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는 아이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가 나타내는 여러가지 뜻에서 하나를 더하면, 우리말로 어린이기도 하다. 다른 뜻은 ‘I 나 자신’ ‘EYE 다친 내 왼쪽 눈’ ‘愛(아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哀(아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 ‘i 허수, 없다’ ‘藍(아이) 짙은 청색’이다(이것은 책 속에 나온 아이 뜻이다). 발음은 같지만 다른 뜻이 되는 말 재미있기도 하다. 이것과 똑같지 않지만 이 책 속에는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게 좀 나온다. 그것을 바로 안 건 아니고 여기 나오는 사람이 생각하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거기에는 일본이기에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문화라고 해야겠다. 한가지만 보기를 들면, 엄마를 엄마라 하지 않고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양 문화지만 일본은 서양 것을 많이 받아들였다. 아니, 그게 서양 문화를 많이 받아들여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린이 이름을 말할 때 그냥 이름만 말하지만, 일본은 이름 뒤에 ‘상さん(씨)’을 붙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게 좀 별나 보였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여기에서 벌어지는 게임(사람을 죽이는)도 말로 문제를 낸다. 어떤 말이 들어갈까, 그 안에 들어가는 말(글자)이 이름에 있는 사람을 찾는 거다. 자신이 당한 일을 되갚아준 일도 있지만 아무 잘못 없는 사람도 죽인다. 아니 아주 관계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둘레 사람을 죽여서 누군가 자신을 찾고 멈추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제목이 ‘밤과 노는 아이들’ 이어서 아이가 나오는 건가 했다. 밤은 또 무엇일까 싶기도 하다. 어둠. 아이가 순수하다고 하는데 세상에는 그런 아이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론 끝없이 잔인해지는 게 아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사람은 달라지겠지. 아이가 순수하다는 거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무엇에든 쉽게 물든다는 뜻에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올바른 말을 듣고 자랐다면 나쁜 환경에 놓인다 해도 그것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 때부터 나쁜 환경에서 자란다면,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더 크겠다. 부모가 없고 시설에서 자란다고 해서 모두 나빠지는 건 아닐 거다. 그 시설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 아이는 몸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텐데. 시설 환경이 나쁘면……. 아이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다. 어린시절 이야기에 잠깐 나온다. 대학생, 대학원생은 어른일까. 나이는 어른일지라도 아주 어른이라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직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걸까.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해야 조금이라도 될 것 같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가보다.

 

책을 보면 거기에 나오는 사람이 보는대로 볼 때가 있다. 앞에서 일본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한사람만 어떤 사실을 몰랐다. 군데군데 어쩐지 이상한 말이 나오는데 그 사람처럼 나도 그것을 바로 알아내지 못했다.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그렇게까지 모르지 않을 듯하다. 관심 갖지 않으면 모를 수 있을지도.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을 멈추게 해줄 것이 있으면 큰일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이것은 보통 사람도 비슷하다. 누군가를 생각해서 잘 살아야겠다 하는 거. 그게 꼭 좋아하는 사람만은 아니다(그 안에 들어가겠다). 식구, 친구여도 괜찮다. 가끔 자신한테는 지킬 게 없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은 지킬 게 있을 때 더 힘내지 않을까 싶다. 기무라 아사기가 조금만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형한테만 매달려서. 어떻게 보면 형한테 매달린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기 자신을 없애고 싶었던 건지도. 모두라고 할 수 없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은 어릴 때 어떤 일이 있었다. 고즈카는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아버지 친구와 다시 결혼했다. 고즈카 친구 교지는 어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와 동생이 죽어서 아버지 친구 부부와 살게 된다. 가장 안 좋은 건 아사기다(아사기는 고즈카와 같은 연구실 친구다). 아사기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쌍둥이 형 아이와 함께 셋이 살았는데 엄마가 아사기를 많이 때렸다. 형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어떤 일이 생겨서 아사기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 시설 환경은 아주 안 좋았다. 아사기는 그곳에서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했다.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공부 잘하는 건 폭력에 아무런 힘도 되지 않았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모르는 거다. 대학 사람들은 아사기를 타고난 천재에 왕자님으로 보았다. 고즈카는 애쓰는 모범생. 고즈카와 아사기는 서로의 사정을 모른다. 서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라 해도 여러 모습이 있다.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는 친구라 할 수 없을지도. 츠키코 친구 시노는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츠키코가 시노를 처음 만났을 때는 괜찮았는데 언젠가부터 이상해졌다. 츠키코는 그런 시노를 만나는 게 편하지 않은데 여전히 친구로 지냈다. 언젠가 시노한테 멋진 남자친구가 생기면 괜찮아질거다 여겼다. 정말 괜찮아질까. 그런 기회는 영영 없어졌지만. 시노한테 츠키코 같은 친구가 있어서 시노가 슬쓸하지 않았겠다 생각해야 할지도. 처음부터 시노가 안 좋은 성격을 드러냈다면 츠키코는 친구가 되지 않았겠다. 시노도 자라온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지도. 온실 속 화초였다고. 그것보다 시노는 자신이 없었다. 집은 부자였지만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했나보다. 얼굴하고 다르게 행동한 사람도 있다. 얼굴은 순하고 피부도 곱고 따듯하고 다정해 보이는데 여자친구를 때리고 둘이 사귄다는 것도 비밀로 한 사람. 그런 사람한테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아니면 그만두는 게 좋다.

 

이제 끝내야 하는데 어떤 말로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다 말하지 못했다. 잊어버려서. 짐작한 게 하나 있다. i와 Θ(아이와 세타). 얼마전에도 비슷한 걸 보았는데. 그런 것을 처음 봤다면 놀랍구나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여러번 보아서. 그렇군 했다. 사람 정신(마음)은 약하다는 것을 또 느꼈다. 약하기에 힘을 내기도 하지만. 츠키코도 지금은 현실에서 달아났지만 언젠가는 그것을 받아들이겠지. 책이나 영화에서는 오해하는 일이 벌어져도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만약 깨달았다면 그때 진짜 해야 하는 일을 하기를. 무슨 말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배추흰나비와 기생벌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섭다. 번데기, 나비도 되지 못한 애벌레구나. 자연은 겉에서 보면 평화롭지만 그 속을 잘 보면 그렇지 않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본능대로만 살지 않고 생각하고 서로 돕고 산다. 거기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희선

 

 

 

 

☆―

 

“뭐랄까. 좋아해서 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을 하나 만들어두는 거야. 스무살도 넘은 남자가 무슨 부끄러운 얘기냐고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되는데, 나 이것만큼은 양보 못해.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예전에 깨달았거든. 안 그러면 사는 게 점점 무책임해지고 한심해져. 난 무서워. 어떤 것에도 열정이 없고, 집착하지도 못하는 지금 스스로가.”  (하권, 220쪽)

 

 

“아사기는 말이지, 세상에 복수하고 싶어했어. 이 세상은 잔인하고 손 쓸 수 없는 악의로 가득 차 있어. 인간이라는 건 정말 쓸데없이 머리가 아주 좋거든. 자신의 자아를 지키기 위해 남한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는 거야. 자신이 더 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고 열심이 되지. 여긴 그런 한심한 곳이야. 아사기는 누군가한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자신한테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고 엉뚱하게 화를 내고 있었어.”  (하권, 4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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