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마음산책  2015년 10월 20일

 

 

 

책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은 무슨 책일까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긴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관계있는 산문인지, 소설인지. 이 책에서 가장 처음 본 건 맨 앞이 아닌 마지막에 나온 참고자료예요. 거기에는 일본말로 된 책과 영어로 된 책이 있어서 임경선은 일본말뿐 아니라 영어도 잘하는가 보다 하고 부러워했지요. 아직 읽지 않았는데, 지난해에 임경선 소설 《기억해줘》가 나왔을 때 제가 아는 그 사람인가 했습니다. 몇해 전에 임경선은 캣우먼이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연애상담을 했습니다. 그때 뭐하는 사람인지 확실히 몰랐고 연애하고 연이 없어서 방송도 거의 안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연히 들은 적이 있어서 이름은 기억했네요.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연애이야기 하던 사람이 소설을 써서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다면 본래부터 글을 썼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말했을 텐데 제가 듣고 잊어버린 건지도(제목에 캣우먼이 들어간 책이 있고 그동안 책 많이 냈네요). 이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말했군요. 이름 알고 있었다는 거 말하고 싶어서였어요.

 

여기에는 거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임경선은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아서 일본말을 먼저 배웠더군요. 부모님이 무슨 일을 했는지, 일본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여기저기 자주 옮겨다녀도 힘들 텐데, 다른 나라를 옮겨다니는 건 더 힘들었겠습니다. 그때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그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과 여러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본말과 영어를 잘 알잖아요. 어릴 때는 부모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지요. 부모와 떨어져서 한곳에서 살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상처가 됐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힘들다 해도 어릴 때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게 낫겠지요. 임경선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노르웨이 숲》을 만났답니다. 그때는 다시 일본에서 살아서 그랬겠네요. 이런 말 또 하는데 저는 어릴 때 책 거의 안 봤습니다. 책이 없기도 했고 둘레에 책을 즐겨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제가 학교다닐 때 좋아한 건 노랫말 적기였네요. 저는 고등학교 나온 다음에야 책을 봤는데 잘 못 봤습니다. 몇해 전까지도, 지금도 ‘문장이 아름답다’ 이 말 잘 모릅니다(여러 번 말하는군요). 시간이 흘렀으니 아주 조금 알아도 좋을 텐데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언제쯤 알 수 있을지.

 

