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특하구나, 나를 생각하다니.”

 

고양이는 인간처럼 울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는 게 어떤 건지 그 느낌을 알 듯했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을 때, 떠오른 게 당신이었어. 여기까지 오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어.

 

그렇지? 당신은 어떻게든 해줄 거지? 아파서 미치겠어.

 

너무 아파서 무서워. 나, 어떡하지?

 

“좋아, 좋아. 이제 괜찮아.”

 

남자는 폭신폭신한 수건을 깐 상자에 나를 담아 은색 왜건에 태웠다.  (13쪽)

 

 

아주 가끔 책 앞부분을 조금 보고도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하게 아는 것은 아니고 그냥 느끼는 거다. 처음에 별일 아닌데 내가 왜 이러지 했다. 중간이 넘고 확실하게 나온 것을 보고 그랬서였나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겁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책은 거의 혼자서 볼 테지만 둘레에 사람이 있을 때도 있겠지. 이 책은 혼자 있을 때 봐야 한다. 도서관이나 차 안, 전철에서 보면 안 된다. 왜냐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고, 웃음을 주는 이야기도 있다. 읽는 내내 눈물나게 하면 읽기 힘들잖아. 여기까지 쓰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앞으로 어떻게 쓰면 좋을지. 나나와 사토루.

 

나나는 본래 길고양이였다. 나나는 어느 맨션 주차장에 누군가 세워둔 은색 왜건 보닛 위에서 자는 것을 좋아했다. 은색 왜건 주인은 미야와키 사토루로 나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 그때는 이름은 없었고, 나중에 사토루가 나나라고 지었다. 나나는 사토루가 어렸을 때 기르던 고양이 하치와 닮았다. 사토루가 본래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하치와 닮은 게 사토루 마음을 더 끌지 않았을까. 나나와 사토루는 나나가 다치고 함께 살게 된다. 사토루는 나나와 살기 위해 집을 옮겼다. 그리고 다섯해가 흘렀다. 사토루는 나나와 함께 살 수 없게 되어 나나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 은색 왜건을 타고 사토루와 나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러 다닌다. 사토루는 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서 나나와 함께 어디에 다니지 못했다. 처음으로 둘이 함께 어딘가에 가게 되었다. 도시에서 살면 쉽게 시간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나나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서 다니는 게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 여기저기 다녀서 다행이고 사토루가 나나와 함께 돌아와서 다행이다. 사토루 혼자였다면 쓸쓸했을 것이다.

 

어릴 때 친구,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사토루가 부러웠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친구가 거의 없다. 아주 없지는 않은가. 어릴 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어쩌면 친구도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자주 만나지도 않고 살아가는 것도 아주 다르기 때문이겠지. 이야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사토루 친구들은 다 지금 사토루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다. 옛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것을 보면서 소설은 옛일을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많이 봐왔는데 이제서야 하는 느낌이다). 그 안에는 좋은 일도 있지만 아픈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사토루는 어둡지 않다. 그래서 다들 사토루를 좋아했던가보다. 이런 사람 진짜 있을까. 사토루를 너무 착하게 그린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나는 또 어떻고, 이런 고양이라면 함께 살고 싶기도 하다. 사토루가 어릴 때 기른 하치는 사람이 침울해보이면 위로해주었다고 한다(하치라는 개 이야기도 있다). 이것은 나나도 마찬가지다. 아니, 고양이는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나나여서 암고양이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나는 수고양이다. 꼬리가 7자 모양으로 구부러져서 나나(일본말로 7은 나나)라고 한 거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도 고양이 털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모모는 조금 다르다. 그냥 고양이, 개라고 하는 것보다 이름을 지어주면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사토루는 어릴 때 함께 살았던 하치를 식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집에 보내고, 사토루가 중학교 수학여행 때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가지 못했다. 고등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비를 마련했는데, 하치가 차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가 사토루한테 하치와 제대로 헤어지고 오라고 해서 사토루는 가는 김에 여기저기 다녔다. 지금 생각하니 사토루가 정이 많은 듯하다. 어릴 때 헤어진 고양이를 오래 잊지 못하다니 말이다. 하치는 사토루를 잊지 않았을까. 고양이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하치도 사토루와 헤어지고 낯선 곳에 가게 되어서 슬펐을 것 같다. “얼굴에 얼룩이 여덟 팔(八)자 모양이어서 하치(일본말로 8)였어. (17쪽)

 

나나와 사토루의 여행을 따라가보길. 친구들이 보는 사토루를 만날 수 있다. 서로 몰랐던 친구들은 사토루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고 사토루와 나나 이야기를 나눈다. 재미있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고 하다.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보고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거겠지.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위안도.

 

언젠가 나도 나나 같은 고양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하니 나나 같은 고양이는 안 되겠다. 나나는 사토루만의 고양이였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책에 나온 고양이를 보면 아주 좋은데 실제는 어떨지 알 수 없다. 아마 실제로도 좋을 거다. 다른 것보다 내가 잘 놀아주지 못해서 고양이가 쓸쓸해할 것 같아서 함께 살기 어렵겠다. 그냥 앞으로도 책으로만 만날까보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잃기는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다섯 해를 얻었다.  (20쪽)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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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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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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