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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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뛰는 사람은 자기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거 모를까요. 처음에는 모를 수도 있겠군요. 잘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림자가 보여야 위를 올려다 보겠습니다. 그것이 보이지 않으면 자신만 생각할지도. 자만에 빠지면 안 될 텐데요. 이건 나쁜 사람이든 보통 사람이든 마찬가지네요. 이렇게 말하니 나쁘려면 철저하게 나빠야 한다는 말 같군요. 그런 사람 좋아하지 않지만 어설픈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쁘다는 건 어떤 걸까요. 남을 속이고 남을 아프게 하는 거, 남의 돈을 억지로 빼앗는 것도. 나쁜 것보다 나쁜 짓이군요. 나쁜 짓을 하는 건 언제일까요. 돈이 갖고 싶을 때,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다니. 돈과 상관있는 때가 많기는 하죠. 돈은 많은데 사람이 없는 사람은 돈으로 사람을 사려 하겠네요. 그건 진정으로 사람과 사귀는 게 아니겠습니다. 이건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쁘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목처럼 모두 나쁩니다.

 

처음에 모두 나쁘다고 말하다니. 이런 말하면 모두를 의심하겠군요. 저는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말 때문에 확인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 마음은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지, 상대가 자신을 얕보는 데 화가 나서였는지, 아니면 여자 때문인지. 옮긴이 말을 보니 이 책은 나쁜 여자 시리즈 세번째라고 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나쁜 여자 시리즈라는 말을 한 건 아니겠지요. 앞에 두권은 《짐승 길》 《검은 가죽 수첩》입니다. 《짐승 길》에 나온 여자는 마지막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검은 가죽 수첩》은 어떻게 됐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이건 몇해 전에 드라마로 봤습니다. 여기(《나쁜놈들》)에도 나쁜 여자 나옵니다. 나쁜 여자는 왜 남편을 잘못 만나는 건지. 돈은 있지만 남편이 시원찮아서 나쁜 여자가 된 건지도. 모두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요. 남편이 멀쩡하게 있는데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돈을 남자한테 주기도 합니다. 남자 도야 신이치는 병원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서 여러 여자를 만나고 돈을 뜯어냅니다. 남편이 있는 사람을 만난 건 돈을 뜯어낸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한 건 아닐까요. 여자한테 죄책감을 갖게 하려는 뜻도 있겠지요. 도야 신이치가 혼자냐 하면 아니예요. 함께 살지 않지만 호적에는 아내가 있습니다.

 

도야는 아버지가 죽고 병원을 물려받고 병원장이 됐습니다. 의사지만 환자는 안 봅니다. 그런 병원 잘 될까요. 병원장이면 병원장답게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자리는 그저 여자를 만날 때 도움이 되어서 지키는 겁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닐 텐데, 도야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아버지 때와 다르게 의사로 돈 벌기 쉽지 않아서였을지도. 잘생긴 얼굴과 그런 걸 여자들이 추켜올리고, 힘들게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여자한테서 받은 돈으로 편하게 놀고 싶어서. 이런 사람 ‘기생오라비’라고 하는군요. 한사람은 돈, 한사람은 돈과 스릴 때문에 만났는데 도야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스물일곱으로 남편과 헤어지고 옷 가게를 했습니다. 디자이너고 얼굴도 애쁘고 교양도 있고 돈도 많았습니다. 도야는 여자가 교양 있고 예뻐도 돈이 없으면 만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보는 건 돈일지도. 모든 걸 갖춘 여자가 나타나니 놓치고 싶지 않겠지요. 여자가 자신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자신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사람은 아주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돈은 다 자기 돈이라 여기고 여자 남편만 없으면 훨씬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도야는 덫에 걸린 게 아닐지. 다른 여자한테서 받은 돈으로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 게 잘 되겠습니까. 도야는 자신이 똑똑하다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어리석기 그지없습니다. 본래 나쁜 사람이니 동정하면 안 되지만, 아주아주 조금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야가 남편 있고 돈 많은 여자와 만난 다음에 그렇게 되리라는 걸 어떤 사람은 알았을까요. 지켜보니 그렇게 돼서 다른 일을 꾸민 걸까요. 두번째일 것 같네요. 아니 아주 조금 그렇게 되면 괜찮겠다 생각했을지도. 여자한테서 돈 뜯는 거 나쁘지만, 그것보다 더 안 좋은 일에 손을 담그면 덜미를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니 겁이 없어진 건지, 도야는 같은 일을 한번 더 합니다. 다른 사람 돈은 다른 사람 거죠. 이런 생각하면 갖고 싶다 생각 안 할 텐데. 돈이든 목숨이든 남의 것은 빼앗지 않아야 합니다.

 

어쩐지 도야만 나쁘다는 식으로 썼네요. 앞에서는 모두 나쁘다 했는데. 남편 있는 여자는 도야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다른 나쁜 남자를 만났을까요. 그건 알 수 없겠네요.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웃는 두 사람도 있어요. 두 사람은 앞으로 잘살지, 언젠가 나쁜 일이 생길지. 남한테 나쁜 짓하고 잘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도 도야 때문에 그런 일을 꾸미고 한 건지도. 이런 생각도 들어요. 어떤 일을 하기에 도야가 딱 맞아서 가까워진 것일 수도 있다는.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 짐작일 뿐입니다.

 

 

 

희선

 

 

 

 

☆―

 

“의사라는 직업은 좋네요. 아무도 의심하지 않잖아요. 저희 식구들도 얼마전에 감기에 걸려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요, 먹는 약이든 주사든 아무 의심도 없이 치료 받았습니다. 그건 환자가 의사를 신처럼 절대로 믿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의사가 쓴 사망진단서라면 틀림없이 어떠한 부정도 없다고 믿는 겁니다.”  (하권,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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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2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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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0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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