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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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국민 작가다. 이 말은 몇 해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다. 그 뒤 나쓰메 소세키 책을 많이 읽었느냐 하면 그러지 않았다. 일본 국민 작가라는 말 듣기 전에 책을 몇권 보았는데 제대로 못 보고 본 지 오래되어서 거의 잊어버렸다. 좀 더 관심을 가졌다면 좋았을까. 국민 작가라고 할 정도라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게 있다는 거니까. 나는 아직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 더 보면 알 수 있을까. 예전에 이 《산시로》가 교양 소설이라고 한 말을 보았다. 이런저런 책을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것 때문인가 했다. 아니 책 여러 권을 늘어놓은 건 교양과 상관없겠다. 1900년대 일본 대학교육, 문학이 하는 일을 말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런 말이 길게 나오는 건 아니다. 대학에서 외국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꼭 외국 사람이어야 하는가 하고, “문학의 새로운 기운은 일본 사회 활동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안 되지. 또한 실제로 미치고 있네. 그들이 낮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 어느새 영향을 미치고 있지.” (162쪽)한다. 내가 이것을 쓰고 이 글에서 말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지 했다. 문단 사람인 듯하다. 잘 모르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을 텐데. 저 말은 산시로가 도쿄로 와서 만난 친구 사사키 요지로가 했다. 사사키 요지로는 십년 넘게 고등학교 선생인 히로타를 대학 교수가 되게 하려고 애쓰지만 잘 안 된다. 그때는 대학 교수를 어떻게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대학 교수가 되고 싶어해야 하지 둘레에서 무언가 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 않다.

 

산시로는 스물셋이다. 구마모토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도쿄제국대학에 다니게 되어서 도쿄로 온다. 신슈에서 도쿄 대학에 다니게 된 사람 이야기가 하나 생각났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 《요노스케 이야기》다. ‘요노스케 이야기’를 볼 때 ‘산시로’를 떠올려야 했는데 나는 반대구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면 기대가 클거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경험은 못해봤다. 산시로는 도쿄로 가는 기차에서 어떤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남편도 아이도 있다. 여자는 무슨 마음으로 산시로한테 나고야에서 잘 곳을 안내해달라고 한 걸까. 한 방에서 아무 일 없이 밤을 보낸 다음 날 여자는 산시로한테 ‘당신은 배짱이 없는 사람이군요.’ 한다. 그 말에 산시로는 충격을 받고 기차에서 책을 펴들고 생각한다. 자신은 어떻게 해야 했나 하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산시로는 대학에 다니면 학자를 만나고 취미와 품성을 갖춘 학생들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그 여자가 이상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 것을 여기에서 처음 본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나는 그런 마음 잘 모르겠다. 산시로는 기차에서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은 고등학교 선생인 히로타다. 기차에서 만났을 때는 산시로가 히로타를 중학교 선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쩐지 좀 낮잡아 본 듯하다.

 

사람은 우연히 사람을 만나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우연이 여러 번 일어난다. 산시로가 히로타를 만난 일도 그렇고, 산시로가 관심을 가진 사토미 미네코와도 우연히 만난다. 노노미야 소하치를 만난 날 산시로는 대학 연못가에서 미네코를 처음 본다. 노노미야 여동생이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산시로는 노노미야 여동생이 연못가에서 본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다음 날 산시로는 노노미야 여동생 요시코를 만나고 병원에서 돌아가는 길에 연못가에서 본 미네코를 만난다. 미네코는 요시코 병문안을 왔다. 산시로는 미네코 머리에서 노노미야가 산 리본을 본다. 산시로가 미네코 이름을 아는 건 히로타가 이사하는 집에서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어보기 어렵겠다. 미네코가 노노미야나 히로타와 아는 사람이어서 이름을 물어볼 기회가 생긴 거구나. 우연히 한번 본 사람을 이렇게 여러 번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일 일어나기 어려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산시로가 만난 사람이 다 아는 사이라는 건 소설이니까 그렇다고 봐야겠다. 이런 일도 아주 없는 건 아니겠다. 어떤 세계에 한 사람이 들어간 것이니까.

