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까마귀 1
마야 유타카 지음, 하성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보기전에 여기 나오는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이 카인과 아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카인과 아벨은 성경(구약)에 나오는 사람이죠. 제가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고, 둘은 형제로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샘하고 미워하고 죽였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인류가 가장 처음 저지른 살인이랍니다. 남도 아닌 형제를 죽인 일이군요. 그 일과 관계있을까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카인은 석달 전에 죽임 당한 아벨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지도에 없는 마을’ 노도에 간다고 쓰여 있더군요. 그때는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하고는 상관없는가보다 했습니다. 바로 생각을 바꾸다니, 이런 이름을 쉽게 쓰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서장’에 있는 어떤 낱말을 보고 그게 맞구나 했습니다. 이런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좀더 잘 읽어볼걸 그랬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서 대충 보았거든요. 아벨을 죽인 카인은 어떻게 되었을지. 이 이야기를 생각하니, 어쩌면 형제(남자 형제뿐 아니고)는 오랜 옛날부터 샘하고 미워하는 숙명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형제가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사이 좋은 사람도 많이 있지요. 형제 사이가 좋으려면 부모가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이니까’ ‘동생이니까’ 하는 말은 할 수 있는 한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부모는 별 생각없이 한 말이고 둘을 차별한다고 느끼지 않을지라도 그런 말을 듣는 아이는 또 다를 듯합니다. 공평한 부모 노릇이 쉬운 게 아니겠습니다.

 

여섯달 전까지 아벨이 있었던 노도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도에 없는 마을입니다. 노도라고 한 것도 옛날이고 지금은 마을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산으로 둘려싸여 있고 산을 넘어 바깥 세상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니, 이곳에서 믿는 신 오카가미가 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먼저 이 오카가미에서 ‘오’는 길게 읽으세요. 본래 글자를 보니 커다란 거울大鏡이라는 뜻이더군요. 글자를 몰랐을 때는 오카, 가미라고 읽었습니다. 오카가미에서 가미(神)가 신인지 알았습니다. (책을 보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썼는데, 시간이 흐르고 문득 이 글자 신神(가미)이 다른 글자 뒤에 오면 ‘가미’가 아닌 ‘카미’라고 읽는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가미’라고 할 때도 있는지 이것은 잘 모르겠군요. 있다면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닐 텐데요. 두 줄을 빼면 이런 말 안 해도 됐을 텐데.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하다 이렇게 됐으니 그냥 둘까 합니다. 앞으로 더 공부해야겠습니다. 아주 없지 않……) 이 마을에는 가가미가와, 가가미야마 곧 거울강과 거울산이 있더군요. 그래서 이 ‘거울’은 대체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생각해보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카인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말을 해서, 저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났습니다. 둘 다 읽었지만 잘 모릅니다. 가끔 거울은 다른 세계로 가는 길(장치)이 되기도 하잖아요. 오카가미가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는 것과 관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여기에서는 피안이라고 했군요, 피안은 저세상이기도 한데, 색 때문일지도). 하지만 오카가미가 바깥 세상에 가지는 않습니다. 오카가미는 사람 모습을 하고 나타난 신, 현신인입니다. 마을에서 사람이 나가지도 않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이 지금 세상에도 있을까요. 그 마을에 간 바깥 사람은 카인이 세번째였어요.

 

세상과 이어져 있지 않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바깥 세상 사람과 다른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마을에 사는 사람 거의 모두가 빨간색과 풀색 둘을 따로따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모두가 그러니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여기에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색을 보는 사람이 태어났어요(빨간색 풀색을 따로따로 볼 수 있는). 처음 그런 사람을 알았을 때는 깜짝 놀라고 다르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신으로 만든 거죠. 오카가미라는. 사람들은 바깥 세상을 모르니 이곳이 다인 것처럼 살아가겠지요.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여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 여기에서도 힘싸움이 있었습니다. 힘싸움이라기보다 땅싸움이군요. 지금은 동촌과 서촌으로 나뉘어 있지만 예전에는 남촌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가면 오카가미 같은 사람이 또 나타날 수 있잖아요. 그런 사람을 귀태라 하고 산채로 땅에 묻었다고 하더군요. 남촌에 귀태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오카가미 자리라도 비어 있었다면 그 사람이 신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신은 둘일 수 없으니 하나는 사라져야 했지요. 사람은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키려고 합니다. 귀태가 그 세계를 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겠지요. 오카가미가 사람을 죽이면 팔에 암녹색 반점이 나타나니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귀태는 사람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폐쇄된 곳에는 광기 같은 게 있잖아요. 그 광기를 귀태가 나타난 집안에 푼 것은 아닐지.

