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도 길고양이가 되려고 하지만

 

  치즈 스위트 홈 9

  코나미 카나타

 

 

 

 

 

 

 

 

 

 

 

 

 

어렸을 때는 만화책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는 그런 말 듣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만화는 보면 안 된다고 했던가. 정말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학교 선생님이 만화는 안 좋다고 했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 만화책은 쉽게 보기 어려워서 안 봤던 것 같다(만화책뿐 아니라 다른 책도 안 봤구나). 고등학생 때 아주 가끔 책방에 갔는데 거기에는 만화책이 없었다(만화책이 있는 책방을 보고 책방에서도 만화책을 파는구나 한 적도 있다). 지금도 만화책 빌려주는 곳 있겠지만, 예전에는 만화책을 거의 빌려서 봤을 거다. 어쩌면 만화책을 보는 것보다 만화방에 가는 것을 안 좋게 여겼던 건지도. 나는 한번도 안 가 봤다. 책 빌려주는 곳에서 한두 번 빌려다 본 적은 있다. 그때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도 못 물어봤다. 그게 뭐 어렵다고 물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루만에 다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조금만 빌려다 보았다. 그것도 몇번뿐이다. 누군가 만화책 빌려보기보다 사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듣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나라 만화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만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만화가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만화로 배울 수 있는 건 많다. 거기에서 가장 큰 건 상상력이다. 만화를 봤다고 상상력이 는 건 아니지만. 나는 띄엄띄엄 보고 얼마 안 봐서 그런 거겠지. 진짜 많이 보는 사람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만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만화를 본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보는 게 조금 어려웠다(내용을 더 보기는 했다).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움직이고 말도 하는 만화영화다. 만화책도 자꾸 보다보니, 실제는 멈추어 있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게 되었다. 이것도 자주 봐야 그것을 느끼는데 가끔 봐서, 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밀려있는 책 봐야 할 텐데. 책 읽을 때는 잠깐 다른 생각도 하지만, 만화는 여기에 빠져들게 한다. 글자뿐 아니라 그림이 있기 때문이겠지. 글을 보고 상상하는 게 더 나은 걸까. 그건 그것대로 좋은 거고, 만화는 만화만이 가진 좋은 점이 있는 거다. 세상에는 볼 책이 많기도 하구나. 거기에서 볼 수 있는 게 얼마 안 된다는 게 조금 아쉽다.

 

새끼고양이는 몇달만 지나면 엄청 클지도 모르는데 치는 아직도 새끼고양이다. 예전에도 한 말이다. 눈병이 나서 엘리자베스 칼라를 한 치는 그것을 아주 귀찮아했다. 그래도 위를 보고 계단을 오르거나 밥그릇을 엘리자베스 칼라로 다 덮어서 밥을 먹기도 했다. 딱 하나만은 할 수 없었다. 조금 열린 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다음날 엘리자베스 칼라를 뺐다. 아빠는 치가 밖에 나가는 것을 걱정해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닫았다. 이것은 바깥이 위험해서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않는 것과 같구나. 치는 코치가 공원에서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코치는 공원에서 치를 기다렸다. 아빠는 옆집 사람이 개 산책시키는 것을 보고, 치한테도 목걸이와 줄을 달았다. 아빠는 치와 산책할 수 있다고 기뻐했는데, 치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짜증냈다. 치가 이리저리 움직이니 목걸이가 빠졌다. 치는 곧장 공원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코치가 없었다.

 

한편 코치는 공원 분수에 있다가 더는 못 기다려 하고 다른 곳으로 가다 치를 보았다. 치인지 알고 따라가서 반갑게 알은체했는데 치와 닮은 고양이였다. 어미와 새끼 한마리가 더 있었다. 그것은 치 엄마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니. 코치를 기다리던 치는 그만 집에 가야 하나 했다. 거기에 삼색털고양이가 와서 치한테 그만 집에 가라고 했다. 치는 코치가 집에서 나오지 않은 건가 했는데, 삼색털고양이가 코치한테는 집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코치가 늦게까지 분수에 있었다는 말도 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에야 치와 코치는 만났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 친구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찾아다닐까.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한 치한테, 코치는 집은 귀찮은 거다 하고 자신은 자유롭다고 했다. 이 말에 치도 자유로워지겠다고 한다. 치는 바깥에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먹이를 먹으러 가서 다른 큰 고양이 때문에 얼마 먹지 못하고 다른 집에 가서 밥달라고 울었다(사람이 보면 우는 거지만 치는 말한 거다). 그나마 거기에는 코치와 둘만 있어서 배불리 먹었다. 치는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누워버린다. 치가 길에서 눕고 자려고 하니, 코치가 자면 안 돼 하고 깨웠다. 얼마 뒤 코치까지 잠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치를 찾으러 엄마 아빠 요헤이가 밖에 나와서 치와 코치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전에 아빠도 치와 닮은 고양이를 보았다.

