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쟁 - 우리말 우리글 5천년 쟁투사
김흥식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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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말에는 그 나라 문화와 그 나라 사람 생활이 담겨있다(잠시 문화 안에 생활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화만 쓸까 하다가 생활까지 적었다). 말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고조선 때 우리말이 어땠을까. 아쉽게도 우리는 그때 말을 모른다. 그때뿐 아니고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도 모른다. 조선이라고 해서 아는 건 아니다. 이 책을 보니 중국(예전에는 다른 이름이었을 테지만) 가까운 곳에서 살던 사람은 한자가 어렵고 자기들 마음을 다 나타낼 수 없다고 여기고 자기들이 쓸 글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글자는 거의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쓰기에 어려워서 지금까지 남은 게 별로 없다. 일본도 한자에서 글자를 만들어서 가나(仮名)라고 했다. 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 지배층은 한자를 잘 썼다고 한다. 다른 글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글자가 없지 않았다. 신라는 향찰로 향가를 쓰고 설총이 만든 이두는 오랫동안 조선 중간관리가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백성이 쓰기에는 어려웠다. 세종은 여러가지에 관심을 가져서 글자에도 관심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 본 소설에서 세종이 신미 대사한테 우리 글자를 만들라고 해서 신미는 범어에서 자음과 모음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여기에는 그런 말이 없다. 역사로 인정하지 않는 걸까. 범어를 찾아보고 거기에서 어떻게 우리 자음과 모음이 나왔을까 했다. 글자 모양보다 읽는 것에서 가져온 것일까. 글자가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을 테지. 오랫동안 알아보고 만들었으리라고 본다. 소설에는 세종이 왜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닌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했는지 나왔는데, 나는 그 말에 더 믿음이 간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글자가 아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로 보이게 하려고(한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렇더라도 훈민정음 쓰기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싸움에서 세종이 이겼다.

 

훈민정음을 세상 사람이 알게 했지만 그게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연산군은 언문을 배우고 쓰지 못하게 했다. 자신의 나쁜 모습을 쓴 편지 때문이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을 찾았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는데(이때 사람들한테 글씨를 쓰게 해서 같은 글씨체를 찾으려고 했는데,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배우지 못하게 한다고 해도 몰래 배우는 사람은 있다. 조선시대에 언문 소설이 널리 퍼져서 언문을 아는 사람이 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한자를 가르치는 책에 훈민정음이 있었다. 최세진은 중국말(글을 잘 썼을까, 말도 했겠지)을 잘해서 벼슬을 하게 되었다. 여러 책을 썼는데 그 안에 어린이한테 한자를 가르치는 《훈몽자회》가 있었다. 《훈몽자회》에 훈민정음을 적고 그것을 익힌 다음 한자를 익히라고 했다. 최세진은 자음 이름뿐 아니라 모음을 지금 우리가 아는 순서로 적었다. 한자를 가르치기 위한 책에 훈민정음을 쓰다니(옛날 사람은 그대로 읽어도 지금 사람은 읽기 조금 어렵다). 최세진은 그것으로 훈민정음을 알게 되는 사람이 늘어나리라는 것을 알았을까. 어쩌면 최세진이 훈민정음을 익힌 다음 한자를 공부했는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문에 백성은 조선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때 선조는 백성한테 내린 글을 훈민정음으로 썼다. 그때 그 문서가 보물 제915호가 되었다. 1728년 노래꾼 김천택은 시조를 모아서 《청구영언》을 펴냈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고 450년이 지난 1894년 11월에 훈민정음을 우리글로 인정한다.

 

한글 신문이 나오고 주시경이 여러 사람과 맞춤법을 만들었다(이때 한글이라는 말도 생겼다). 신소설과 신체시 같은 게 나왔다. 많은 사람이 글을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뒤 우리는 나라를 빼앗긴다. 다행하다고 해야 할지 아직 우리말과 글은 빼앗기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를 자신들 노예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우리말과 문화를 많이 알아보고 없애려고 했다. 청일전쟁 때는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하고 이름까지 바꾸게 했다. 이런 형편에서 사람들은 조선말사전을 만들려고 애썼다. 광복이 되기 얼마전에 원고를 일본 경찰한테 빼앗겼는데 역에서 찾았다. 우리가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이제는 한글만 쓰게 되었다. 이것은 교과서가 그랬고 신문에는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였다.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우리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이렇게 힘들 때 이승만은 국어 맞춤법을 바꾸라고 한다. 그런 일도 있었다니.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고 발음이 바뀌기도 한다. 이승만은 미국에 있다가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바뀐 게 어렵게 보였나보다. 자신이 어렵다고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것을 바꾸라고 하다니. 이 책은 한글로 본 우리 역사 같은 느낌이 든다(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있다.

 

한글만 쓰는 것과 한자를 함께 쓰는 것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자는 우리 문화와 관계있으니까. 오래전에 우리 글자가 없어서 한자를 받아들여서 그때 쓰던 말이 없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외래어는 우리말처럼 된 외국말이다. 그것을 받아들일 때 그대로 쓰기보다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텐데, 거의 그대로 쓴다. 그저 한글로 쓸 뿐이다. 한글이지만 뜻을 알 수 없는 말 아주 많다. 한글은 여러 소리와 모양을 나타낼 수 있다. 색도 있구나. 한글이 뛰어난 것은 맞는데 우리가 그것을 잘 살려쓰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우리말에는 약점도 있다. 그것도 인정해야겠지). 우리말로만 나타낼 수 있는 정서가 있다. 그게 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만의 것이다. 어디에서 살든 그곳에서 하는 말을 배우고 익히면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말을 하면 좋을까. 이러저런 말 배우지 않아도 하나만 알면 여러나라 사람과 말할 수 있다면 편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그 나라의 고유성이 없어진다. 세계화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온 지 오백년이 넘은 한글, 우리는 이것을 지킬 수 있을까. 나도 한글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나는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우리말이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 많으니까. 한자 공부하는 거 좋다고 생각한다. 전에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같이 쓴다고 들었는데. 급수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연스럽게 하는 공부라면 훨씬 좋을 텐데. 이것은 어떤 공부나 그렇다. 재미있게 공부하면 훨씬 오래 남는다. 우리말과 글 사라지지 않게 잘 가꾸고 지켜가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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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2016-06-1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 님 한자공부만하면 중국갈것도 아니고 우리말을 지켜야죠

희선 2016-06-17 00:02   좋아요 0 | URL
한자 공부만 하자는 말은 안 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까요 우리말 지켜야죠 제목에 그렇게 썼는데... 얼마전에는 다른 책을 보고 한글을 만들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한글을 썼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그러지 않았죠 많지 않아도 한글을 쓴 사람이 있어서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