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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지난날 잘못을 뉘우치고 아쉬워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고 올바른 쪽으로 가게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을 소설에서는 조금 쉽게 해준다. 아니 그렇게 쉬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 소설에 흐르는 것은 슬픔이다. 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슬픔을 느꼈다. 사람은 슬픈 짐승이라는 말도 있던가. 오랫동안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홀로 지내다보면 사람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이라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 생각 그리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볼 때, 글로 나타나는 그 사람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찾아온 걸로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것을 이용했다. 처음부터 친구가 되려는 마음 따위 없었다. 그저 ‘괴물 래리’가 어떤지 보러온 것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 마음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 내가 알고 싶어하는 사람 마음은 책속에 나오는 사람 마음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책에 나온 말을 보고도 잘 모를 때 있다. 그럴 때는 ‘나는 왜 이렇게 모르지’ 하기도 한다.

 

지금이 몇 년인지 나오지 않고, 지난날은 1979년과 1982년으로 나온다. 이것은 왜 그럴까. 1979년은 래리와 사일러스가 만난 해고, 1982년은 래리 이웃에 살던 신디 워커가 래리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사라져버린 때다. 먼저 래리는 친구가 없고 어릴 때는 말더듬이에 천식을 앓았고 책읽기를 좋아했다. 사일러스는 흑인으로 엄마와 북부에서 살았는데 남부에 오게 되었다. 미시시피 주 샤봇에. 래리와 사일러스는 숲에서만 친하게 지냈다. 학교에서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백인과 흑인이어서. 래리는 아버지 때문에 사일러스와 싸우게 되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서 사일러스와 사이가 멀어진다. 신디는 래리가 혼자 좋아하던 여자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디가 래리한테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신디는 래리와 영화를 보러 가지 않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래리가 솔직하게 말해도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래리가 신디를 죽이고 시체를 어딘가에 묻었다고 의심했다. 작은 마을이어서 이런 소문은 금세 퍼졌다. 래리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정비소를 하던 아버지는 거의 날마다 술을 마셨다. 한해 뒤 래리는 군에 들어갔다. 얼마 뒤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래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래리는 군에서 정비사 자격증을 따서 아버지 정비소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그곳에 손님은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래리는 날마다 정비소 문을 열었다.

 

래리 아버지가 죽었을 때 래리가 집에 돌아온 것은 엄마한테 치매가 나타나서다. 지금 엄마는 요양원에 있다. 그리고 얼마전에 대학생 티나 러더포드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또 래리를 의심했다. 신디 워커 때문에. 예전에 래리가 의심을 받았을 때 다른 곳으로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살던 곳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일러스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가 경찰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게 반가웠던 래리는 사일러스한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사일러스는 반가워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잘못하면 반대로 화를 내기도 한다. 사일러스가 래리를 차갑게 대한 것은 자신한테 잘못이 있어서였다. 래리가 어렸을 때 사일러스한테 바로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사일러스는 그것을 받아들였을까. 둘이 다시 친구로 지냈다면 신디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래리는 학교에서 따돌림 당했다. 신디 일이 있고는 마을에서 따돌림 당했다. 그런 일이 있는데도 그곳에서 그냥 살다니. 나라면 괴로워서 못 살거다. 그곳을 떠나든지,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밝히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래리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 이것은 정말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래리는 티나 러더포드를 강간하고 죽인 의심을 받았다. 왜 소설을 보는 사람은 그 일을 한 게 래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하고 소설속 사람은 모르게 할까. 답답하게 말이다. 사일러스는 용기를 내서 1982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람들한테 말한다. 그 말을 이제야 하다니, 아니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다. 래리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이라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다른 사람이 자꾸 했다고 하면 그것을 믿게 되는 걸까, 모르겠다. 말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는 말하지 않은 걸지도. 그래도 래리는 누군가와 친하게 되기를 바랐다. 자기를 이용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한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닐까 했다. 래리가 그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걸까. 사일러스가 좀더 빨리 래리와 말을 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생각해도 벌써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구나. 앞으로를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어떤 책(래리는 스티븐 킹 소설을 즐겨읽었다)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책속에 나온 일을 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래리는 책 때문에 의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냥. 다행하게도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래리한테는 이제야 친구가 생겼다. 친구, 오래전부터 래리는 자기한테 친구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앞으로는 래리가 덜 쓸쓸하겠다. 정비소에는 손님이 찾아올까. 이야기가 조금 슬프기도 했지만 마지막은 슬프지 않았다.

 

 

 

희선

 

 

 

 

☆―

 

“넌 나한테 친구였어, 래리.” 사일러스가 말했다. “내가 너한테 친구였는지는 모르겠어.”  (390쪽)

 

 

“내가 조언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한마디하자면, 둘이 진작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싶군.” 프렌치가 말했다. 그가 손목 벨트를 집어 들었다. “오늘 밤엔 다시 매고 있어야겠어. 내일은 풀 수 있으면 좋겠군. 다시 차는 일 없이 영원히.”  (4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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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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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1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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