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스위트 홈 12

코나미 카나타

講談社  2015년 06월 23일

 

 

 

                 

 

 

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일까. 2009년인가보다. 만화책 거의 안 보던 내가 하나 보던 게 있었다. 그것은 살던 곳에서 바다에 나온 루피가 동료를 만나 위대한 항로에서 모험하는 이야기 <원피스>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몇달 먼저 책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일본말 못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일본말 좀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원피스> 일본에서 나온 것을 샀다. 일본말로 나온 만화책 가장 처음 본 게 <원피스>인지 알았는데, <치즈 스위트 홈>이었다. 말이 어렵지 않아서 시험으로 먼저 보았던가보다. 이건 다른 만화와 다르게 모두 칼라고 비싸서 그만 볼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다시 보기로 했다. 이 책 처음 샀을 때는 비쌌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싸다. 이건 엔환율 때문이지만. 벌서 사 버린 책은 어쩔 수 없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고양이 제대로 키워본 적 없다. 어릴 때 고양이가 집에 있었는데 내가 밥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 고양이가 오래 살았다면 추억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아쉽다. 그때는 애완동물,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거의 없었다. 개나 고양이 그냥 풀어놓고 키웠다. 개는 크면 묶어두겠다. 길을 다니면 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새끼고양이는 어미와 떨어지고 힘이 빠져 공원 잔디밭에 엎어져서 울먹울먹했는데, 그 앞에 어린아이가 넘어져서 울려고 했다. 치와 요헤이는 그렇게 만났다. 새끼고양이가 자라는 건 빠를 텐데 2009년(더 발리 첫째권이 나왔겠지만)부터 지금까지 치는 여전히 귀여운 새끼고양이다. 어미와 떨어지고 요헤이 집에서 살게 되고 치는 가끔 따듯하고 부드러운 어미 품을 기억하다 조금씩 잊었다. 느낌까지 다 잊은 건 아니다. 치는 ‘요헤이’ ‘엄마’ ‘아빠’ 하면서 한식구처럼 살았다. 요헤이 엄마 아빠는 치와 함께 살기 위해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집으로 이사도 했다. 처음 살았던 집에서 치는 커다란 검정고양이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도움을 받았다. 검정고양이가 다른 사람한테 들켜서 검정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요헤이 식구와 치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뒤에 치는 검정고양이와 다시 만났다. 그때 참 놀라웠다. 멀리 간 게 아니고 가까운 곳으로 옮겼던가보다. 치는 새집에서는 마음대로 바깥에 다니게 되고 이웃에 사는 고양이나 개를 만나기도 하고 검정고양이를 따라 밤공원에도 갔다. 공원에서는 새 친구 코치를 만났다. 치와 코치가 노는 게 많이 나왔는데, 집에서는 여전히 요헤이와 많이 놀았다.

 

여러 일이 있었는데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니. 치와 요헤이 마음이 엇갈리는 때도 있었는데 금세 마음을 풀었다. 아빠가 치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왔을 때는 치가 아빠 곁에 가지 않았다. 먹을 것을 줬을 때 다시 아빠를 따랐던가. 빗 같은 걸로 털을 빗겨줬을 때일지도.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엄마보다 아빠까 치를 더 좋아한 듯하다. 동물 기를 수 없는 집인데 같이 살고 싶어하고 고양이한테 필요한 것도 이것저것 사왔으니까. 치와 요헤이가 노는 모습은 형제 같다(남매라고 해야 할까). 함께 잠든 모습도 무척 귀엽다. 고양이가 그렇게 사람을 잘 따를까 싶지만. 치가 나고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을지도. 처음에는 요헤이와 아빠 엄마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이사하고는 치가 다른 고양이를 만나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집에 있을 때 치는 언제나 요헤이와 엄마 아빠한테 놀자고 했다. 같이 놀지 않고 다른 일하면 잠시 삐치기도. 이것을 보다가 고양이가 정말 이럴까 할 때 많은 듯하다. 치같은 귀여운 고양이라면 함께 살아도 즐거울 듯하다. 늘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발톱으로 소파나 아빠 바지를 긁기도 했다. 발톱 가는 것을 사다줬지만 치는 그게 뭔지 몰랐다(지금은 알지도). 가끔 아빠가 치 발톱을 깎아주는 것 같다. 고양이가 사람과 살아서 고생한다.

