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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昏の岸 曉の天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4년 3월
평점 :
어스름 내린 물가 새벽하늘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가 재미있지만 읽다보면 어쩐지 기분이 안 좋기도 하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라보다 백성이다. 그럴 만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이런 말하지 않는가. 정치 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도 별 관심없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이번 책 보기 전에는 내가 살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그런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야지 한다. 살고 싶어도 병에 걸려 얼마 못 사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갑작스런 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좀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책 읽는 동안은 이야기속에 빠졌다.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하나는 대국 왕 교소와 기린 다이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키를 찾는 것이다.
열두 나라가 있는 세계에서는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할 수 없다. 아주 조금 도와주는 건 괜찮지만 군대를 다른 나라에 보내면 안 된다. 다른 나라 왕이 군을 빌리는 건 괜찮은가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일은 없고 내란이 있을 뿐이다. 교소는 내란이 일어난 곳에 가서 소식이 끊기고, 그 무렵 왕궁에서는 다이키가 사라졌다. 대국은 가짜 왕이 다스린다. 교소와 가까이 있던 사람이 배신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백성을 생각하고 왕이 된 게 아니었다. 그 자리가 갖고 싶었던 건지, 자신과 교소가 비슷한데 자신이 아닌 교소가 왕이 된 것을 안 좋게 여긴 것인지. 대국은 왕도 기린도 없어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었다. 본래 겨울에는 무척 추운 곳인데. 왕이 있다 해도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나라는 기우는 걸까. 시간은 여섯해가 흘렀다. 요코가 경국 왕이 되고 시간이 좀 지났다. 전에 쇼케이와 스즈는 요코와 비슷한 나이여서 만나고 싶어했는데, 대국 장군 리사이도 다이키와 나이가 비슷한 경국 왕 요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바란다. 리사이는 요마 때문에 거의 죽을 지경이었는데 요코를 만나 대국을 구해달라고 한다. (요코 이름 글자는 같은데 요시라고 했다. 다른 것도 다 요시라고 해야 하는지. 나중에 다시 요코라고 한다. 왜 그런 건지. 나는 요코라고 썼다.)
리사이는 장군인데 중요한 오른팔을 잃고, 다이키는 기린한테 중요한 뿔을 잃었다. 《마성의 아이》를 볼 때 다이키가 돌아가도 기린으로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뿔은 다시 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보니 사슴 뿔 자르는 게 생각났다. 요코는 대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여러 나라가 도와서 다이키를 찾자고 한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 왕이나 기린이 힘을 합친 적은 없다. 거의 처음으로 힘을 모은다. 범국 왕과 기린도 나오는데 조금 웃기기도.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연국 기린 렌린이다. 렌린은 《마성의 아이》에도 나왔는데, 그때 사람들이 보고 귀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예전에 열두 나라에 사는 사람이 봉래로 가는 일은 없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봉래에서 열두 나라에 오는 일은 있지만. 사람 모습이 아닌 난과일 때는 허해를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난과 가운데 왕이나 기린이 아닌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주 없지 않을지도. 있다 해도 그런 사람 이야기는 알 수 없겠다.
리사이는 하늘(신)이 있는데 왜 자신들(대국)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신이 있다면 왜 도움을 주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보니 하늘이 무엇이든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기린한테 왕을 고르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만 하는 건 아닐까. 왕을 찾고 가짜 왕을 내쫓고 나라를 좋게 만드는 것은 거기에서 사는 사람이 해야 한다. 다이키는 예전과 다르게 컸다. 큰 모습을 보고 여러 사람이 쓸쓸하게 여겼다. 이제 작은 다이키는 없다고. 시간이 흘렀으니 자라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보니 많이 자란 앤을 보고 쓸쓸해하던 마릴라가 생각났다. 다카사토였을 때보다 다이키일 때가 더 나아보인다. 자기 자리로 돌아와설까. 돌아왔다고 해도 아직 큰일이 남았다. 리사이와 다이키는 대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다음 이야기가 언젠가 나올까. 나라와 나라가 싸우지 못하게 하는 섭리가 있어서 좋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건 안 좋기도 하다.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어쩌다 보니 또 이런 식으로 썼다. 경국은 아직 가난하고 나라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요코 곁에 여러 사람이 있다. 그런 것을 안 좋게 여긴 사람도 있다. 사람은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야 하는데 알아주지 않으면 그것을 아쉬워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본래 그런 걸까. 가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바뀌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적을 것 같다. 자기 자리는 스스로 만든다는 말도 있던가. 나는 그런 것과 먼데 이런 말을. 누군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자기하기 나름이다. 조금 이상한 말을 한 건가. 경국에서 잠깐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요코가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이나 출신이 별로 안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일을 시켜서. 다른 나라 왕이나 기린이 오고 가는 것도 뭐라 했다. 요코는 나름대로 경국 백성을 생각하고 한 일인데. 윗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워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을 안 좋게 대한다고 화내다니. 화낸 것보다 더 큰일을 했다.
열두 나라에는 왕과 기린이 중요하지만, 그곳을 살아가는 백성도 중요하다. 관리도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야기가 왕이나 기린 관리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자신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 편하지. 작가도 큰 걸 바라고 이런 이야기를 쓴 건 아니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돕고, 자신이 바라는 게 있으면 누군가한테 기대기보다 스스로 애써서 손에 넣어야 한다. 좋은 나라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서로 도울 때는 도와야겠구나. 요코는 열두 나라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세계에는 ‘국제 기구’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기 나라만 잘살면 된다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도 생각하면 더 나을 텐데. 우리 세계도 다르지 않다. 이건 작은 게 아니고 큰 것이다. 왜 이렇게 흘렀는지.
책을 본다고 사람이 바로 바뀔까. 바뀌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많지 않겠지. 나는 다른 것보다 나를 믿어야겠다. 잘하는 건 없지만,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야겠다. 내가 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괜한 생각에 빠져서 우울해지기도 하니까. 그런 건 쓸데없는 일인데 말이다. 쓸데없는 일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안 좋겠지.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이런 말 다른 책 보고도 했을 텐데. 지키기 어려운 거여서 여러 번 말하는가보다. 십이국기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봐서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는 책 즐겁게 만나야겠다. 좀 못 쓰면 어떤가. 재미있게 나 나름대로 보면 되는 거지.
희선
☆―
“만약 하늘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실재하지 않는 하늘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만, 만약 진짜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겠지.”
리사이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하늘이 진짜 없다면 하늘이 사람을 구하려고 할 리 없어. 하늘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질러.”
“그건…… 무슨…….”
“사람은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리사이.” (390쪽)
“먼저 자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남을 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요코가 말하자 그렇지도 않아, 하고 로쿠타는 창에 이마를 댔다.
“남을 돕는 걸로 자신이 설 수도 있으니까.” (4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