 

잠에서 깬 치와 코치는 거기가 어딘가 하고 깜짝 놀랐다. 치는 집이란 걸 알고 어떻게 자신이 집에 있는지 신기하게 생각했다. 코치는 집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다. 먹이를 먹고 편하게 눕고 요헤이와 놀고 누워서 집이란 거 괜찮네 했다. 새끼고양이가 바깥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사람뿐 아니라 같은 고양이도 조심해야 하니까. 치는 집에서 살아서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바로 눕는다. 그런 치를 보고 놀라는 코치 모습이 조금 웃겼다. 다음권에서는 아빠가 치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본다. 치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도 요헤이네 집에서 살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서 쓸 때는 어찌어찌 쓰는데 시간이 지나서 내가 쓴 것을 보면, 대체 왜 이렇게 쓴 거지 한다. 이것도 그렇다. 한권이 아니고 여러권인 만화를 보다보니 그렇기도 한데, 뭔가 다른 생각도 나면 좋겠다. 쓸 때는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 건지. 책을 보고 어떻게든 쓰면 좋다. 기분 좋은 건 그때뿐이라는 거다. 나중에 봐도 좋게 써야 할 텐데. 나는 책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말하기보다 이 책이 어떤지 말하고 싶은가보다(늘 그런 건 아닌데 그럴 때가 더 많다). 이 책 다음권을 조금 봤는데 치를 찾는다는 전단지 보는 건 거의 끝에 나온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덧붙일 수 있다

 

  추억의 시간을 고칩니다

  다니 미즈에   김해용 옮김

  예담  2014년 10월 06일

 

 

 

 

 

 

 

 

 

 

 

 

지금은 세상이 빨리 가는 것처럼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다. 시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조용한 방에서 시계 초침만이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 좀 무서울까. 그런 일 한번이라도 겪었던가. 지금 생각하니 한번도 없었다. 아니 새벽에 어두운 방에서 잘 때쯤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태엽을 돌려주면 돌아가는 시계도 없고 그런 걸 본 적도 없다. 태엽을 돌리는 시계가 벽시계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손목시계도 있다. 사람은 참 편한 것을 좋아한다. 태엽감는 게 귀찮아서 건전지만 갈아끼우면 되는 것을 만들었으니 말이다(이것은 시계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시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어디선가 보니 시계는 여름과 겨울에 한번 손봐야 한다고 했다. 철길도 여름에는 늘어나서 빈틈이 있다던가. 나는 여름과 겨울에 손봐줄 섬세한 시계는 없다. 내 시계는 산 것도 아니고 길에서 주웠다. 멀쩡해서 약(건전지)만 넣어서 쓴다. 시계줄은 오래돼서 갈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밖에 나갈 때 시계 안 갖고 간다. 시간을 몰라도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구나.

 