 

산시로가 미네코만 생각한 건 아니다. 산시로는 성실하게 학교에 다녔다. 처음에는 강의를 한 주에 마흔 시간이나 들었다. 사사키 요지로를 만나고 도서관에 다니게 된다. 산시로가 빌린 책에는 누군가 한번 훑어본 흔적이 있었다. 도서관 책에 밑줄이 있거나 뭔가 쓰여 있으면 안 좋을 텐데 산시로는 괜찮았나보다. 산시로는 도서관 책을 누군가 거의 본 것을 놀라워했다. 그것은 히로타였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히로타 같은 인물 자주 나오는 듯하다. 많이 알아도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 말이다. 사사키 요지로는 그런 사람이 대학 교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사사키 요지로가 쓴 논문 때문에 히로타는 안 좋은 말을 듣고, 그것을 쓴 사람이 산시로라고 알려진다. 요지로가 나서서 뭔가 해도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지 모르겠지만 늘 끝이 안 좋으면 그것도 안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요지로가 우울하게 생각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요지로는 허풍이 좀 센 편이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마음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사람은 미네코다. 미네코는 노노미야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산시로한테 마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어쩌면 미네코 마음을 노노미야가 잘 알아주지 않아서 산시로한테 잠시 기댄 건지도. 혹시 미네코도 자기 마음을 잘 몰랐던 걸까. 길 잃은 양은 그런 미네코 마음을 나타낸 거였을까. 미네코는 산시로를 결혼 상대로 생각도 안 했다. 결국 노노미야도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그렇게 갑자기 결혼을 하다니. 산시로가 슬퍼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조금 있었겠지. 감기에 걸리고 미네코가 결혼한다는 걸 알지만, 먼저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된 건지도. 어쩐지 뜸 들이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뒤 미네코는 잘 살았을까. 산시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요지로가 한 말 때문일지도. 산시로와 자신은 몇 해 지나면 지금보다 좋게 보일 거다, 한 말. 미네코는 자기 마음이 가는대로보다 안정을 고른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산시로뿐 아니라 노노미야도 미네코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없었을지도. 미네코는 다른 사람하고 결혼할 수밖에 없었겠다. 미네코 마음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바로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

 

다른 것보다 산시로와 미네코 이야기를 많이 했구나. 내가 나쓰메 소세키를 잘 알면 다른 것도 말했을 텐데 잘 모른다. 나쓰메 소세키는 똑똑한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하나 하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여자도 공부하고 이것저것 많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일지도. 산시로는 도쿄로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마음이 조금 자랐다. 바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배짱은 있어야 할 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꼭 큰 아픔을 겪어야 자라는 건 아니다. 그럴 때 더 많이 자라겠구나. 산시로한테는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이 책 보기에 괜찮다. 청춘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좋아 보이겠다.

 

 

 

희선

 

 

 

 

☆―

 

“입센의 인물과 닮았다는 것은 미네코 씨만이 아니네. 지금 일반 여성들은 모두 닮았지. 여성만이 아니네. 적어도 새로운 공기를 쐰 남자는 모두 입센의 인물과 닮은 구석이 있지. 다만 남자도 여자도 모두 입센처럼 자유로운 행동을 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거의 모두 물들어 있네.”

 

“나는 별로 물들지 않았네.”

 

“물들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거겠지. ……어떤 사회든 잘못되고 모자라는 점이 없는 사회는 없을 걸세.”

 

“그야 그렇겠지.”

 

“없다고 하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은 어딘가 모자람을 느끼는 거지. 입센의 인물은 지금 사회제도의 잘못되고 모자라는 점을 가장 분명하게 느낀 사람이네. 우리도 점점 그렇게 되겠지.”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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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8 1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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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9 0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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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0 1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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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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