니까.

그리고 탁자 위에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내 눈앞에 펼쳐 보이니까.  (<지도>에서, 93쪽)

 

 

 

이 시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마지막으로 쓴 거다.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지 시를 쓰다니. 이 시는 끝냈지만 다 끝내지 못한 것도 있다. 남겨둔 게 있다 해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그걸로 됐다고 여겼겠지. 어쩌면 ‘충분하다’는 유고 시집 전까지 쓴 것을 말한 걸지도. 유고 시집에 담긴 시는 덤인 것 같다. 난 나한테 죽음이 다가올 때 충분하다 생각할 수 있을지. 지금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잠깐만 한다. 그 마음이 오래 이어지도록 해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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