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내가 쓴 것을 읽어보니 제목으로 쓴 말이 있다. 그때 그런 마음으로 썼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왜 저렇게 썼을까 싶다. 다른 생각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때 기분이 아주아주 안 좋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기 기분을 이런 데 풀면 안 되는데. 늘 쓰지 않아야지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 건 일기장에나 써야 하는데, 날마다는 아니지만 이게 일기처럼 되었기 때문일지도. 밑에는 지금과 맞지 않는 것도 썼다. 그것도 피하고 싶었던 건데, 본래는 이걸 십일월에 올리려고 했다. 그걸 쓰면서도 그 생각을 하고 괜찮겠지 했다. 지금은 십이월이다. 올해 마지막 달이다. 올해도 여러 쪽 책을 보려고 했지만, 계획하고 책을 보기보다 보고 싶은 것을 보았다. 여전히 그러고 있다니, 여전히 쓰는 것도 비슷하고. 얼마전에는 쓰는 걸 바꾸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는 생각을 했다. 별로 애쓰지 않아서일지도. 어떻게 하는 게 애쓰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책을 읽고 알아야 할지, 좀더 시간을 들여서 생각을 해야 할지. 책을 보면 빨리 쓰고 다른 책 보고 싶어서. 잘 못 써도 그렇게 빨리 못 쓴다. ‘쓰기 싫다’는 마음과 늘 싸우지만, 결국 쓰고 나서 ‘이렇게 쓸 거였는데 왜 그랬을까’ 한다. 책 읽고 안 써도 상관없는데, 언제쯤 책을 읽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떠오를까.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떠오르는 걸 쓸 수밖에 없겠다. 그전에 책을 즐겁게 봐야 할 텐데. 어떤 책 보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기대한다. 기대를 자주 배신당해서, 아니 내가 책을 제대로 못 읽어서 그렇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겸손하지 않아설까, 경험이 별로 없어설까, 아는 게 없어설까. 경험이나 아는 것은 그다지 상관없을 것 같다.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달으니까. 보르헤스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고, 책에 마음을 맞추려 한다고 했다. 책에 마음 맞추기, 그 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잊었구나. 책에 마음을 맞추는 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 마음을 맞추는 건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니시우라 애쓰고 있지만

 

  크게 휘두르며 25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5년 08월 21일

 

 

 

 

 

 

 

 

 

 

 

 

 

 

 

 

책을 봤는데 시작할 말은 떠오르지 않고 잠깐, 아니 좀 오래 헤맸다. 그래도 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 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좋겠구나 하는 게 생각났다. 나는 자주 아픈 일 없다, 아직은. 다시 생각하니 꽤 오랫동안 조금 안 좋은 곳이 있기는 하다. 잠 잘못 자서 안 좋아진 것 같은 어깨가 여전하다. 나는 그렇게 힘든 일 안 해서 어깨 아플 일 없다. 컴퓨터 쓰다보면 아프기도 하지만, 그렇게 아픈 것(이건 어깨 근육이 뭉치는 건가)하고 조금 다르고 한쪽이 편하지 않다. 팔이 올라가지 않는 일은 없다. 좀 나을 때도 있었다. 나아지다가 다시 안 좋아지기도 했다. 잠자리가 편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이 만화 본 지도 몇해 됐는데. 그게 부럽다는 거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생각하니. 나이를 먹고 건강이 나쁜 건 자신이 관리를 잘 못해서기도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한다. 평소에 마음을 쓰면 나이를 먹어도 아주 안 좋아지지 않겠지.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지만.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할 말 없는가보다.