 

다시 카인과 아벨로 돌아가서, 카인이 마을에 왔을 때는 해질 무렵으로 그때 갑자기 까마귀떼가 나타나 카인을 공격했습니다. 까마귀는 반년 사이에 열흘에 한번 저녁에 몰려와서 사람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까마귀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왜 사람을 공격했는지(제가 놓친 건지도). 저는 까마귀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했거든요. 까마귀떼한테 공격받아 다친 카인을 구해준 사람은 서촌에서 큰 집안에 들어가는 센본 집안의 센본 가시라기였습니다. 가시라기가 카인한테 눈이 좋다는 말을 했을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끝나갈 때쯤 알게 되었습니다. 카인은 바깥 세상에서 왔으니 마을 사람과는 달랐던 거죠. 집중해서 보자고 했지만 많이 놓쳤습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지 어떤지 몰랐습니다. 카인이 아벨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칭찬받는 것은 아벨이었다고. 이 마을에도 오카와 깃카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카인과 아벨처럼 나이는 한살 차이였어요. 아버지가 없어서 형 오카는 어머니를 도우려고 밭일을 했지만, 동생 깃카는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바깥 세상에 나가고 싶어했습니다. 오카는 오카대로 깃카는 깃카대로 어머니가 하는 말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카는 어떤 마음을 품게 됩니다. 그런데 오카와 깃카는 정말 이 마을 아이들이었을까요. 2권에 나오는 어떤 일을 오카가 하는 것 같았는데 옛날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했네요.

 

카인이 마을에 나타나고는 두 사람과 어린이가 죽임 당했습니다. 사람들은 바깥 사람인 카인을 의심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광기에 휩싸였습니다. 카인을 도와준 센본 집안에는 귀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는 센본 집안을 질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러가지가 겹쳐서 마을 사람들은 센본 집안에 몰려가서 그 집 사람들을 죽였어요. 이때 마을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카인을 센본 집안에서 숨겨주고 있다는 말로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정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카가미는 왜 사람들을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갈까요. 신을 의심한 사람이 없어서는 아닐까요. 오카가미를 의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카가미가 절대신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 뜻은 다른 사람한테 전해지지 않고 오카가미는 그대로 있었죠. 처음에는 오카가미라는 사람 모습을 한 신이 나타난 일을 좋게 여겼을 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좀 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카가미가 독재가 된 듯한 느낌이 들고, 마을 사람을 통제하려면 이것은 꼭 있어야 한다가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이어져온다 해도 지금과 맞지 않으면 바꾸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말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보았을 때도 했군요. ‘붉은 까마귀’가 소설이 아닌 만화영화였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화에서는 좋은 쪽으로 흘러갈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담은 소설은 만화와는 다르군요.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 생각해보라는 것일지도.

 

탐정 메르카토르는 왜 이 마을에 온 걸까요(탐정이라는 말은 안 했군요). 카인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마을에 와 보았는데 우연히 카인을 만난 걸까요. 메르카토르라는 이름은 옛날 지리학자 이름이기도 합니다. 저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메르카토르 모습은 남다릅니다. 턱시도에 실크해트 그리고 지팡이를 들고 있어요. 저는 여기에서 처음 메르카토르를 만났습니다. 이름은 벌써 알고 있어서 메르카토르가 나타났을 때 어쩐지 반가웠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메르카토르는 카인이 잊어버렸거나 그런 척한 일을 말합니다. 카인은 자신이 아닌 아벨이 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늘 그 뒤만 좇았습니다. 어쩌면 카인은 이제 그 일을 끝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카인은 자기 자신을 찾았을까요.

 

 

 

*더하는 말

 

이것을 썼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서 보니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네요. 바깥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마을에서 믿는 신 오카가미와 그곳에 간 카인은 비슷한 운명이기도 하네요. 안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는 바깥에서 누군가 나타나서 바뀌게 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카인인지 메르카토르인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마지막에는 조금 어이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죽다니 하는. 갑자기 이 마을에서 세 사람을 죽인 게 누구였더라 했습니다. 다행히 생각났지만 나중에는 잊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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