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름을 좋아했다. 더워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여름에는 아주 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때부터 여름을 싫어하게 되었다. 지금은 싫어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린 여름을 겪어서 무서운 것 같기도. 이젠 소나기도 없어졌다. 여름이면 갑자기 비가 내렸다 얼마 뒤 그치고는 했는데, 몇 해 동안 그런 여름을 지낸 적이 없다. 조금씩 바뀌어서 그렇게 됐을 텐데. 지금은 딱히 좋아하는 철은 없다. 싫어하는 철도 없다. 이건 철만 그런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은 애매해지는 건지. 무엇인가 좋아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듯하다. 그것보다 많이 좋아하지 않으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살아있는데.

 

여름에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은 나츠메 우인장을 오랜만에 보았다.

 

 

 

 

 

예전보다 친구와 잘 지내는 나츠메

 

  나츠메 우인장 19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5년 05월 01일

 

 

 

 

 

 

 

 

 

 

 

 

 

지난해 구월에 18권 나왔는데, 19권은 이제야 나왔다. 올해는 이것만 나오고 다음 권은 2016년 봄에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19권이기는 한데 나온 시간은 길다. 십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지난해가 연재하고 십년째라고 했던가. 책이 나온 것도 십년이 다 된 듯하다. 1권 나온 건 2005년이고 내가 그것을 본 건 2012년이다(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닐지도). 이것도 쓸데없는 말이구나. ‘나츠메 우인장’ 오랜만에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지금도 재미있다. 한권을 보면 다음 권이 보고 싶어져서. 이건 밀리지 않아서 이렇게 됐지만. 나올 때 바로 봐서 좋으면서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하기 전에 그것을 하면 기쁠 텐데 하다가도 막상 그것을 하고 나면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어딘가에서는 하고 싶지만 안 하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어디고 무슨 일이었을까. 알면 안 되는 일을 덮어두고 사는 거였을지도. 이것은 좀 다른 이야긴가. 어떤 일이냐에 따라 밝히기도 하고 덮어두기도 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정답은 없는 건지도. 이런 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나츠메가 알고 싶어하는 일이 있기는 하다. 다시 생각하니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앞에 책을 보고 시간이 흘러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더라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하코자키 이름 들어봤는데 했다. 지난번에 나츠메는 나토리와 요괴연구를 하다 죽은 하코자키가 숨겨둔 서재를 찾았다. 거기에 있던 서류는 다 타버렸지만.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가 나츠메를 닮은 남자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가 했는데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손녀한테 하코자키 집을 찾아온 사람 가운데 나츠메와 닮은 사람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그런 게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나츠메가 그 집에 왜 갔느냐 하면, 그 집 둘레에 이상한 기척이 있어서였다. 그 집 둘레를 돌아다니는 건 마토바 집안 사람이 만든 요괴였다. 마토바 집안은 요괴 쫓는(없애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데, 힘센 식을 만들려고 약한 요괴를 많이 모아서 인형에 가두었는데 그게 달아났다. 나츠메는 하코자키 집에서 마토바를 만났다. 마토바는 요괴를 없애기 위해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요괴를 이용하기도 했다. 마토바는 요괴는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괴 쫓는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다 그럴지도. 나토리는 나츠메를 만나고 조금 달라졌다. 나츠메는 아직 우인장 이야기를 나토리한테 자세히 하지 않았다. 아니 그 모습이 나오지 않은 거고 이야기했을지도. 다음에 나오면 어쩌지.