이것도 처음 하는 말 아닌데, 저는 아주 좋아하는 책도 작가도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좋아한다는 건, 그 작가를 아주 좋아해서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읽어본 책도 다시 읽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괜찮다 생각하고 보는 작가는 많습니다(좋게 생각하는 작가가 많다 해야겠네요. 이 말이 더 좋겠지요. 이것도 좋아하는 것에 들어가겠습니다). 하루키도 그 가운데 한사람입니다. 그래도 하루키는 하나 특별한 게 있습니다. 일본 작가 가운데서 가장 처음 안 사람이라는 거예요. 예전에 저는 하루키와 다른 일본 작가가 비슷하다고 여긴 듯합니다. 하루키가 처음 소설을 썼을 때는 하루키와 비슷한 작가는 일본에 별로 없었겠네요. 지금은 하루키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작가가 되었네요.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하잖아요. 하루키는 미국에서 지낼 때 자기 소설을 내 줄 곳을 스스로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하루키 자기 소설에 자신 있었군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중학생 때부터 영어 소설을 읽고 고등학생이 되고는 영어를 일본말로 옮겼습니다. 하루키는 번역하는 소설가지요. 영어를 일본말로 옮기는 것은 취미라고 했네요. 그게 소설 쓰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하는 거겠지요. 하루키는 1984년에 딱 한번 만난 레이먼드 카버 소설을 모두 일본말로 옮겼습니다. 레이먼드 카버가 건강했다면 일본에도 갔을 텐데요. 레이먼드 카버를 일본에 알린 건 하루키예요. 그 일은 자기 소설이 잘된 것만큼 기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루키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건 알았는데 부모가 모두 선생님이라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읽은 적 있는데 잊어버린 건지도. 아니 하루키는 부모님 이야기 한 적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하루키는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어쩌다 가끔 역사책을 보는데. 한 나라가 지나온 이야기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재미있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재미없어서.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알아서 하루키는 대학에서 아내 무라카미(다카하시) 요코를 만났습니다. 하루키 아내 이야기도 거의 몰랐습니다. 하루키가 《먼 북소리》에서 말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길지 않았네요. 하루키와 요코는 대학생 때 결혼했군요. 결혼하면 남자는 가장이라는 마음이 커서 부담이 될까요. 하루키는 학교를 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세해가 지난 뒤 재즈 카페를 열었습니다. 하루키가 음악 좋아하는 건 많은 사람이 알겠네요. 카페 이름은 ‘피터 캣’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문단 사람을 보기도 하고, 하루키 책 그림을 그린 안자이 미즈마루도 만났습니다. 예전에 《잡문집》에서 그 이야기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몰랐는데 안자이 미즈마루는 2014년 3월에 일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더군요. 하루키 마음이 참 아팠을 듯합니다. 오래 사귄 친구가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재즈 카페를 하던 때 하루키는 야구장에 자주 갔습니다. 1978년 4월에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소설을 한번 써 보자 생각했습니다. 하루키가 소설을 쓰고 많이 고치는군요. 고치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조금 이상해 보이는 말만 고치거든요. 일하면서 밤마다 쓴 소설이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고 하루키는 소설가가 됐습니다. 《노르웨이 숲》은 하루키가 작가가 되고 십년째에 나온 거더군요. 그게 일본에서 잘 팔려서 좋기도 했지만 안 좋은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좋은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은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돈은 생겼지만 친구를 잃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 돈 때문에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었네요. 《먼 북소리》에는 마흔이 되기 전에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군요. 지금 생각났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산 건 《노르웨이 숲》을 쓰기 전이군요. 그 책이 나온 다음에 다시 간 거겠네요. 그때는 미국이었나. 이름이 잘 알려지는 거 그리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소설가는 소설만 보아야 할 텐데. 그때 하루키 아내 요코가 있어서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것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해야겠군요. 하루키가 다시 일본 사람을 생각한 건 고베 큰지진과 사린가스 사건 때문입니다. 사린가스 사건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언더그라운드》로 내고, 옴 진리교 신자를 만난 이야기는 《약속된 곳(장소)에서》로 냈군요. 그게 소설로 이어지기도 했네요. 소설이 사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바뀌게 하면 그것만으로 좋은 거겠지요. 하루키가 그것을 바라고 쓰는 건 아니고 큰 아픔을 지나는 사람 이야기를 쓴다고 하네요. 힘든 일은 사람을 한층 자라게 하지요. 자라지 않는다 해도 아주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운동 이야기 하니까 저는 걷기라도 꾸준히 할까 했습니다. 달리기는 힘드니까요. 어디든 걸어다니는데 날마다가 아니고 한주에 두세번이에요. 두세번은 많은 거군요. 거의 한두번입니다. 좀더 걸어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못하고. 저는 밤에 밖에 돌아다니는 건 싫어하지만, 밤에 깨어있는 건 좋아합니다. 하루키처럼 아침형 사람은 절대 될 수 없습니다. 다 자기한테 맞게 좋아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저는 게으르군요. 게을러서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그러고 보니 하루키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달리기를 한 건 소설가가 되고 난 뒤군요. 이 책에는 하루키가 쓴 책에서 본 것도 있고 처음 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경선이 하루키를 아주 좋아해서 이만큼 쓴 거겠지요. 좋아하고 힘도 얻을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거 부럽습니다. 임경선이 좋아한다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한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하루키 소설 몇 편 봤는데 이것은 아직 못 봤습니다. 할 수 있다면 일본말로 보고 싶습니다. 하루키가 영어를 일본말로 옮겼다고 하니, 저는 일본말을 우리말로 옮겨보고 싶더군요. 전에 조금씩 해야겠다 했는데 거의 안 했습니다. 하다보면 막혀서, 끈기가 없네요. 일본말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제가 느낀 건 그 일 전문으로 하는 사람 대단하다는 겁니다. 하루키는 취미로 생각한다지만 잘 아니까 하는 거겠지요. 하루키는 영어를 일본말로 옮기면서 작가가 그것을 쉽게 썼는지 힘들게 썼는지 안다고 하더군요. 저도 작가 마음 알고 싶네요. 그것도 많이 해봐야 알겠습니다.

 

하루키는 성실하게 글을 씁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마다 자신한테 맞는 게 있는 거죠. 하지만 저도 조금 성실해지도록 해야겠네요. 약속한 일은 아니지만, 저와 한 약속 잘 지켜야겠습니다. 이게 더 편하죠. ‘삶은 지는 경기’ 랍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잖아요. 자기 자신으로 잘 버티고 사는 게 좋겠지요. 자신이 어떻든 좋아하면 좋을 텐데, 저는 그게 어렵네요.

 

 

 

희선

 

 

 

 

☆―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을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야깃거리는 내 안 깊은 곳에 있기에 그곳까지 우물을 파고들어가듯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곳은 매우 어두운 곳이지요. 하지만 제가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갈수록, 그리고 더 오랜 시간 그 깊은 곳에 머물수록 제 소설은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작품을 쓸 때마다 한층 더 깊은 곳에 들어가려고 애씁니다.”  (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