커다란 시계는 사람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손목시계도 만들 수 있는가보다. 하긴 오래전에는 다 사람이 부품 하나하나를 만들어서 시계를 만들었겠지. 지금은 그런 시계 비쌀 거다. 옛날에도 비쌌겠다. 사람 품이 많이 드는 건 거의 비싸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같은 물건을 많이 빨리 만들게 되고는 가격이 내렸다. 이것은 서민한테는 좋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왤까. 시계도 그렇지만 요즘은 물건을 쉽게 바꾼다. 조금 고치면 쓸 수 있는 것도 새 것으로 바꾼다(이건 물건 파는 사람이 그렇게 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계가 고장났다고 고치는 사람 별로 없겠지. 고치는 것이나 새로 사는 것이나 값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추억이 없는 것인가. 아니 이건 아니다. 물건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을 쌓아간다. 나한테는 그런 물건이 없는 것뿐이구나. 그래도 뭔가 한번 사면 오래 쓴다. 새로 사는 걸 귀찮아하는 것이기는 하다. 나는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 게 좋다. 시계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하다니. 여기에 시계사가 나와서 그렇다. 젊은 나이에 시계를 고치는 일을 하는 거구나.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아주 없는 건 아닐 거다. 이다 슈지는 시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본래 꿈은 그거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가게가 많이 모인 곳이 줄어들었다. 그 가게를 잇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문을 닫는다.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이겠지.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일까. 그래도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건 아니어서 그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시계방(시계를 고치는)이 있고 다음은……, 모르겠다. 가끔 문을 여는 곳도 있는 듯하다. 이야기는 다섯편이다. 다섯편 다 괜찮기는 한데 첫번째는 좀. 좋게 보이게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슈지가 오르골을 고쳐서 또 다른 추억이 늘었지만. 다른 책에서는 아버지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려고 식구들과 함께 살지 않았지만,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돌아왔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온 아버지는 위험한 일(사진 찍기)을 해서 자신이 딸한테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면서 아예 죽은 걸로 했다. 아버지는 딸이 그리워서 몰래 보러왔는데 그때마다 거기에 고양이가 있었다. 딸은 고양이와 아버지가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걸 딸이 모르는 게 나을까.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한 게 좀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이상한가. 딸이 제대로 커서 다행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없어도 살아갈 나이가 되었다.

 

나이가 어려서 자기 마음을 잘 몰랐던 사람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 일을 슈지와 아카리가 했다. 그렇게 해서 반지를 찾았다. 그 반지는 오랫동안 그 옷속에 있었던 걸까. 신기한 일이 일어난 걸까. 딸을 잃은 엄마와 엄마를 잃은 딸은 같은 인형을 찾았다. 어쩐지 이 두 사람 관계있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그래도 딸은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는 딸을 생각했다. 그걸로 오래전 상처가 좀 나았겠지. 슈지 이야기도 나왔다. 슈지는 형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는 건 아닐거다. 자신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못하는데 슈지는 시계사가 되려고 공부했으니까. 하지만 형도 알았다. 자신보다 슈지한테 시계사가 될 재능이 있다는 걸.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맞으면 좋겠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잘 못해도 하면 안 될까. 슈지는 형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잘 듣지 못했는데 여섯해가 지나서 확인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구나. 슈지는 마음 편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지.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겉으로는 밝아보였지만 지난날에 매여 있었다. 이제는 그것을 떨쳐냈다.

 

어릴 적 기억이 다 옳은 건 아닐 거다. 어떤 때는 자기 스스로 기억에 뚜껑을 닫아버리고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것은 안 좋은 일일 때 그러는데, 좋았던 것도 그러는가보다. 아니 그때는 좋았지만 나중에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해야 했구나. 아카리는 어느 한때 기억을 잊어버렸는데, 그것을 기억해냈다. 벌써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그때는 아프고 슬퍼서 잊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몰랐던 게 아닐까.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잘 모를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일과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편지야 잘 가

 

 

 

우체국 앞을 지나는데 누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둘레를 둘러보니 우체국으로 들어가는 계단 옆 우체통에서 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우체통이 우는 건가 했습니다. 잘 들어보니 우체통은 아니고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한 편지였어요. 우체통이 우는 소리를 들어도 놀랐을 테지만, 편지가 우는 소리를 듣다니 제 귀가 이상해졌는지 알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우는 편지한테 말을 걸어봤어요. 그랬더니 편지는 자신이 우체통 속에 들어가지 못해서 운다고 했습니다. 우체통에서 편지 넣는 곳을 보면 미는 뚜껑 같은 게 있잖아요. 편지는 거기에 걸려있었어요. 편지 보내는 사람이 제대로 넣지 않은 거였어요. 집배원이 편지를 거두러 와도 그 편지를 알아차릴 테지만, 우는 편지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제가 우체통 속으로 넣었어요.

 

편지는 가야 할 곳에 잘 갔을까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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