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오노 후유미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집은 오래되면 여기저기 낡고 고장난다. 한사람이 평생 한집에서 살면 여러 곳을 고쳐야겠지. 그런 걸 부지런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는 자기 멋대로 구조를 바꾸면 안 된다. 그런 걸 제대로 알아보고 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싶다. 잘 알아보지 않고 마음대로 바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걸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연립주택이다. 이곳에서 꽤 오래 살았다. 다른 사람은 이사왔다가 가기도 하는데 우리집은 그대로다. 이사올 때면 늘 공사를 한다. 그럴 때는 좀 시끄럽다. 고칠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오래되어서 하는 거겠지. 한번은 3층에서 공사를 잘못했는지 화장실로 물이 떨어졌다. 그게 꽤 오래 갔다. 2층은 화장실과 보일러실 벽을 허물었는지 세탁기를 쓰다 보일러실로 물을 넘기면 물이 우리집으로 내려왔다. 세탁기 쓸 때는 물이 잘 빠지게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제대로 안 보고 쓰다니. 자기 집은 괜찮으니 별로 마음 안 썼겠지. 우리집이 오래돼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고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 예전에도 한번 쓴 것 같은데. 밤에 창문을 보면 하얀 선이 지나갔다. 그건 나만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뒤에 커튼을 달아서 안 보게 되었던가. 그걸 오래 본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지나지 않고 집에 도둑이 들었다. 우리집에 가져갈 게 뭐가 있다고. 그때는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무척 걱정했다. 우리집은 1층인데도 방범창살도 달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한번은 누군가 바깥에서 바깥쪽 창문을 열었다. 그때 내가 그 방에 있어서 누구냐고 하니 바로 달아났다. 그건 대체 누구였을까. 집에만 있다보면 밖에 나갔을 때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잘 나가지 못한다. 요새는 그런 걱정 덜하던가. 아니 아주 안 하는 건 아니다. 바깥에 나갔다 오면 문이 열려 있을 때도 가끔 있었다. 그건 누군가 집에서 나간 다음 문 잠 그는 걸 잊은 거였다. 그런 날이면 엄마 아빠한테 문 좀 잘 잠그고 다니라고 말했다. 오래 전에  밤이면 창문을 지나가는 하얀 선은 뭐였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것을 꽤 무섭게 여겼다. 지금은 덜한데 예전에는 가위에 많이 눌리기도 했다. 둘은 별 상관없는 일인데.

 

예전에 있었던 일을 빼고는 살면서 이상한 일을 겪거나 이상한 걸 본 적은 없다. 그런 걸 경험하는 사람 있을까. 나한테 아무짓도 하지 않는 움직이는 하얀 선을 보고 무서워했으면서 이상한 일 겪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걸 자신은 보고 싶은 마음 없을까. 미쓰다 신조가 말하는 무서운 이야기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건 해결 방법이 거의 없다. 《노조키메》를 봤을 때 남한테 나쁜 짓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 생각했을 뿐이다. 어두운 작은 틈에서 무엇인가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무서울 거다. 그 이야기에 나온 것은 억울한 일을 당했던 것 같다.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은 오래된 집과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집이라고 해야겠다. 그 집에서 살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아주 많겠지. 그런 사람이 모두 그 집에 들러붙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말하니 귀신들린 집 같구나. 꼭 그런 건 아니다.

 

닫아도 자꾸 문이 열리는 집, 천장에서 사람 발소리가 들리는 집, 비가 내리면 방울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상복 입은 여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나타나는 노인, 우물에서 무언가 나오는 집, 어린이가 나오는 차고가 있는 집. 문이 열리고 무언가 소리가 들려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아무 일 없어도 사람은 그런 걸 보면 무서워한다. 다른 건 별일 없지만 비가 내리는 날 방울을 울리고 나타나는 상복 입은 여자는 좀 다르다. 그 여자가 나타나면 그 집 사람이 죽었다. 그 여자가 나타나서 사람이 죽은 건지, 죽음을 알려주려고 여자가 나타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문을 내면 안 되는 곳에 만들어서 마가 낀 건지도. 영선 가루카야 수리점 목수 오바나는 여자가 다른 길로 나갈 수 있게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닫아도 문을 여는 무언가한테는 그 방에 창을 내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 천장을 돌아다니는 무언가한테는 쉴 수 있는 곳을, 사람을 피해 숨어 있는 노인한테는 숨을 곳을 마련해주었다. 우물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빗물을 받아 쓸 수 있게 했다. 차고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은 아이한테는 스스로 그곳에서 나올 수 있게 했다.

 

오바나는 자신은 목수일 뿐이다 한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집을 고치는 일이 많은가보다. 오바나는 그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보는 걸까. 그 집에 가서 들을 때가 많았구나. 그 이야기도 잘 듣는다. 그 집에 나오는 것을 못 보아도 그것 마음도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집에서 사는 사람도 생각하겠지만. 오바나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것도 생각하는 거겠지. 거의 모두 오래된 집이나 건물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부수고 새로 짓는다. 그렇게 하는 게 쉽고 마음 편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자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조금만 고치면 그곳에서 사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것도 편하게 살 수 있다. 이건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떠오르는 건 사람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희선

 

 

 

 

☆―

 

“저는 목수입니다. 흠집을 모두 없애는 거면 집을 헐고 다시 짓는 일이 될 테니 공무소에 부탁해야겠죠.”

 

문제가 되는 흠집은 문제가 되지 않게 고친다, 남겨둬도 좋은 흠집은 더 커지지 않게 손을 본다, 그것이 자신이 하는 일이다 했다.  (47쪽)

 

 

“바다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이 빠져 죽는 일도 있고 배가 가라앉는 일도 있고. 바다 밑에는 셀 수 없는 죽음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것이 밀물에 실려 들어오는 것이죠.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우물로 들어올 수 없지만, 형체가 없다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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