 

오랜만에 시바타가 나츠메한테 전화해서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했다. 시바타는 초등학생 땐가 나츠메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로 전에 한번 나왔다. 등나무 요괴를 사람으로 알고 만나다 나츠메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요괴와 관계있는 이야기를 했다. 나츠메는 타누마와 같이 시바타를 만났다. 시바타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한테 들은 이야기로 얼마전에 여자아이 옆집에 벼락이 떨어졌는데, 그날 뒤로 밤마다 옆집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나츠메는 그 집 창문에서 인형 둘을 보았다. 그 집에 인형을 모으는 사람이 살았는데 인형은 저주하는 데 쓸 거였다. 많은 인형을 방에 두고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인형마다 흠집이 나고 두 개만 멀쩡하면 성공한 거였다. 이것은 요괴 만드는 것과 비슷할까. 인형 안에 요괴가 들어갔다고 해야겠다. 그 요괴는 어렵지 않게 쫓아냈다. 타누마네 집인 절에서. 타누마와 시바타도 도왔다. 나츠메는 남과 다르게 요괴를 볼 수 있어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이제는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친구가 몇 생겼다. 시바타도 그 안에 들어간 건가. 시바타는 야옹 선생이 말을 한다는 걸 모른다. 알면 참 좋아할 것 같은데.

 

가끔 나츠메한테 도움을 바라고 찾아오는 요괴도 있고, 우연히 나츠메를 보고 도와달라고 하는 요괴도 있다. 이시아라이 나나마키는 나츠메를 보고 여섯달 전에 연락이 끊긴 제자 찾는 걸 도와달라고 한다. 스승의 날이 얼마전이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이시아라이는 돌, 바위, 산의 부정을 깨뜻하게 씻는 요괴다. 꽃 그림을 그리면 부정이 씻긴다. 나츠메는 다른 사람은 그것을 못 봐서 아쉽게 여겼다. 나나마키는 고향에서 갈 곳 없는 요괴를 자기 집에 두게 하고 이시아라이 일을 가르쳤다. 제자는 실력이 좋았다. 훌륭한 이시아라이가 되어서 돌아오겠다고 하고 떠났는데 연락이 끊겼다. 이시아라이가 되려면 부정을 씻는 일을 어느 정도 해야 했다. 제자는 요괴 쫓는 사람한테 봉인당해서 더는 이시아라이가 될 수 없었다. 봉인당하는 것은 더려움을 타는 거여서. 제자가 연락을 끊은 건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였다. 나나마키는 제자한테 자신과 다니면서 돌아갈 곳을 찾자고 한다. 나는 제자가 사람을 원망하다 나쁜 요괴가 되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요괴도 사람도 혼자보다 둘이면 더 낫겠지.

 

 

    

 

 

 

레이코(나츠메 할머니)는 언제나 요괴와 싸워서 나츠메를 찾아오는 요괴는 나츠메한테 이름을 돌려달라거나 나츠메를 레이코로 알고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레이코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찾아왔다. 지금 생각하니 레이코가 히노에도 도와준 거였다. 레이코는 요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많았을 것 같다. 오래전에 레이코가 간 산에서 힘 센 요괴 둘이 싸워서 힘들던 요괴들은 레이코한테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레이코는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했는데, 그 둘이 싸우는 까닭을 알고 레이코도 그 둘과 싸우기로 했다. 둘이 싸운 건 예쁜 요괴와 결혼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이 잡은 거였다. 예쁜 요괴는 그 둘 가운데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코는 다른 요괴보다 잡힌 요괴를 도와주고 싶었던가보다. 힘 센 요괴라 해도 레이코가 이겼다. 두번째는 좀 어려웠지만 다른 요괴와 힘을 합쳐서 이겼다. 그 산에 사는 요괴는 레이코가 다시 그곳에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렸다고 한다. 나츠메를 찾아온 요괴는 그때 레이코가 구해준 요괴와 결혼한다고 했다. 요괴도 결혼하다니(이건 앞에서 말해야 하는 거였다). 레이코 대신 나츠메와 야옹 선생이 찾아가서 축하했다.

 

사람은 친구를 사귀고 사는데 레이코는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레이코를 만난 요괴는 거의 레이코를 잊지 않았다. 레이코는 어땠을까. 사람이든 요괴든 친구가 되는 거 괜찮을 것 같은데.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츠메는 그렇게 산다. 그것은 다행한 일이다. 레이코는 쓸쓸하게 살았는데 늘 쓸쓸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요괴가 레이코를 좋아하고 기억하니까. 자신이 그것을 모르면 별 도움 안 될까. 레이코가 즐겁게 지내는 모습 언젠가 나오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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