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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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전쟁에 휩싸이고 조금은 평화스럽게 살게 되고 70년쯤 지났나보다. 우리나라는 그것보다 덜 되었다고 해야겠다. 1950년에 또 전쟁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온 세계 사람이 힘들었고 그 안에서 유대인은 더 힘들었던 게 제2차 세계전쟁일 거다. 이렇게 말해도 나는 전쟁을 실제 겪지 않아서 그때 어땠는지 모른다. 그런 책 많이 찾아보지도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 이야기가 나오는 건 왤까.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그것을 잊으면 안 되기는 하겠지.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겠다. 그때를 산 사람도 많고 죽은 사람도 많을 거다. 한 사람의 삶은 역사와 함께 흐른다. 역사가 말하는 큰 줄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줄기를 보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닐까. 나같은 사람은 역사에 묻히겠지만. 소설은 역사의 큰 줄기보다 한 사람의 작은 줄기를 보여준다. 그게 소설일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진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겠다. 쉰들러 리스트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한 사람이 아주 많은 사람을 구한 일도 있겠지만 단 한 사람을 구한 일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그런 일 있었을 것 같다.

 

소설은 1944년과 1934년에서 1944년이 될 때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1944년이 지금이라고 해야 할까. 그 뒤 1945년 1975년 2014년이 있기는 하다. 이것은 1944년이 지나고 더한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기적도 일어나지만 쓸쓸하기도 하다. 이런 말을 먼저 해서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자이 마리로르 르블랑은 박물관에서 자물쇠 장인으로 일하는 아버지하고만 프랑스에서 산다. 남자아이 베르너 페닝은 아버지가 탄광에서 죽고 여동생 유타와 고아원 같은 데서 산다. 마리로르는 프랑스 베르너는 독일에서 산다. 서로 모르고 다른 곳에서 살아도 두 사람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언젠가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1944년 8월 8일에는 두 사람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마리로르는 누군가를 피해 작은할아버지 집 다락방에 베르너는 무너진 호텔 밑에 갇혔다. 베르너는 어떻게 그곳에서 나올 수 있을지, 그것은 2권까지 보아야 알 수 있다. 베르너는 어떻게 마리로르를 알까. 그건 라디오 때문이다.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나자 마리로르 아버지는 마리로르와 작은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박물관장이 맡긴 보석을 가지고. 그게 진짠지 가짠지는 모른다. 앞에서 보석 이야기 나왔을 때 그런 게 있는가보다 했는데. 그 전설을 믿고 보석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보석은 불꽃 바다라는 것으로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은 죽지 않지만 둘레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 보석을 찾는 사람은 암에 걸려서 괴로운 사람이다. 그게 있으면 자기 병이 나으리라고 믿었다. 마리로르는 1944년 8월 8일에 그 사람을 피해서 작은할아버지 집 다락방에 올라간 거다. 마리로르 아버지는 작은할아버지 집과 둘레를 모형으로 만들기 위해 측정을 한 것뿐인데 끌려가고 만다. 몇번 편지가 오지만 그 뒤 소식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때 실제 그런 사람 많았을 것 같다.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서 죽은 사람. 마리로르 아버지는 돌아오기 위해 애썼을 것 같은데. 마리로르가 집에 혼자 있어서 작은할아버지와 거기에서 일하는 아줌마는 어떻게 됐나 했다. 그런 걸 먼저 보여주고 나중에 왜 그렇게 됐는지 나오다니. 글은 시간대로 쓰고 편집할 때 섞었을까.

 

베르너 페닝은 어렸을 때 라디오를 주워서 그것을 고치고 프랑스 방송을 듣는다. 단파 라디오여서 다른 나라 방송이 잡힌 거다. 이거 보니 나도 그런 라디오 있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베르너는 혼자 《역학의 원리》라는 책으로 전기 공부를 했다. 새벽에 듣는 프랑스 방송 때문이었을지도. 베르너는 라디오 수리공으로 알려지고 그 재능을 눈여겨 본 군인 때문에 학교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그곳은 군사학교인 듯하다. 남자아이들만 있는 학교에서는 힘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일도 일어난다고 하는데, 전쟁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남자아이들은 잔인하고 하라고 하면 했다. 베르너와 친한 친구 프레데리크는 달랐다. 프레데리크는 아이들 표적이 되고 머리를 다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새를 좋아하는 프레데리크는 이제 없다. 베르너는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했다. 얼마 뒤 학교에서는 베르너를 전쟁터로 보낸다. 베르너는 누군가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을 잡아내고 그 사람들을 찾아냈다. 그런 게 전쟁에서 중요한 일을 했을까. 시간이 흐르고 베르너는 프랑스 생말로에서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들은 라디오 방송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그리 길지 않은 방송이다. 베르너는 그 방송을 내보내는 집도 알고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아이도 본다. 방송을 내보내는 곳을 알아내는 공식이 있는가보다. 베르너는 다른 사람한테 그 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호텔이 무너지고 그 안에 갇혔을 때 베르너는 라디오에서 <해저 2만 리>를 읽는 여자아이 목소리를 듣는다. 여자아이는 구해달라는 말도 한다.

 

감동스러운 건 서로 몰랐던 둘이 만나고 한 사람을 구하는 거다. 거기에는 라디오가 있었다. 누가 그것을 들을지 알 수 없을 텐데. 작은할아버지가 내보낸 사람들 소식도 누군가 들었겠지. 이 소설은 다른 소설과 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좀 다르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이런 것도 한번쯤 보면 괜찮겠지. 자주 보는 건 좀 어려울지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모습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것보다 다른 것을 더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은 누군가를 돕는 일. 모르겠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갈 수 있을지.

 

 

 

*더하는 말

 

이 소설을 아주 좋게 본 사람도 있는가 하면, 별로다 하는 사람도 있다. 난 아주 좋다보다 괜찮네 정도라고 해야겠다(처음에 중간쯤 된다고 했다 바꿨다. 중간보다 조금 위일지도). 이야기보다 다른 것도 잘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여전히 그게 어렵다. 쓰는 것도 줄거리 정리가 되었으니까.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싶어서(저렇게라도 써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한 사람을 구한 일은 멋지게 보인다. 베르너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돕지 못한 친구 프레데리크 때문은 아닐까 싶다. 베르너 동생 유타는 어린데도 생각을 깊게 했다. 어리다 해도 제대로 생각할 수 있고, 그때 그런 아이 있었겠지. 감동받은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그다지 많이 못 봤을 뿐, 세계전쟁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많을 거다. 작가는 그런 것과 다르게 써야 한다 생각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난 이 책을 보면서 영상으로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보석을 찾는 남자를 피해 다락방으로 올라간 마리로르가 어떻게 될지 보는 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끝까지 봐야 한다 할지도. 앞에서 그 일을 말하다니, 중요한 건데. 그걸 알고 본다 해도 감동 받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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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2 0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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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0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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