 

지난 일들을 왜 말할까 싶겠다. 이번 책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치를 찾는다는 벽보를 본 뒤, 아빠가 프랑스에서 일하게 돼서 식구가 모두 프랑스에 간다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했다. 치는 공원에서 어미와 형제들을 만났다. 아빠 엄마는 치를 본래 주인한테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요헤이도 그 일을 알고 치 어미를 보기도 했다. 치 어미가 요헤이네 집으로 찾아오고, 공원에서 치가 어미를 만나는 모습도 보았다. 치 본래 주인한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다. 차에 치일 뻔한 치를 어미가 구하고 쓰러졌다. 치는 검정고양이와 함께 요헤이와 엄마 아빠를 불렀다. 그날은 치와 어미가 함께 보냈다. 요헤이는 치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퍼서 치와 함께 자려고 치와 어미가 자는 상자에서 치를 꺼냈다. 요헤이와 치가 함께 있는 모습을 어미가 보았다. 다음날 아빠가 치 본래 주인한테 치를 기를 수 없을까 물어보려고 했는데, 본래 주인이 치를 보고 반가워해서 말하지 못했다. 치를 그대로 그 집에 두고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요헤이 엄마 아빠가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치는 형제들과 즐겁게 놀았다. 그렇게 논 다음에 요헤이 엄마 아빠 했는데 세 사람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아빠 엄마는 프랑스에 갈 준비를 했다. 요헤이가 치와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셋이 치를 만나러 갔다. 요헤이가 치를 안으니 치가 ‘무슨 일이야’ 했다. 치는 요헤이가 자신한테 ‘잘 있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요헤이가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다. 검정고양이가 치한테 요헤이가 이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어미는 치한테 어떻게 할지 네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는 요헤이와 엄마 아빠와 살기로 마음먹었다. 치가 요헤이 집에 가니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없었다. 치와 요헤이는 만났을까. 다행하게도 요헤이가 치 소리를 알아채서 차를 멈추게 했다. 치는 요헤이와 엄마 아빠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치는 프랑스 고양이와 말할 수 있을까. 검정고양이랑 코치랑 헤어져서 내가 더 아쉬웠다. 치한테는 함께 사는 요헤이 엄마 아빠가 더 중요하구나. 코치는 치 어미와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검정고양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요헤이랑 치가 헤어질 것 같았을 때는 조금 슬펐는데, 치가 요헤이와 살게 되어서 다행이다. 치와 요헤이는 프랑스에서도 잘 지내겠지.

 

내가 보는 만화 가운데서 끝나는 게 나오다니(그런 게 있기를 바랐지만) 신기하다. 말한 적 있는데 내가 보는 만화 얼마 안 된다. 만화는 길어서 많이 보기 어렵다. 무엇인가 끝을 맺으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내 기분도 그렇다. 요헤이 아빠가 프랑스로 간다고 했을 때 알아채야 했다. 그때는 치가 본래 주인한테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구나. 요헤이네가 프랑스로 가면 그곳에서 사는 모습 보여줄까 하기도. 작가는 요헤이 식구와 치가 함께 프랑스로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구나. 이런 끝 마음 따듯하다. 치가 형제와 놀면서도 요헤이를 생각하고, 요헤이도 그때 치를 생각했다. 사람이 그렇게 그린 거지만 그런 고양이 없으란 법 없지 않은가. 이 만화를 보고 새끼고양이가 무척 귀엽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처음부터 다시 치를 만날까보다. 만화는 끝났지만 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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