 

자신이 아파도 기분 안 좋지만 가까운 사람이 아픈 것도 기분 좋은 일 아니다. 자기 건강은 스스로 잘 지키면 좋을 텐데. 나는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구나. 좋은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그것보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가고 나아지면 좋을 텐데(이것을 여기에 쓸 때쯤에는 시간이 흘러서 지금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꼭 그럴 거다. 왜 이런 말 썼을까 하겠지). 운동은 오래 연습하면 더 잘하겠지. 지금 야구하기 좋을 때다(책 보고 썼을 때는 좋을 때였는데, 이것을 생각 못하고 쓰다니). 그러고 보니 가을 현대회 하는 거구나. 니시우라 아이들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고 1학년이 새로 들어오면 투수 늘어날까. 니시우라 투수로 경기에 나가는 건 미하시지만 두 사람 더 연습은 해두었다. 다른 둘은 경기에 나갈 만큼 되지 않는 듯하다. 미하시가 무너지면 니시우라는 그걸로 끝이다 했다. 그런 거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미하시는 공 던지지 않는 것보다 던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투수는 그래야 하는 거겠지. 야구는 투수만 잘하면 안 되는구나. 이 만화에서는 그런 걸 잘 보여준다.

 

니시우라는 사이타마 현에서 야구 잘하는 학교 센다와 경기를 시작했다. 2회말까지 니시우라가 3점을 넣었는데, 센다는 3회초에 3점을 넣어서 동점이 되었다. 지난번에 3회말 하다가 끝났다. 투아웃이었는지, 하나이가 루에 나가고 타지마가 칠 차례가 왔다. 지금까지 타지마는 다쳤을 때 빼고 거의 4번 타자였다. 센다와 경기하는 지금은 하나이가 4번 타자다. 감독은 여러가지 생각하고 하나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공 치는 차례 많이 바꾸었다. 그렇다 해도 4번 타자는 특별하겠지. 하나이는 잘 했다. 타지마는 타자 자리에 서면 공 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하나이를 마음 썼다. 잘해도 그렇게 헤매기도 하는구나. 모모 감독은 그런 모습 보고 잘됐다 생각하기도. 경쟁할 상대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 거겠지. 어떤 것을 아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상대가 될 사람이 없다 여기고 그것을 그렇게 즐기지 않았다. 모든 사람을 얕잡아 보기도 했다. 니시우라는 4회말에 사카에구치가 루에 나가고 미즈타니가 번트를 해내고 아베가 뜻밖의 공을 쳐서 사카에구치가 홈에 들어왔다. 니시우라는 1점 올라가서 4점이 되었다. 그 뒤로도 점수 더 넣었다면 좋았을 텐데. 5회말에 점수 낼 기회가 있었는데, 타지마 때 트리플 아웃이 되었다(이때 감독이 주자한테 히트 앤드 런 사인을 보냈다. 히트 앤드 런은 상대 투수가 공을 던지면 주자가 바로 다음 루로 달리는 거다. 타지마는 공을 굴리지 못하고 띄웠다). 센다가 안 좋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다가 니시우라가 트리플 아웃을 당하다니.

 

센다를 상대로 니시우라가 잘 했는데, 미하시한테 조금 문제가 생겼다. 공을 던져서 아웃시키기는 했지만, 아베는 미하시가 던지는 공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4회초 끝날 때는 가볍게 넘어지기도. 예전에 아베가 다치고 다른 아이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미하시가 어떨까 하고는 포수자리에 앉아서 공 받아보면 알 텐데 했다. 투수와 포수는 공을 던지고 받는 걸로 서로를 아는구나. 미하시가 왜 이상해졌느냐 하면 공 던지는 자세를 바꾸려했기 때문이다. 아베는 미하시한테 혼자 연습하지 마라 했는데, 미하시가 그 말을 지키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금씩 책 보고 고치거나 다른 사람 따라해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꽤 다른 듯한가보다. 미하시는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면 익숙해지리라 여겼는데 시간이 모자랐을까. 미하시 하면 9분할 제구력인데 제구력이 떨어졌다. 6회초에서 센다한테 1점을 내주었다. 6회초부터 센다가 달라지기도 했다. 니시우라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잠깐 공 던지기 연습한다고 잘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미하시 혼자가 아니고 아베와 함께 하는 거니까 괜찮겠지. 지금 위기를 잘 넘기면 좋을 텐데. 다쳐서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니 다행이다 여겨야 한다.

 

타지마가 하나이를 마음 써서 집중 못하게 됐다고 했는데, 오키도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연습했는데 공 못 치다니 하고, 똑같이 연습하면 안 되는구나 했다. 그러면 연습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잘 하고 싶어도 경기할 때는 긴장하기도 하겠지. 타지마는 경기하기 전날 밤 신발 끈 구명을 세면 괜찮다고 했다. 경기 때는 그것을 안 해봤는데 이번에 했다(긴장한 거겠지). 다음에는 타지마가 공 잘 치기를 바란다. 타지마 앞인 하나이도, 하나이와 타지마가 잘 하면 다른 아이들로 이어서 루에 나가겠지. 26권 언제 나올까. 다음권에서 경기 끝날지도 모르겠다. 니시우라가 이기는 거 보고 싶은데. 동점이니 먼저 점수 더 내주지 않고 6회초 끝내야겠다. 센다가 야구 잘한다 해도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6권은 이달에 나온다.)

 

 

 

 

 

라디오를 끌까 하다가 그대로 뒀더니 노래가 나왔다. 아는 노랜데 노래하는 사람은 이적이잖아 하고, 언제 저런 노래 했지 했다. 노래가 끝난 뒤 본래 들국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걸 알았다. 라디오 방송에서 한번, 아니 여러번 들어본 적 있을 거다. 그때는 지나가면서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다니. 노래를 이적이 했기 때문일지도. 그날 여러 사람 노래를 들었다. 찾아본 건 이것 뿐이다. 이 노래 여러 번 듣다보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뜻이 있죠’ 하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노래는 뜻이 아닌 의미라고 한다. 이 음악을 찾은 곳에서 1988년 대학가요제 때 무한궤도가 하는 <그대에게> 영상도 보았다. 그렇게 오래전 것이 있다니. 그거 듣고 늘 듣던 음과 다른 곳이 있다는 거 알았다. 본래는 그랬는데 나중에 녹음할 때 바꿨나보다.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그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다니. 대학가요제에 나왔을 때 노래한 건 한번, 아니 두번뿐이니까. 자주 보는 건 아닌데, 그곳은 노래 영상을 보다보면 줄줄이 이어서 나온다. 인터넷이라는 곳이 본래 그렇지만. 다른 노래도 보여서 조금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어떤 노래를 듣고 위로받은 적은 없다. 어느 순간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위로받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런 경험은 없다 해도 노래 좋아했다. 지금도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많이 듣지 않는다.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는다. 내가 무언가를 걱정할 때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를 들었다면 위로가 됐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어쩌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노래, 음악은 꼭 그럴 때만 듣는 건 아니기도 하다. 좋아서 들으면 되는 거다. 얼마전에 일본 드라마 <오모테산도 고등학교 합창부>를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한편 한편에 노래와 함께 그 노래에 얽힌 이야기가 나왔다. 합창이라 하지만 남녀 중창에 가깝다(사람이 적어도 다함께 하는 거니 합창이라 해야 할지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그렇게 노래하는 거 좋아하고 노래하는 사람도 있겠지. 사람은 여러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서는 음악, 노래로 사람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책 이야기가 나오는 곳에서는 책으로 이어지고, 이것 말고 더 있을 텐데. 드라마 <오모테산도 고등학교 합창부>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목소리로도 이것저것 알 수 있겠지. 지금까지 그런 거 생각하고 들은 적 없는데, 갑자기 이적 목소리는 올곧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내 느낌일 뿐이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다른 사람 목소리도 그렇다고 말할 것 같다. 딱 맞게 떠오르는 말이 없다니. 나는 그런 걸 잘 나타내지 못하겠다. 아는 말이 적어서 그런가보다. 드라마 마지막은 뮤지컬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냥 듣지만, 누군가는 어느 날 이 노래를 듣고 위로받으면 좋겠다.

 

 

 

희선

 

 

 

 

 

걱정말아요 그대 -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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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0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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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0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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